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상상은 작품이 된다…초현실을 창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이시우 작가 인터뷰
그의 상상은 작품이 된다…초현실을 창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2.06.27 11:27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건 자유로운 아름다움이에요. 오감을 통해 얻은 영감을 자유롭게 표현하죠. 딱히 정해놓은 주제나 특별히 선호하는 방식도 없어요. 자유로워야 더 많은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즐겁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시우(30) 작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아티스트다. 자유로운 상상을 디지털 영상 이미지로 구현해 세상에 없던 비주얼을 선보인다. 색다르고 낯선 풍경 속에 담긴 건 우리네 익숙한 감정이다. 때론 엉뚱하고 유쾌한 즐거움을, 때론 진지하고 묵직한 울림을 자아낸다. 작가가 펼쳐 내는 ‘현실과 초현실의 콜라보’에 보다 쉽게 공감하고 깊이 감동하는 이유다. “세상에 없는 이미지를 만들 때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이 작가의 머릿속에선 늘 총천연색 꿈이 펼쳐진다.

 

이시우(사진) 작가
이시우(사진) 작가

| 표현에 진심인 남자…그의 예술적 진화 
이시우 작가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고 주변의 호응과 관심도 얻다보니, 시나브로 창조적인 열정과 역량의 무게감이 더해졌다.  

“그림을 그렸을 때 주변의 ‘리액션’이 유별나게 좋더라고요. 그런 반응이 저를 한껏 고무시켰죠. 어린 나이였지만 창작을 통해 존재감이나 정체성을 확인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창작자의 진로를 따르고 있더라고요.(웃음)

창작과 표현의 경험이 켜켜이 쌓이면서, 조금 더 구체적인 ‘비전’도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무렵, 자신의 상상을 움직이는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업에 특히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영상디자인’의 세계에 입문했다. 이 작가는 “그림을 오래 그리다보니 내가 창조한 그림 속 오브제들이 더 자유롭고 현실적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겼다”면서 “많은 디자인 계열 학과들 중에서도 영상디자인이 가장 적합한 분야라고 생각해 전공을 선택했다”고 회상했다. 

작금의 디지털 시대에 영상디자인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했다. 상업 광고‧홍보 영상부터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까지 시장은 넓고 수요도 많았다. 하지만 이시우 작가에게 그런 시대적 배경은 큰 의미가 없었다. 보다 기발한 상상, 보다 재미있는 표현, 보다 자유로운 창작에 꽂혀 있을 뿐이었다. 

“학과 동기들은 일찌감치 취업을 위한 영상 작업에 매진하더라고요. 하지만 전 그냥 제가 재미있겠다 생각하는 것만 주야장천 만들었어요. 아침에 길을 걷다가 뭔가 떠오르면, 저녁 때 표현해봐야 직성이 풀렸죠. 대부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제 상상 속 이미지들이었어요.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업했죠.(웃음)” 

 

이시우 작가의 애니메이션 ‘시우時雨’. 자신의 이름을 본 따 ‘시간의 비’에 관한 이야기를 표현했다.
이시우 작가의 애니메이션 ‘시우時雨’. 자신의 이름을 본 따 ‘시간의 비’에 관한 이야기를 표현했다.

작품의 원천이 작가 개인의 상상력이다 보니, 그 어떤 경험이나 깨달음, 심지어 잡념조차 ‘작품화’가 가능해졌다. 넷플릭스에서 본 장면 하나가 ‘트리거’가 되기도 하고, 인상 깊게 들었던 음악의 한 구절이 힌트를 주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물체의 크기나 색깔, 물성 같은 것들도 자유롭게 변주된다. ‘Moon River’같은 작품은 작가의 몽상이 구현된 대표적인 사례다. 매일 모양이 조금씩 달라지는 달을 올려다보면서 ‘저걸 내가 가질 수는 없나’하는 맹랑한 상상으로 접근한 작업이다. 달빛을 이용해 달의 위상변화와 파도치는 별 가루를 초현실적으로 표현했고, 이를 한 공간에 가둬 마치 달과 별을 소유한 느낌마저 선사한다.

 

달을 향한 작가의 상상력을 표현한 영상 작품_Moon River_1분44초
달을 향한 작가의 상상력을 표현한 영상 작품_Moon River_1분44초

‘표현에 진심’인 이시우 작가의 작업은 학창시절 내내 계속됐다. 졸업 후엔 ‘다양한 크리에이티브를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회사를 골라 입사했다. 현재 이시우 작가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스크린이나 프로젝터에 영상과 정보를 표시하고 네트워크로 원격 관리하는 융합 플랫폼) 분야의 전문 디자이너로서 활약하는 동시에, 디지털 영상 아티스트로서도 왕성한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 확장되는 디지털 아트의 세계…“할 일이 더 많아지네요”
현재 이시우 작가의 작업은 크게 디지털 사이니지, 애니메이션, 인터렉션 디자인 등으로 나뉜다. 작품을 지배하는 공통된 정서는 ‘초현실주의’다. 대부분 상상에 기반한 이미지가 펼쳐지다 보니 현실적인 풍경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최근 관심이 커지고 있는 디지털 아트와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시간을 쪼개 묵묵히 개인 작업을 이어오던 그가, 본격적으로 ‘아티스트’의 행보를 시작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 작가는 “디지털 아트의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크고 작은 기회가 지속적으로 주어지고 있다”면서 “실제로 ‘함께 디지털 작업을 해보자’는 원화 작가들의 의뢰가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한 NFT마켓과 전속작가 계약까지 이뤄내며 보다 안정적인 작업 여건을 마련했다.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온 진득함이 시대의 요구와 만나며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빛으로 표현되는 작가의 이름_Siwoo時雨_with Light_21초
빛으로 표현되는 작가의 이름_Siwoo時雨_with Light_21초

지난 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역시 이시우 작가의 축적된 세계관이 빛을 발한 무대다. 이 작가는 “작가 이름표를 붙인 작품으로 전시회에 참여한 것은 이번 ‘아트 인 메타버스’전이 처음”이라며 “한 명의 아티스트로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면에서 보람과 용기를 함께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라고 밝혔다. 

이 작가가 해당 전시에서 선보였던 작품은 ‘Water Umbrella’라고 이름 붙여진 디지털 영상물이다. ‘물로 이루어진 우산’을 표현하기 위해 ‘Houdini’와 ‘Mantra’, ‘After Effect’ 등의 영상 연출 프로그램들을 사용했으며, 디지털 아트의 다양한 기법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우산이 펴지고 접히고 회전하는 움직임에 맞춰 물방울들의 흥겨운 군무가 펼쳐지는 광경을 흥미롭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아트 인 메타버스' 展 출품작_Water Umbrella_15초
'아트 인 메타버스' 展 출품작_Water Umbrella_15초

이 작품 역시 작가의 ‘엉뚱발랄’한 상상으로부터 시작됐다. 이시우 작가는 “어느 날 우산을 쓰고 가다가 ‘물을 막으려고 쓰는 우산 자체가 물이 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면서 “이런 상상을 마치 물을 머금은 우산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듯 물을 털어내는 움직임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아트 인 메타버스>전시는 이시우 작가에게 새로운 막이 활짝 열렸음을 의미하는 무대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왔다”던 그의 작업이 개인적인 만족을 넘어, 소통의 채널이자 감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시우 작가는 아츠클라우드의 <아트 인 메타버스> 공모전을 계기로 다양한 공모와 전시 참여 등 작가로서의 활동을 점점 확장해 나가고 있다. 

 

| 스타일 없는 게 스타일…개성보단 다양성으로
이시우 작가는 천생 창작자다. 작업할 때 가장 즐겁고 신이 난다. “지난한 학창생활이나 고된 사회생활 모두 창작의 즐거움을 통해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예술가의 길로 분연히 나선 지금은 동기부여와 목적의식까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은 책임감보단 즐거움에 방점을 둔다. 자칫 예술적 무게감에 갇혀 자유롭고 다양한 자신의 장점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이 작가는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하고, 가볍기도 하고 심오하기도 한 다양성이 내 작업의 미덕”이라며 “마치 음악을 골라 듣는 것처럼 기분에 따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우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는 ‘자유로운 다양성’이다.
이시우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는 ‘자유로운 다양성’이다.

‘크리에이티브’라는 이정표를 따라 발걸음 옮겼던 그는 비로소 새로운 길을 마주했다. 독특한 상상과 표현에 대한 욕구는 그를 ‘기술자’에서 ‘예술가’로 변모시켜 주었다. 이를 통해 더해진 바람은 소박하다. 작업자가 즐거운 만큼, 관객도 즐겁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디지털 아트의 세상은 참 흥미로워요. 표현하고자 한다면 무엇이든 표현될 수 있으니까요. 예술 분야를 어렵거나 이해하기 힘드셨던 분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앞으로 ‘그 작가 작품 참 좋더라’는 말 한마디씩 들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 이시우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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