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술은 시대에 대한 헌사”…어느 아티스트의 디지털 활용법
‘아트 인 메타버스’展 콘스탄틴 파블로프 작가 인터뷰
“나의 예술은 시대에 대한 헌사”…어느 아티스트의 디지털 활용법
2022.08.11 14:01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회화는 가장 위대한 예술의 영역 중 하나입니다. 최근 들어 디지털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회화 작업을 통해 보다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죠.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통이 등장한 겁니다. 제 작업의 주제를 ‘시대에 대한 헌사’라고 표현하는 이유죠.”

콘스탄틴 파블로프(Konstantin Pavlov·31) 작가는 전통의 가치를 지키며 미래로 나아가는 아티스트다. 학창시절 내내 그림을 그렸던 내공을 바탕으로, 아날로그 예술에 기반을 둔 디지털 세계를 펼친다. 2014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아트 뮤즈 갤러리(Art Muse Gallery)’에서 열렸던 첫 개인전이나 2019년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던 ‘뉴 타임 전시회(New Time exhibition Moscow 2019)’ 등에서 보여준 모습 역시 미래를 향한 작가의 예술적 날갯짓이다. 가장 최근에는 신경망(neural network)을 활용하는 만화나 인물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디지털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에 꽂혀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창조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던 작가에게, 그가 창조하고픈 세상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콘스탄틴 파블로프(작가) 사진
콘스탄틴 파블로프(작가) 사진

-작가로서 자신의 성장 배경에 대해 소개해 달라. 
“지난 2013년에 스몰렌스크 주립대(Smolensk State University)에서 석사 학위(아트&디자인 학부)를 받았고, 이듬해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 시기를 굳이 따지면 그 즈음으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어린 시절부터 예술적인 환경 속에 있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어머니가 예술가이셨던 덕분에 어린 시절 내내 주변에 창조적인 사람들이 넘쳐났으니 말이다. 실제로 평생 그림을 그렸고, 전문적인 미술교육도 10년 넘게 받았다.” 

-오랜 교육과 경험을 통해 빚어진 자신만의 예술관이 있을 것 같은데.
“단계나 시기마다 집중했던 것은 조금씩 달랐지만, 늘 예술의 프리즘을 통해 세상을 인식하려 애썼다. 디자인 학부에서 있을 땐 예술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 디자인에 대한 흥미가 남달랐다. 관객을 예술의 세계에 더 몰입시킬 수 있는 공간의 통일성이 매력 있게 다가왔다. 2014년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전시회가 열렸던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The State Hermitage Museum)이 딱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공간과 미디어, 디자인, 유리창의 색까지 조화로이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주었다. 공간만큼 관심을 가지고 탐구했던 건 인물이었다. 오랫동안 현대 미술사를 공부했고, 모더니즘의 거장들의 스타일을 익혔다. 기성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그들의 창작 방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위대한 작가들의 작업을 흉내 내는 과정에서 나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우연히 탄생했다는 점이다.”

 

콘스탄틴 파블로프 작가는 최근 디지털 캐릭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_Сhimera_120x120cm_acrylic on wood
콘스탄틴 파블로프 작가는 최근 디지털 캐릭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_Сhimera_120x120cm_acrylic on wood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예술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작업이 더 활발하다고 들었다. 
“아날로그 예술에 기반을 둔 디지털 세계가 특별한 이유는,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가 진짜 세상에도 의미를 가진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의미는 역시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3D그래픽에 기반하는 현대 미술의 비중을 점차 늘려왔는데,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캐릭터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초월자로부터 태어난 캐릭터가 디지털 세계에서 삶의 연속성을 부여 받고, 특별한 존재로서의 지위를 얻는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참여한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회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해당 전시의 작품을 심사하고 선정하는 전문가 협의회의 존재 덕분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대단히 진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나 또한 진지하게 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랫폼에서 준비한 전시공간도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아무래도 전시 공간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큰 만큼 이런 부분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무엇보다 다소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캐릭터의 콘셉트 프로젝트를 선보이기에 적합한 무대라고 생각했다.”

 

신경망을 활용한 디지털 캐릭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스틸 이미지_FATE(2021)
신경망을 활용한 디지털 캐릭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스틸 이미지_FATE(2021)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출품작을 소개해 달라. 
“‘아마라의 탄생’이라는 제목의 비디오 작품이다. 쉽게 말하면, 내가 창조한 캐릭터의 세계관을 어필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선 신경망(neural network)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신경망은 사람이 머리를 쓰는 원리로 컴퓨터가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아마라의 초상화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번 수정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신경망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바로 그 대목에서 디지털 캐릭터로서의 특징적인 존재감이 부여된다. 캐릭터를 완성한 이후에는 3D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캐릭터의 스토리를 구축했다. 캐릭터가 살고 있는 미래 세계의 공간, 미학, 철학을 만드는 일이다. 이번 ‘아마라의 탄생’은 주인공이 미지의 한 실험실에서 깨어나는 즉석 영화의 첫 장면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한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동시대 디지털 기술이 대거 활용됐고,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도 필요했다. 기초적인 인물 초상화를 기반으로 3D 디자이너들과 세계관을 다듬었고, 게임 디자이너 팀은 가상의 마을 곳곳에 사이버펑크(Cyberpunk) 스타일을 배치했다. 오랜 시간 합을 맞춰왔던 음악 그룹 ‘PARC HOTEL’ 친구들은 프레임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스토리의 분위기를 독특한 사운드트랙으로 표현해줬다. 현재 우리는 아마라의 얼굴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3D모델로 구축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출품작_Birth of Amara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출품작_Birth of Amara

-전통 예술에서 디지털 예술로의 발 빠른 전개가 인상적이다. 디지털 예술에 대한 소회와 향후 포부를 밝혀 달라. 
“디지털 아트 프로젝트에 흥미를 느끼는 게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어린 시절 일본의 게임 개발자 이노 겐지의 세계관과 그가 구현한 가상세계에 큰 감명을 받기도 했다. 현재까지의 메타버스는 유토피아에 가깝다. 향후 다양한 병렬 생태계가 등장하며 더욱 풍성해질 것이고, 오락 혹은 미적 경험의 수단으로 적극적인 활용이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상황이 어떻게 변해도 예술가의 역할은 변하지 않는다. 가상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득력 있고 흥미롭게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세계를 ‘창조’한 예술가라는 이미지가 맘에 든다. 예전에는 그림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각 도구의 무기고가 훨씬 더 넓어진 셈이다. 앞으로도 나의 예술성과 성찰을 토대로 하는 쌍방향 가상 세계를 적극적으로 실현하여 독특하고 흥미로운 경험과 소통을 만들어 가고 싶다.”

 

/사진: 콘스탄틴 파블로프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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