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끊긴 구도심에 피어난 희망, 대전 중구 집수리 봉사 현장
발길 끊긴 구도심에 피어난 희망, 대전 중구 집수리 봉사 현장
발길 끊긴 구도심에 피어난 희망, 대전 중구 집수리 봉사 현장
2015.08.28 18:41 by 조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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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하고 나면 다시는 못할 것 같을 정도로 힘이 드는데, 한 달에 몇 번씩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여기저기서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던 직장인 봉사자들의 칭찬세례가 이어졌습니다. 하루 종일 고된 집수리봉사를 함께 하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을 다시 보게 됐다”고 많은 분들이 흐뭇해하셨죠. 20대부터 50대까지, 75명의 봉사자들이 한마음으로 뭉쳤던 이날 현장은 단순한 봉사 현장을 넘어 세대 간 화합의 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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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대전광역시 중구에서 희망브리지의 대학생 집수리 봉사단 50명과 한화손해보험 충청지역본부 임직원 25명이 한데 모여 재난위기가정 희망하우스 자원봉사를 실시했습니다. 중구 소재 10개 가구에 새로 도배를 하고 장판을 교체했고, 방충망‧형광등 등 수리가 필요한 집안 구석구석까지 봉사자들의 손길이 미쳤습니다.


케케묵은 냄새 진동하는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할 여력 없는 소외계층 10세대에 집수리봉사 시행

이날 봉사의 시작을 알린 발대식에서 박용갑 대전광역시 중구청장은 중구를 ‘자식들을 키우느라 허리도 꼬부라지고 몸도 쇠약해진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에 비유했습니다. 중구는 대전의 구도심이자 가장 낙후된 곳 중 하나였는데요. 번화가에서 조금만 들어가자 달동네와 같은 풍경이 펼쳐졌지요. 곳곳에 재난피해로 가장이 일찍 사망한 가구, 자녀를 홀로 키우고 있는 시각장애 1급 장애인 가구 등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방 구석진 곳이나 가구 뒷면, 창문 아래에 곰팡이가 가득한 모습입니다. 낡고 오염된 벽지가 케케묵은 냄새를 내뿜으며 주거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중 성용화(48‧가명)씨는 정신장애 3급을 가진 분으로,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신 후 혼자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지은 지 40년은 족히 돼 보이는 낡은 아파트가 산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었는데요. 마을 아래로 대전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지만, 용화씨는 그곳과 단절된 채 홀로 집안에서만 생활해왔다고 합니다. 봉사단이 찾은 실내의 모습은 상당히 어두웠습니다. 언제 도배를 했는지 모를 정도로 낡아 누렇게 뜬 벽지며, 하루의 대부분을 지냈을 방 구석구석은 곰팡이가 가득 메워 실내 공기는 상당히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용화씨 댁에서는 희망브리지 봉사단 4명과 한화손해보험 임직원 3명이 집수리 봉사를 실시했습니다. 가구와 가재도구 등을 집 밖으로 빼내고 한쪽에서는 낡은 벽지를 뜯어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빠르게 치수를 재고 벽지를 재단했습니다. 거실과 방 두 칸, 20평 가까이 되는 실내 도배와 장판 교체를 하루에 다 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봉사 경험이 많은 조장 김용주(23)씨가 중심을 잘 잡아주는 모습입니다. 그는 지난 7월 중순부터 14박15일간 이어진 제5회 집수리로드에 참가한 이후, 8월 말까지 매주 집수리 봉사에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열성인데요. 새내기 대학생 봉사자들과 한화손해보험 임직원 등 집수리 봉사 경험이 많지 않거나 아예 처음인 봉사자들이 많아 일일이 가르치며 작업을 이끌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이날만큼은 나이도, 직위도 모두 내려놓고 집수리 봉사에만 열중했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친 덕분에 빠듯했던 지방 일정도 무사히 소화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날 대전은 섭씨 30도까지 오르며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찌는 듯한 실내에서 온 몸이 땀에, 끈적한 도배풀에 범벅이 되기 일쑤지만 봉사자들 누구 하나 힘든 내색 없이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그중 유독 밝은 표정의 새내기 대학생 김경희(20)씨는 집수리 봉사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제가 주거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아서 고등학생 때부터 포인트 벽지를 붙이는 봉사 등 관련 봉사를 계속 해왔어요. 대학도 주거환경학과로 진학했고요. 본격적인 집수리 봉사를 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대학에 와서 희망브리지 봉사단에 들게 돼 소원 성취한 셈이죠. 생각만큼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작업이 끝난 뒤에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 기분이 정말 상쾌하고 보람돼요.” 

경희씨는 이날 집수리 대상가구도 “도배 장판만 새로 하면 케케한 냄새가 씻은 듯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길고 무거운 장판을 깔 때 등 아직 서툰 작업을 해나갈 때에는 선배 봉사자들의 조언에도 누구보다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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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도심에 젊은 활기를!’
희망하우스 벽화봉사 

같은 시각 대전 중구 동서대로 일대에서는 미술 전공자들의 벽화 봉사도 함께 진행됐습니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풍경이 채워져 가는 벽면은 파란색과 흰색의 조화로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허은영(22)씨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희망브리지 벽화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무엇이 그를 계속해서 봉사현장으로 이끄는 것일까요? 

“벽화 봉사를 하면 도시를 떠나 시골이나 한적한 동네로 많이 가게 돼요. 그곳에서 바람도 맞으면서 햇볕도 쬐면서 벽에 대고 붓질을 하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꼈어요. 동네 주민분들의 온정도 한가득 느낄 수 있어요. ‘정말 예쁘다’, ‘잘 한다’는 말씀 해주시면 정말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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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동네 분들이 간식거리를 한 아름 쥐어주신 통에 다 먹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은영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대전 중구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3%로 대전 시내에서도 고령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지역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젊은 감각의 벽화가 들어서면서 동네 분위기도 한층 생기를 되찾을 전망입니다.


나이와 직위는 잠시 내려놓고…
‘온전히 봉사자로 하나 됐던 시간’

22일 하루 동안 대전 중구에서 펼쳐진 10세대 집수리 봉사와 벽화 봉사는 오후 7시가 다 되어서야 종료됐습니다. 수도권 대학생 봉사자들은 아침 6시경에 대전행 버스에 오르는 등 봉사자들 대부분이 반나절 이상을 꼬박 밖에서 보내며 쉴 새 없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많게는 매 주말마다 집수리 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도 드물지 않았는데요. 조은영(21)씨는 먼저 사회에 진출한 인생 선배들과 함께해 이날 봉사가 조금은 특별했다고 말합니다. 

“항상 같은 또래들과 작업하다가 오늘 한화손해보험 직원분들과 함께 한 게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아무래도 먼저 인생을 산 선배들이어서 그런지 좋은 말씀을 많이들 해주셨어요. 벌써부터 취업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직접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어떤 마음가짐으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이야기를 해주셔서 특히 감사했어요.”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재난위기가정 희망하우스 자원봉사는 오후 7시경에야 종료됐습니다. 새하얀 벽지와 깨끗한 장판이 거주자에게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선사할 것입니다.

회사에서만 시간을 보내다 주말 하루를 반납하고 봉사에 참여한 한화손해보험 충청지역본부 직원들에게도 특별한 하루로 남을 듯합니다. 구자춘 한화손해보험 서대전지점장은 “공부하느라 봉사활동 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젊은 친구들이 정말 멋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희망브리지와 연계한 집수리봉사가 진행된다고 들어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선기 충청지역본부장도 이날 하루 본부장이라는 직위를 내려놓고 두 팔을 걷어붙였는데요. 이 본부장은 대학생 봉사자들과 함께 땀흘린 소감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직접 도배‧장판을 해보니 만만한 일이 아닌데, 대학생 봉사자들이 일도 잘 하고 무엇보다도 즐겁게 하는 것 같아 보기가 좋았습니다.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봉사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니 어딜 가서 무엇을 하든지 정말 잘 하겠다는 믿음도 느껴졌고요. 같은 또래의 자녀가 있는데 지금까지 자녀들과는 공유해보지 못한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꼭 한번 시켜보고 싶은 봉사입니다.” 

지난 3월 업무협약을 맺은 희망브리지와 한화손해보험은 8월 대전을 시작으로 9월 대구, 10월 부산지역에서 재난위기가정 희망하우스 자원봉사를 차례로 전개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희망브리지와 연계한 전국 10여개 대학 봉사동아리의 정기봉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집수리 봉사를 통해 희망을 전하는 희망브리지의 행보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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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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