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의 트레이딩시스템이 전산 장애로 인해 15시간 동안 접속이 중단돼 고객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분노한 여론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4시께 한국투자증권의 홈페이지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시스템 장애는 15시간 넘게 이어져 다음 날 오전 7시15분 쯤 해결됐다.
사측은 이번 접속 장애 원인에 대해 본사 전산 기계실의 전원공급 불안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주요 시스템을 긴급 점검하면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 정규장 마감 이후 발생한 전산 장애가 밤새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해졌다. 전일 오후부터 해외주식 피드(FEED)를 비롯해 모의투자 등에서 접속이 이뤄지지 않자 투자자들은 홍콩 등 글로벌 시세를 확인하지 못했다. 미국 증시 개장 이후에도 접속이 안 돼 외국 주식 보유자들은 보유한 미국 주식을 팔 수 없었다. 향후 투자자들과의 분쟁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태를 의식한 듯 한투증권은 이번 장애로 인한 재산상 피해에 대해 절차에 따라 보상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정일문 사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지난 9일 정 사장은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해 “이번 전산 장애로 인해 많은 고객분께 불편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8일 오후 4시경 당사 시스템 전원 공급의 문제로 회사 내부 시스템 접속이 중단되는 장애가 발생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구가 지연돼 정규장 마감 이후 시간 외 주문과 해외 주식 거래 등의 업무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9일 오전 7시 15분경 시스템은 모두 정상 복구가 됐으나, 이미 상당 시간 거래 불가로 고객분들께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고객분께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이같은 정 사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딩시스템 이용 고객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한투의 MTS를 이용하고 있는 한 고객은 "일괄 보상을 해도 모자랄 판에 피해본게 있으면 접수하라는 문자를 받았다"면서 "손실을 입었다고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증명해도 이걸 인정해줄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믿음이 안 가는 증권사"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전산 장애 원인을 파악해 사태에 대한 제재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전자금융감독규정 23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장애·재해·파업·테러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해도 업무가 중단되지 않도록 비상 대책을 수립해 운용해야 한다. 여기에는 백업 또는 재해복구센터를 활용한 재해 복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비하는 안도 포함된다.
전자금융감독규정은 금융투자 업체의 전산센터가 정상 운영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재해복구센터를 두고 3시간 내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전산센터 장애 원인을 포함해 재해복구센터가 시간 내에 운영되지 못한 사유 등을 살펴본 후 제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