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표정에 담긴 페이소스…“표현 통해 회복 경험해요”
‘아트 인 메타버스’展 황유야 작가 인터뷰
아이들 표정에 담긴 페이소스…“표현 통해 회복 경험해요”
2022.07.07 14:40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과거는 과거에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 현재에 영향을 미치죠. 벗어나려 발버둥치기 보단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쪽이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의 그림에 제가 느꼈던 유년 시절의 정서들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는 이유입니다.”

황유야(30) 작가는 아픔을 지닌 아티스트다. 십대 시절 시작된 우울증과 주변 환경의 부적응으로 인해 힘겨운 유년기를 보냈다. 그런 작가에게 미술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림에 매진하며 잡념을 떨쳤고, 표현에 집중하며 상처를 달랬다. 본격적인 회화작가로 나서며 담아내기 시작한 건 아이들의 표정이다.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해, “스스로의 삶에 미숙하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담담한 메시지를 건넨다. 작품 속 뾰로통한 아이들의 표정 속에 담긴 건 그럼에도 내딛을 수 있는 해소와 치유의 힘이다.

 

황유야(사진) 작가
황유야(사진) 작가

| 우리들 창백한 유년…예술을 위한 동력이 되다 
황유야 작가의 유년시절은 아슬아슬하게 흘러갔다. 소심한 성격 탓에 학교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고 말문은 늘 닫혀 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직접적인 건 가정에서의 불화였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불안했던 소녀가 안착할 수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학교에 가는 것조차 힘들어 했어요. 아예 등교를 거부한 적도 꽤 있었고요. 주변을 많이 지치게 했을 거예요. 부모님과 선생님의 애를 정말 많이 태우던 존재였던 거죠.” 

닫힌 마음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10대의 대부분을 무기력함 속에서 흘려보냈고, 그 사이 우울증 등이 심해져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때 받은 처방전 중 하나가 바로 ‘미술’이었다. 황 작가는 “오랜 입원 생활을 마치고 퇴원할 무렵, 보다 못한 어머니가 미술을 권유하더라”면서 “그 전까지 ‘소질 있다’는 소리만 몇 번 들었을 뿐, 미술을 제대로 접해 본 적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미대 입시를 거쳐 의상디자인 학과에 입학했지만, ‘마음고생’은 멈추지 않았다. 황 작가를 둘러싼 부정적인 환경들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여전히 혼자였고 여전히 우울했다. 휴학까지 해가며 간신히 2학년을 마쳤지만 거기까지였다.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그렇게 선택한 길이 프랑스 유학이었다. 황 작가 삶의 작은 ‘터닝포인트’가 만들어 지는 순간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키 위해 유학길에 올랐던 황유야 작가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키 위해 유학길에 올랐던 황유야 작가

타국에서의 적응은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바다 건너 비보들도 날아들었다. 그 중 하나가 마음을 나누던 친구의 죽음이었다. 황 작가는 “유일하게 정서적인 공유가 되었던 친구였다”면서 “너무 큰 상실감에 무언가에 매달리지 않으면 무너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고, 그때부터 슬픔과 상실감을 그림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혼자 방에 틀어박혀 친구를 추모하며 몰두했던 작업… 2016년 4월 프랑스 파리의 ‘Galerie Metanoia’에서 열린 첫 번째 개인전은 그 과정이 만든 성취이자, 스스로 작가로서 다시 태어났음을 선포하는 무대였다. 

“당시엔 고육지책에 가까운 선택이었어요. 슬픔을 떨치기 위해 온전히 빠져들 만한 게 필요했고, 할 수 있는 게 그림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개인전을 열고 보니 주변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요. 작업을 통해 뭔가 해소되는 것도 느꼈고요. 친구가 마지막으로 주고 간 선물 같았죠.”

 

| “받아들임으로써 자유로워지는 것이 나의 예술”
개인전 이후 방향성과 자신감을 얻은 황유야 작가는 이듬해 프랑스 ‘베르사유 미술학교’에 새로이 진학하며 작가로서의 삶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작업을 시작한 이후 한 결 같이 고수하고 있는 예술적 철학은 작품을 통한 치유와 해소다. 황 작가는 “과거의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어 표현하면서 오히려 묵은 아픔이 해소되고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우리가 가진 미숙함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것이 작업의 방향이며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축 첫돌’이란 회화 작품은 황 작가의 예술적 스탠스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이다. 자신의 첫돌 사진을 그대로 그려 낸 것으로,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현재에 영향을 준다’는 철학을 담백하게 표현했다. 

“첫 돌 때 제가 자꾸 울기만 해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대요. 그런 저를 어르고 달래가며 힘들게 찍은 사진인 거죠. 사진 한 장에 고스란히 담긴 상황과 정서를 최대한 똑같이 표현하려고 했던 작업이에요. 여러 의미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그림입니다.”

 

Happy 1st Birthday(1)_2022_종이판넬 위에 8B연필과 검은 과슈_117x91cm
Happy 1st Birthday(1)_2022_종이판넬 위에 8B연필과 검은 과슈_117x91cm

해당 작품이 더 찡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작품 속 주인공의 표정이 작가가 어린 시절 느꼈던 우울과 고난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작품의 의도와 의미가 한껏 빛난다. 황유야 작가는 “있는 그래도 나를 받아들이는 게 앞으로 내가 달라질 수 있는 단초”라며 “그래서 내 작업은 해소이자 치유의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황 작가의 ‘표현을 통한 치유’는 이어졌다. 해당 전시에서 소개된 작품 ‘네가 조금도 울지 않으니 나는 더 슬퍼져’는 목 놓아 우는 아이와 무표정하게 이를 달래는 아이를 등장시켜, “차마 울지 못하고 감정을 억누르는 아이가 더 슬프게 느껴진다”는 메시지를 표현한다. 이 역시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자신에 대한 자조적 관점을 투영한 그림이다. 황 작가는 “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아이다운 표정’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며 “직접 그린 인물을 사진촬영 한 후 사진이 움직이는 효과를 부여해 감정을 극대화시킨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네가 조금도 울지 않으니 나는 더 슬퍼져(I Get Sadder Because You Don't Cry At All)_2021_종이 위에 8B 연필과 검은 과슈_표정효과 비디오
네가 조금도 울지 않으니 나는 더 슬퍼져(I Get Sadder Because You Don't Cry At All)_2021_종이 위에 8B 연필과 검은 과슈_표정효과 비디오

| 그릴 수 있는 것으로 행복…오래오래 행복할래요
지난해 11월, 황유야 작가는 6년여의 프랑스 유학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했다.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훌쩍 떠난 유학길이었지만, 그 길을 통해 안정감이 생겼고 방향성이 정해졌다. 가장 어려운 순간에 위로와 자신감을 주었던 ‘미술’을 통해서다. 이는 향후 작가의 활동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귀국과 동시에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 공모 및 전시에 참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황 작가는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던 공모였는데 생각보다 훨씬 크고 대단한 무대여서 놀랐다”면서 “회화작가라는 정체성이 있지만, 향후 디지털‧미디어 아트의 영역에서도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귀국하여 회화작가로 활동 중인 황유야 작가
지난해 귀국하여 회화작가로 활동 중인 황유야 작가

황유야 작가는 다가오는 8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우리들 창백한 유년>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웃거나 찡그리거나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의 표정들을 화폭에 담아낼 예정이다. 그중에는 오래된 사진첩 속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도 포함된다. 또래들과 비교해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그 표정은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작품의 주제가 되며, 해소와 치유의 매개체가 된다. 작가는 그렇게 과거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예전 어느 은사께서 ‘그저 그릴 수 있다는 자체로 행복하다면 작업을 오래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이제 그 말을 이해할 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누구보다 오래오래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황유야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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