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캐릭터 통해 꿈을 재조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박소희 작가 인터뷰
3D 캐릭터 통해 꿈을 재조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2.08.12 17:08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해왔던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전공이 패션 쪽이다 보니 그쪽 활동을 해야 했고, 미술이나 음악 같은 창작의 세계에도 관심이 많았죠. 하지만 혼자 다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만든 게 가상 캐릭터들이에요. 저의 꿈과 욕망을 투영하는 대상들이죠.”

박소희(25) 작가는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창작자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이후 관련 업계에서 활약하는 동시에, 다양한 분야의 호기심들을 하나하나 매만지며 구체적인 성과로 탈바꿈시켜왔다. 패션 디자인과 메타버스의 조합에 대한 관심을 콘텐츠 스타트업으로 발전시키거나, 디지털 음원에 흥미를 느껴 가상 캐릭터를 통한 음반 제작에 직접 도전하는 식이다. 무한한 공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NFT아트 역시 열정의 한 페이지다. 혼자서는 다소 버거울 만한 도전들. 그래서 빚어낸 것이 바로 박소희 작가의 디지털 페르소나인 가상 캐릭터들이다. 작가의 예술 세계를 알기 위해 먼저 작가의 캐릭터들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박소희(사진) 작가
박소희(사진) 작가

| 몸은 하나, 꿈은 여럿…‘디지털 트윈’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박소희 작가의 취미는 ‘상상하기’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길러온 습관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전에 ‘오늘 한 일’을 생각한다면, 나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른 우주에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잠이 든다”고 귀띔할 정도. 지인들로부터 심심찮게 유별나고 엉뚱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상상의 힘은 쉽게 휘발되지 않았다. 왕성한 호기심과 상상력은 창조와 표현의 동력이 되어 작가의 예술적 자산으로 축적된다. 지난 2019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제작한 가상 캐릭터 ‘소희’가 그 증거물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캐릭터 ‘소희’는 온전히 가상 세계에서만 활동하는 작가 자신의 ‘버추얼 아바타’다. 

“학교 다닐 때부터 공부보단 외부 활동에 더 전념했어요. 그러다보니 경험한 분야가 드넓었고,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죠. 욕심이 많다고 해야 할까요?(웃음) 아예 제 욕심을 담은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활동을 맡겨보자 싶었죠.”

패션 업계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작가의 정체성을 오롯이 투영해 창조한 캐릭터인 만큼, 패션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에 주로 등장한다. 실제로 ‘라이(LIE) 컬렉션’이나 ‘홀리넘버세븐’ 협찬 이미지 등 작가의 패션 프로젝트는 물론, SNS‧NFT 플랫폼 등에서도 ‘소희’ 캐릭터의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D모델링, 모션캡처 등을 통해 탄생한 작가의 디지털 페르소나인 셈이다. 

 

작가의 페르소나 ‘소희’ 캐릭터
작가의 페르소나 ‘소희’ 캐릭터

| 작가의 근원적 상상력을 품은 캐릭터 ‘777’
‘소희’가 다소 상업적인 측면을 담당하고 있는 캐릭터라면, 이듬해 제작된 ‘세븐세븐세븐(이하 777)’은 보다 예술적인 면을 강조한다. 이 캐릭터는 작가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존재의 근원, 탄생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박소희 작가는 “꼬마시절부터 우주적인 이야기를 좋아했고, 영혼에 대해 다양한 공상을 즐겼다”면서 “이런 상상력을 ‘777’이란 캐릭터를 통해 구현해 본 것으로, 공상에 기반하는 이야기를 풀어낼 통로의 역할을 맡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상력의 산물인 만큼, 그 모습도 심상치 않다. 기린처럼 긴 목은 궁금증이 많아 무엇이든 고개를 뻗어 들여다보는 작가의 성향을 상징화한 것이다. 

지난 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 선보였던 ‘BABY PLANET’은 세상을 향한 ‘777’ 캐릭터의 첫인사 같은 작업이다. 자신의 행성을 배경으로 해맑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비주얼라이징 영상으로, 새로이 창조된 캐릭터의 소개 콘텐츠이자, 향후 이 캐릭터를 통해 전개될 장대한 서사의 티저(Teaser) 콘텐츠인 셈이다.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_ BABY PLANET
‘아트 인 메타버스’ 출품작_ BABY PLANET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인 올해 5월에는, 본격적인 활동 모습을 담은 영상 작품도 공개되어 눈길을 끌었다. ‘777 adventure’란 제목의 작품을 통해 해당 캐릭터는 하나의 영혼이 탄생했을 때 이를 운반하여 지구로 던져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박 작가는 “777은 생명과 탄생에 관여하는 천사라는 설정”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전시와 작품을 통해 777이 활약하는 신비로운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777 캐릭터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_‘777 adventure’
777 캐릭터의 세계관을 담은 작품_‘777 adventure’

| 공감과 흥미가 강점…“심플하고 참신한 작업 이어가고파”
작가의 정체성을 가진 지 겨우 3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이미 스무 편이 넘는 작품을 세상에 공개한 박소희 작가. ‘소희’와 ‘777’을 중심으로 하는 캐릭터 아트웍(art work)이 다작의 동력이자 비결인 셈이다. 작가의 세계관은 지금도 여전히 확장 중이다. 지난해 탄생한 막내 캐릭터 ‘키호’를 통해서는 음악 분야로도 진출할 계획. 키호 캐릭터의 설정은 다름 아닌 가상 세계의 ‘싱어송라이터’다. 현재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보컬리스트와 함께 막바지 음반 작업이 한창이다.

 

싱어송라이터 ‘키호’(사진)는 작가의 막내 캐릭터다.
싱어송라이터 ‘키호’(사진)는 작가의 막내 캐릭터다.

올해 초 직접 창업한 스타트업은 작가의 시야를 넓혀주는 또 하나의 촉매제다. 패션브랜드의 상품을 디지털화하거나 각 메타버스 플랫폼 양식에 맞춰 변환해주는 업무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의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실험하고 있다. 산업과 예술, 그리고 창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활동은 작가의 열정과 상상력을 자극하여 서로에게 추진력이 되어주는 선순환을 만든다. 산업과 창업 분야에서 주로 다뤄지는 3D모델링이나 모션캡처 같은 기술이 캐릭터로 옮겨져 예술 분야에 적용됐던 것처럼 말이다. 박소희 작가는 현재 보유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더 과감하고 흥미로운 표현들에 적극적으로 도전해볼 계획이다. 향후 작가의 손을 거친 캐릭터가 추가된다면, 작가의 열정이 또 하나 추가됐다는 신호로 봄직하다. 작가가 그리는 예술 세계는 그렇게 풍성해지고 있다. 

“제가 깊은 철학과 사유를 통해 결과물은 만드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난해하게 꼬아놓는 것은 스스로도 내키지 않거든요. 그저 신선하고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단순명료하지만 참신하고 재미있는 비주얼을 만드는 작가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사진: 박소희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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