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대신 집수리 봉사로 마음 전해요" 인천 강화 봉사 현장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대신 집수리 봉사로 마음 전해요" 인천 강화 봉사 현장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대신 집수리 봉사로 마음 전해요" 인천 강화 봉사 현장
2015.02.17 19:29 by 조철희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대신 집수리 봉사활동!!“따뜻한 설날 보내세요~” 

발렌타인 데이이자 설 명절을 코앞에 뒀던 지난 2월 14일, 시각은 오전 7시를 가리키지만 아직은 겨울이 한창인 듯 컴컴한 새벽녘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주말의 도심 아침은 여느 때보다도 더욱 한산한 풍경인데, 서울 강남구의 역삼역 근처는 사람들로 분주한 모습입니다. 모두 집수리 봉사를 위해 멀리서는 대구 부산 등 전국에서 몰려온 봉사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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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온 이유요?  글쎄요… 이제는 그냥 당연히 오게 되는 것 같아요.”  

추운 날씨에 주말까지 반납하고 새벽 같이 달려온 이유를 묻자, 류효정(22)씨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효정씨는 희망브리지 집수리봉사에 2년째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봉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쉴틈 없이 바로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봉사도 그녀의 삶의 일부가 된 듯합니다.  

지난 14, 15일 양일간, 희망브리지는 옥션과 함께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재난위기가정을 대상으로 집수리봉사를 하는 제8차 나눔하우스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이번 봉사는 이벤트 소비성 발렌타인 데이를 진정한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볼런티어(Volunteer) 데이로 바꾸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모두 106명의 봉사자들이 참여해 도배, 장판교체 등 집수리와 벽화 봉사를 실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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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은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68%에 이르는 곳입니다. 젊은 학생 여러분이 이렇게 찾아주니, 이번 주말은 훨씬 더 활기찬 강화도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찾아갈 가구는 우리 지역 안에서도 정말 어렵게 살아가는 분들이 지내는 곳입니다. 날씨는 춥지만, 부디 나의 이웃이라 생각하시고 오늘, 내일 힘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14일, 강화군청에서 진행되었던 발대식에서 박순기 복지지원실장이 감사와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제8차 나눔하우스의 대상가구는 면사무소 사회복지사들의 추천과 강화군, 희망브리지의 협의를 통해 봉사자들의 손길이 시급히 필요한 세대부터 우선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106명의 봉사자들은 집수리 10개팀, 벽화팀으로 나뉘어 강화도 전역 곳곳으로 흩어져 활동을 개시했습니다. 

그중 2조 봉사자들은 강화도 남쪽 길상면의 한 집을 찾았습니다. 군청이 있는 강화도 중심지로부터 차로 20여분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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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익숙하게 대하시는 것 같아서 내색은 못 했지만 처음 들어와서 보고는 사실 놀랐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추운데 보일러가 안 들어오는 집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이날 집수리봉사에 처음 참여한다는 한상규(26)씨가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눈으로 확인한 모습은 예상보다도 더욱 열악했습니다. 곳곳에 금이 가거나 깨진 유리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철제로 된 천장과 거실 벽면에 손을 대 보니 차가운 냉기가 그대로 전해옵니다. 숨을 쉴 때마다 입김이 선명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섯 식구가 보일러도 없는 곳에서 연탄난로 두 대와 가스난로, 전기장판만으로 근근이 버텨왔다고 합니다. 아직도 이 가족의 남은 겨울이 길게만 느껴집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봉사자들은 바삐 움직입니다. 서로 역할을 분담해 내부를 정리 정돈하여 작업 공간을 확보하고, 트럭에서 자재를 내리고, 줄자로 견적을 내 벽지와 장판을 재단합니다. 이날 2조 봉사자들이 벽지와 장판을 새로 할 공간은 거실과 방 세 칸으로 결코 만만한 작업량이 아니었습니다. 7명의 봉사자들은 저녁 6시까지 끝마치는 것을 목표로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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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겨울이 작업하기엔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일단 손이 얼어버리면 작업도 더디고 부상의 위험도 커지거든요.” 

이날 봉사에 참여한 강영은(23)씨가 이야기했습니다. 겨울철 봉사에는 특히나 여러 제약이 있는 듯했습니다. 영은씨는 재단한 장판을 만져보면서는 “날씨가 추워 장판이 얼어 깨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추운 날씨가 자재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입니다. 그는 지난 2012년부터 희망브리지 봉사단에서 활동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햇수로는 4년차로 2조 안에서 봉사경력으로 선배 축에 들었던 만큼, 다른 봉사자들에 조언도 아끼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쪽에 제대로 안 발렸는데, 그러면 나중에 벽지가 떠버려요. 저는 도배에서 풀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지만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오늘 처음 온 봉사자가 도배를 시작하려하자 영은씨는 “벽지가 풀을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다른 벽지를 손에 쥐어줍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최병심(27)씨도 “수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풀칠한 벽지는 비닐봉투에 넣어 둬야 한다”며 거듭니다. 이날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희망브리지와 연계한 대학교 봉사동아리에서 집수리 봉사를 해온 학생들입니다. 수년간 수백시간을 집수리봉사에 쏟으니 이제 전문가가 다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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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가 조금 넘어선 시간, 방 두 곳의 도배와 장판이 얼추 끝났습니다. 2조 봉사자들은 작업이 끝난 한쪽 방에 둘러앉아 점심도시락을 열었습니다. 오전의 서먹했던 분위기도 잠시, 몸을 부대끼며 일하다 보니 벌써 많이 친해진 모양입니다. 취업걱정부터 얼마 전에 있었던 수강신청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최병심씨는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친해지는 것도 집수리봉사의 재미”라고 말합니다.

40분여의 짧은 휴식을 가지고 작업은 다시 시작됩니다. 벽과 천장이 새로운 벽지로 하얗게 변해갈 때쯤, 한쪽에서는 바닥의 헌 장판을 걷어내고 새 장판을 깔기 시작합니다. 조금 여유를 두고 재단한 장판을 균형을 맞춰 바닥에 배치한 후, 벽과 맞닿는 부분을 잘 눌러 접어 남는 부분을 칼로 잘라내는 방식으로 작업이 진행됩니다. 날씨가 추워 행여 장판이 깨지지는 않을까 다들 조심스럽게 작업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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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 작업이 한창일 때 한편에서는 도배할 때 쓰는 정배솔과 손걸레, 가위 등을 물에 씻으며 집기를 정리합니다. 하루 종일 펼쳐졌던 집수리봉사도 마무리가 되는 시점이지요. 이날 처음 집수리봉사에 참여한 한상규씨는 “처음엔 언제 다 할 수 있을지 막막했고,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 방해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이렇게 바뀐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과 몸을 쓰며 일하니 힘들기보단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다음날인 15일까지 이틀간 이어진 제8차 나눔하우스는 강화군 21세대에 집수리봉사를 실시했고, 각 가구마다 전기장판과 쌀을 지급했습니다. 강화읍에 위치한 덕신고등학교에는 멋진 벽화도 선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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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변수나 소소한 실수는 있었을지언정, 어느 누구의 이기심도 찾아볼 수 없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두가 남을 위한다는 같은 마음을 가지고 함께했기 때문이겠지요. 덕분에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차질 없이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희망브리지의 재난위기가정 집수리봉사는 대학생팀 및 직장인팀 봉사자들과 함께 전국 곳곳에서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이번 봉사에 참여했던 최병심씨의 말을 전하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이번 봉사는 감회가 남달랐어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강화도에서 나고 자라셨거든요. 명절을 앞두고 강화도에서 따뜻한 마음도 충전하고, 더욱 활기찬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돌아가는 것 같아요. 많은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저희가 다녀간 집에 사시는 분들도 조금이나마 더 쾌적한 곳에서 따뜻한 설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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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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