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술은 마음 치료제’…감정의 회복을 꿈꾸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홍경수 작가 인터뷰
‘나의 예술은 마음 치료제’…감정의 회복을 꿈꾸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2.07.05 10:02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자극적인 시각매체가 넘치는 시대잖아요. 이를 ‘순화’할 수 있는 작업을 필요로 했어요. 그래서 분노, 좌절, 쾌락이 아닌 기쁨, 활기, 평안 같은 감정을 주로 시각화하죠. 궁극적인 목표는 좋은 마음의 회복입니다. 그게 예술의 본질이라고 믿으니까요.”

홍경수(34)작가는 선(善)을 추구하는 예술가다. 전업 작가로 우뚝 서기까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선한 예술을 통해 감정의 회복을 추구한다’는 신념만은 굳게 지켰다. 어느덧 8년차, 음악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평면 회화로 옮기는 작업방식을 통해 극히 소소한 감정들을 소중하게 되살린다. 갈수록 혼탁해지는 세상에서 홍 작가가 규정한 예술의 소명은 ‘내적인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로서의 길이다. 

 

홍경수(사진) 작가
홍경수(사진) 작가

| “내가 될까?”…두려움 뚫고 나온 재능
홍경수 작가의 어린 시절을 지배한 정서는 ‘호기심’이었다. 처음 접하는 것은 뭐든 신기하게 다가왔다. 초등학생 시절, 소년의 호기심이 정통으로 조준한 곳이 바로 미술이었다. 

“원래 이미지 보는 것 자체를 좋아했어요. 그중에서도 미술 작품은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형과 함께 종종 미술 작품을 보러 다녔어요. 당시 ‘최애’ 취미였죠.”

보는 걸 워낙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레 표현하는 것도 쉬워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직접 그림을 그려 만화책을 만들어보기도 했다”고 귀띔할 정도.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워낙 특별하게 다가왔던 미술이기에, 미술가 역시 ‘특별한 사람들’의 몫으로 치부했다. 예술의 길을 불안정하게 보는 부모님의 시선도 한몫했다. 공대에 진학해 안정된 직장을 얻으려는 선택, 여느 수험생들과 다르지 않은 행보였다. 

얄팍했던 고민은 금세 민낯을 드러냈다. 홍경수 작가의 예술과 표현의 갈망을 채우기에 공학도의 길은 너무도 지루했다. 한계에 직면하자 빠르게 칼을 뽑아 들었다. 자퇴에서 입대까지 숨 가쁘게 이뤄졌다. 홍 작가는 “군 전역 후까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며, 정말 잘 하는 게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해봤던 시기”라고 회상했다.

 

홍경수 작가의 드로잉 작품_Proud_Pencil on Paper_21x29.7cm_2017
홍경수 작가의 드로잉 작품_Proud_Pencil on Paper_21x29.7cm_2017

군대를 마칠 때까지 답을 찾지 못했던 홍 작가는 이후 3년 간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가장 동경했던 음악 분야에 직접 뛰어들어 뮤지션이 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보기도 했고, 사회 생활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이렇다 할 만 한 성과는 없었다. 

“그때 마침 ‘아시아프(ASYAAF)’ 공모전이 눈에 들어왔어요. 제가 매년 보러 갔던 미술 전시회였죠. 벼랑 끝에 몰리니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2014년부터 겸허한 마음으로 참가한 ‘아시아프’ 공모전은 그의 인생 항로를 바꿔주었다. 계속 되는 고배속에서도 실의에 빠지기는커녕 의욕이 더해져만 갔다. 출품작을 접한 주변 지인들의 인정과 격려가 당선보다 큰 힘이 됐다.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예술이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듯 했다. 닿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튤립아트랩’이라는 예술가 모임에 소속돼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전시장을 들락거렸던 소년은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전시장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2017년 12월에 열린 홍경수 작가의 첫 개인전 현수막 사진
2017년 12월에 열린 홍경수 작가의 첫 개인전 현수막 사진

 

| 음악으로 시작해 미술로 완성되다  
2015년, ‘The Art’라는 그룹전을 통해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한 홍경수 작가는 이후 다양한 전시를 기획‧개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일련의 작업은 감정의 본질을 시각화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홍 작가는 “극히 일상적이며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감정을 표현하려 애쓴다”면서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감정의 회복이며,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자극적이며 선정적인 화면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선한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세상에 안정을 부여하고 싶다는 다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음악과의 접점이다. 한때 밴드의 보컬리스트를 꿈꿨을 정도로 음악의 열정이 가득했던 홍 작가는 음악을 통해 얻은 영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작업 프로세스를 고수한다. 

“클래식, 재즈, 힙합, 소울, 팝 등 다양한 장르에서 영향을 받죠. 음악을 듣다가 특정한 ‘울림’을 느끼면, 수십 수백 번을 다시 들으면서 그 속에 담긴 희망적 메시지를 포착하려 합니다. 제가 원하는 표현이 나올 때까지, 마치 조각을 하듯이 말이죠.”

‘Adore You’는 홍 작가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회화 작품이다. 영국 출신의 가수 해리 스타일스가 발표한 동명의 곡이 영감의 진원지다. 홍 작가는 “음악을 들으면서 사랑하는 무언가를 향해 생명력을 부여하는 이미지가 떠올랐다”면서 “그런 사랑의 가치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다 보니, 개인적으로 키워 왔던 꽃나무를 보살피는 모습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dore You_종이에 오일파스텔_57x76.5cm_2021
Adore You_종이에 오일파스텔_57x76.5cm_2021

지난 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홍경수 작가가 화폭에 옮겨 담은 선율은 빛을 발했다. 해당 전시에서 홍 작가가 선보인 ‘Something About Us’는 프랑스 출신의 일렉트로닉 뮤직 듀오 ‘다프트 펑크’의 곡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빛으로 가득한 기념비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홍 작가는 “사랑은 고백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며 “작품 속 추상적인 기호들은 사랑의 공기를 의미하며, 그 공기에 둘러싸여 사랑을 고백하는 두 사람을 측면 드로잉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작품은 감정의 회복을 중시하는 작가가 ‘원픽’으로 꼽는 작품이기도 하다. 홍 작가는 “Something About Us라는 곡을 너무 많이 들어서 귀가 지치기도 했지만, 처음 의도한 대로 잘 표현된 것 같아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Something About Us_Oil Pastel on Paper_60X73cm_2017
Something About Us_Oil Pastel on Paper_60X73cm_2017

 

| 작품에선 작가가 보인다…“착한 작가로 기억 될래요”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아티스트로서의 삶. 소박하지만 소신 있게 활동해 왔던 그에겐 여전히 관객과의 접점이 귀하다. 그가 사비까지 들여 매년 기획전을 열고 있는 것도 작품을 통한 소통에 목마르기 때문이다. 홍 작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전시장에 와서 ‘내 작품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고 말해줄 때면 내 선택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충만해진다”고 귀띔했다. 지난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가 보다 특별하게 다가왔던 이유도 그래서다. 홍경수 작가는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자리라면 작가로서 주저할 이유가 없다”면서 “전시는 물론, 홍보와 작가 소개에도 열정을 쏟는 주관사 ‘아츠클라우드’의 활동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새벽의 어두움이 드리우지만 저마다의 활기를 잃지 않음을 표현한 작품_Midnight Blue_Oil Pastel on Paper_107x83cm_2018
새벽의 어두움이 드리우지만 저마다의 활기를 잃지 않음을 표현한 작품_Midnight Blue_Oil Pastel on Paper_107x83cm_2018

어느덧 8년차 전업 작가가 됐지만, 여전히 작가로서의 포부는 소박하다. 만인의 감정 회복을 위해 선한 감정만을 다루는 착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 우리가 선하고 평범하게 느끼는 것들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사랑의 감정선’이라는 믿음의 발로다. 

“음악을 들으면 그 가수가 어떠한 사람인지 느껴져요. 미술도 마찬가지죠. 작품에선 작가가 드러납니다. 진정성 있는 선한 작품을 위해 저 자신부터 선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겁니다. 훗날 관객들이 저를 ‘선한 예술가’로 기억해준다면 너무나 뿌듯할 것 같아요!(웃음)”

 

/사진: 홍경수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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