매드몬스터와 이호창, 부캐가 본캐되는 시대
가상세계 뚫고 현실로 나오는 리버스 메타버스
매드몬스터와 이호창, 부캐가 본캐되는 시대
2021.07.12 01:44 by 곽팀장

이제 부캐는 익숙합니다. 하지만 요즘 부캐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캐란 본래 캐릭터의 성격이 담지 못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미손과 유산슬, 싹쓰리, 둘째이모 김다비 같은 캐릭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었고, 들여다보면 평소에 음악에 욕심이 있던 유재석과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던 김신영이 녹아져 있죠. 마미손 또한 평소 진지하고 무거운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던 ‘누군가’의 열망에 등장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부캐란 우리에게 익숙하던 본래 캐릭터의 성격을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었습니다. 기존 캐릭터의 인지도와 호감을 이어받으면서도 이미지는 탈바꿈하는 일종의 캐릭터 변신이었죠.

 

2021년의 부캐는 부캐 그 자체로 본래 캐릭터가 됩니다. 김갑생할머니김 이호창 대표의 캐릭터는 잘 알지만 개그맨 이창호의 캐릭터는 잘 알지 못합니다.(물론 세계관 상으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기에 비교하기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60억 명의 팬이 있다고 알려진 2인조 보이그룹 ‘매드몬스터’ 두 멤버인 탄, 제이호 또한 어떠한 다른 캐릭터도 떠올리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이들은 부캐라는 말이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매드몬스터와 이호창 본부장은 제 2나 제 3의 부캐가 아닌, 바로 제 1의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부캐 아닌 본캐로 캐릭터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대중들도 스스로 이 세계에 참여했습니다. 단지 사람들은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멤버들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할 뿐입니다.

 

처음 펭수가 등장했을 때도 펭수의 팬들은 그의 실체를 알려고 하기보다는 그대로를 즐겼습니다. 펭수라는 캐릭터는 고유한 세계관 안에서 이해될 뿐 다른 무언가로 바라보면 안 된다는 것이었죠. 이를 두고 누군가는 과몰입이라고도 이야기하지만, 부캐 문화는 어른들의 산타가 되어 버렸습니다. 마치 산타의 존재를 믿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사실 산타는 부모님이었다고 함부로 말하지 않듯이, 매드몬스터를 60억 팬의 가수로, 이호창을 500조 원 기업가로 인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겁니다.

사람들이 요즘 이 ‘본캐’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회성으로 연출된 캐릭터 쇼나 역할극에서 나아가, 현실 세계에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역할을 수행해가는 하이퍼 리얼리즘에서 오는 희열입니다. 캐릭터의 잘 짜인 세계관보다도 그 세계관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게 흥미와 재미를 주는 것이죠. 이호창 본부장은 수 백 명이 모이는 대형 콘퍼런스홀에서 ESG 경영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합니다. 기업의 비전과 오너의 철학을 담아낸 인터뷰 영상도 촬영합니다. 제작지원을 받은 콘텐츠임에도 캐릭터의 리얼리티가 오히려 더 견고하게 드러날 뿐, 부자연스럽거나 몰입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리얼리즘은 김생할머니김이라는 실제 제품으로 출시, 유통됨으로써 그 대미를 장식합니다.

 

매드몬스터 역시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공개한 뒤 음악방송과 예능 출연은 물론, 화장품과 과자 CF까지 촬영하며 아이돌보다 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며 인기를 실감하는 중입니다. 유산슬이나 싹쓰리의 활동이 유희적 느낌이었다면 매드몬스터의 활동은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방송에 비치는 모습뿐 아니라 브이로그, 멤버 간 갈등, 다음 앨범 활동까지 예고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진짜이고 진짜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아이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자 많은 미디어와 연예인들은 새 캐릭터 찾기에 몰두 중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한다고 해서 이호창과 매드몬스터 같은 인기를 얻을지는 의문입니다. 사람들은 늘 새로운 것을 선호하지만 새로움을 모방한 새로움을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사실은 진짜 세상에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아 보이려는 그 진정성과 진심에 열광하는 것이거든요. 단지 새로운 산타가 필요해서라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산타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거죠.

새로운 생각과 시도는 현상과 문화를 만들었고 웃음 그리고 재미의 기준까지도 변화시켰습니다. 과거 TV 개그 프로그램을 생각해보면 당시에도 대중에게 사랑받았던 캐릭터들은 존재했습니다. 출연자들은 자신만의 캐릭터성을 각인시키기 위해 저마다의 동작과 유행어를 던지고는 했었죠. 하지만 매주 그 무대, 그 코너에서만 캐릭터를 선보일 수 있었고 시청자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무대가 막이 내리면 캐릭터는 잠들고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했었던 출연자만 남았을 뿐입니다.

 

2021년의 부캐는 더 이상 막이 내리면 끝나버리고 사라지는 캐릭터가 아닌 일상 속에 있습니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캐릭터는 살아서 활동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즐거움을 주고 있습니다. 그저 캐릭터 쇼로 치부하기에는 이 모든 것들은 현실에서 실제의 모습으로 실존하고 있습니다. 요즘 화두가 되는 것이 '메타버스'라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면 가상현실을 뜻하는 용어인데요. 메타버스는 반드시 싸이월드나 제페토 같이 메타버스로 설계된 플랫폼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현실과 비현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으면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에 참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상의 설정일 것만 같던 캐릭터가 진짜가 되어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반대로 현실일 것 같았던 캐릭터는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상현실이 곧 현실이 되고, 현실이 곧 가상현실이 되는 지금 이곳이 바로 메타버스는 아닐까요? 가상세계를 뚫고 나온 ‘본캐’들에게 현실세계의 ‘진심’이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의 시선이었습니다. 

 

※본 콘텐츠는 곽태영(https://www.marketingtrend.kr) 마케팅 칼럼니스트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곽팀장

10년차 디지털 마케터 & 마케팅 칼럼니스트 brunch.co.kr/@kty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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