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가구 만드는 공장들이 죄다 망해간다는 기사를 봤다. 건설 경기가 워낙 안 좋고, 일군 건설회사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다 보니 불똥이 제대로 튀고 있다는 거다. 업계 특성 상 새봄을 준비하는 겨울이 최고 성수기인데도 일감의 씨가 말랐다며 안절부절이다. 상실감과 막막함을 뒤로 하고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직원 수를 반의 반으로 줄여도 답이 없으면 남는 선택지는 폐업 뿐이다. 건축용 자재 기업 등 건설업 후방 업체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너나 할 것 없이 힘든 경기 침체기에 유독 그 기사가 눈에 들어왔던 건 바로 전날 봤던 다른 기사 때문이었다. 국내의 한 커머스 플랫폼이 론칭 2년 만에 매출을 전월 대비 550%나 끌어올렸다는 내용이었다. ‘리즈’ 시절을 제대로 누리는 이 플랫폼이 다루는 제품은 바로 ‘명품 가구’였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식탁, 억대에 이르는 침대 같은 것들이다. 경기 침체라더니 뭔 명품이냐 하겠지만, 사실 초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은 불황기에 더 잘나간다. 최근 가구 업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프리미엄 제품 강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가구 공장들이 다 죽어 나가는 와중에 불티나게 팔리는 억대 침대라니, 극단적인 양극화가 보여주는 희대의 진풍경이다.
‘양극화’, 듣기만 해도 참 불편한 말이다. 지역, 성별, 세대, 이념 등 갈라치기 정서가 유독 심한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렇다. 그중에서도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건 경제적 양극화다. 가뜩이나 위화감이 팽배한 사회였는데, 팬데믹이라는 대혼란을 겪으면서 더욱 심해진 느낌이다. 실제로 경제적 양극화 현상은 사회 혼란을 통해 더욱 커지는 경향성을 갖는단다. 급작스런 위기를 버틸 여유가 없는 이들은 혼돈을 겪으며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게 되는 반면, 힘과 돈을 지닌 이들에게는 혼란의 때야말로 그들의 능력치와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적기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양 사이의 간극은 더욱 벌어진다. 실제로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고통으로 얻는 이익’에서는 “펜데믹 이후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져서, 억만장자가 한 명 탄생하는 시간 동안 극빈층 100만명이 발생하는 수준까지 벌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굳이 억만장자까지 갈 것도 없이, 백화점 명품관만 슬쩍 둘러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