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술은 유쾌한 비틀기…“달리 보면 더 특별해지죠”
‘아트 인 메타버스’展 YJ 작가 인터뷰
나의 예술은 유쾌한 비틀기…“달리 보면 더 특별해지죠”
2022.03.21 12:01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저의 작업은 규칙을 깨는 과정이에요. 반복적인 현상 속에서 정형화된 규칙이 깨질 때 희열을 느끼죠. 많은 종류의 예술을 다루지만 회화에 특히 매진했던 것도, 평면이지만 평면을 깨야 하는 회화의 숙제가 재밌었기 때문입니다.”

YJ(30‧정연재) 작가는 자유분방한 아티스트다. 회화와 그래픽 디자인을 베이스로,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상상력과 표현력을 뽐낸다. 딱딱한 전시장에서 회화 개인전을 하는 와중에도, 옷을 디자인하거나 가구를 제작해보는 유연함도 발휘한다. “정체성은 부족한데 창의성은 넘쳐난다”는 작가의 너스레에는 경계를 두지 않는 그의 작업 성향이 잘 드러난다. 소재는 이리저리 흩어져 있지만, 주제는 한 점으로 모인다. 새로움으로부터 얻는 특별함이다. 이를 위해 작가가 품은 마법의 단어들이 바로 반복, 변형, 그리고 이중성이다.

 

YJ(사진) 작가
YJ(사진) 작가

| 이민‧전학의 경험…반복‧변형‧이중성의 가치를 아로새기다 
YJ 작가의 어린 시절은 여느 또래와 조금 달랐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전학을 갔는데, 이삿짐차가 아니라 비행기를 탔다. 도착한 곳은 미국 서부의 조용한 마을이었다. 아예 이민을 갔나 싶었지만 3년 만에 돌아왔다. 그리곤 또 3년 후에 ‘이삿짐 비행기’에 올랐다. 

“아버지 일 때문에 한국, 미국을 왔다갔다하며 살았어요. 적응할 만하면 짐을 싸더라고요. 학교도 꽤 복잡하게 다닌 셈이죠. 초‧중‧고 모두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경험을 했으니까요. 교육 체계나 수업 문화가 워낙 다르다보니, 상당히 혼란스럽더라고요.(웃음)”

일견 추측해볼 수 있는 건 석별의 슬픔과 적응의 어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하지만 YJ 작가에겐 도리어 긍정적인 깨달음의 기회가 됐다. 피부색이 다른 조그만 소년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준 친구들과 말도 제대로 못하는 학생을 편견 없이 대해준 선생님의 모습은 새로운 것은 곧 특별하고 흥미진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미래의 예술적 자양분이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획일적인 교육과 미국의 자유분방한 교육을 번갈아 수용했던 경험도 독자적인 예술관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YJ 작가는 “좋다, 나쁘다의 이분법적인 개념보다는, 다르기 때문에 새롭고 특별해지는 지점이 더 도드라지게 다가왔다”면서 “같은 목적이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이중성’이라는 가치를 굉장히 흥미롭게 보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며 예술적 영감을 키운 YJ 작가
어린 시절부터 서로 다른 문화를 경험하며 예술적 영감을 키운 YJ 작가

다소 분주했던 학창시절을 보내면서도, 어딜 가나 꼭 달라 붙어있었던 취미가 바로 그림이었다. 중학교 때 호기심에 찾았던 미술학원에서 첫 인연을 맺었고, 적성과 재능을 발견한 이후론 늘 함께였다. 미국에서 다녔던 고등학교가 미술교육에 정평이 나있는 곳이라는 점도 YJ 작가의 꿈을 부추겼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미대에 진학했고, 순수예술을 전공하며 자신이 품었던 고유한 가치들에 생명력을 불어 넣기 시작했다. 2019년 ‘갤러리 H.아트브릿지’에서 진행됐던 첫 개인전(Pure Color:고유의 색)은 그런 과정이 빚어 낸 첫 번째 결과였다. 

 

| 룰 깨면서 새로운 룰 만드는 ‘YJ 아트월드’
개인전을 시작으로 닻을 올린 YJ 작가의 예술 행보는 이후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존재감을 쌓아갔다. 순수예술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부전공한 멀티 플레이어답게 예술과 산업의 영역을 넘나드는 것도 자유자재다. 최근에는 물감과 캔버스 외에 다양한 재료 혹은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는 작업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재료나 통로는 변화무쌍하지만, 그 속의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변형 혹은 파괴하는 방식의 세계관은 언제나 동일하다. 그가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들 속에는 반복과 변형, 이중성의 키워드가 마치 작가의 사인(signature)처럼 새겨져 있다. 

그라디에이션(gradation)이 주는 공감각의 차이를 표현하면서 차이를 통한 사유를 유도했던 ‘Shifting Color' 시리즈(2018), 평면에 평면을 겹쳐 제작한 캔버스로, 실제와 그림의 차이를 만들고 이를 공존시켰던 ‘Purple Corner’(2021), 아크릴이라는 재료가 주는 왜곡으로 회화의 다른 속내를 끄집어 내려했던 ‘Cabinet Painting’(2021) 등이 YJ 작가의 정체성을 오롯이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Cabinet Painting(2021)_캔버스에 아크릴_아크릴박스(Installation)_38x30x6cm(왼쪽), Purple Corner(2021)_캔버스에 아크릴_60x64cm
Cabinet Painting(2021)_캔버스에 아크릴_아크릴박스(Installation)_38x30x6cm(왼쪽), Purple Corner(2021)_캔버스에 아크릴_60x64cm

지난 2월 21일부터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는 신선해서 더 특별한 YJ 작가의 작품 세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에게도 새로운 도전의 장이다. 단순 회화 작업으로는 접근하기 힘든 지점을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영역의 표현 방식을 적극적으로 끌어다 쓴 데뷔 무대이기 때문이다. YJ 작가는 “지난해 초부터 따로 ‘애프터이펙트’ 같은 영상 툴을 공부하면서 미디어 아트로의 영역 확장을 준비해 왔다”면서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는 향후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무대”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 출품작 ‘Painting Video’는 ‘물감은 꼭 캔버스랑만 붙어 다녀야 할까’라는 엉뚱한 상상력으로 출발했다. 물감 특유의 꾸덕꾸덕한 질감이 디지털로 표현됐을 때의 이중성이 작가에게 신선함과 흥미로움을 선사했고, 영상화 작업을 거치며 보다 드라마틱한 효과까지 더해졌다. 

“요즘은 SNS에서도 예술이 소비되는 시대잖아요. 회화 작품을 디지털 화면에서 관람하는 풍경에서 영감을 받았죠.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서 떼어내어, 독립된 물감 자체를 스캔하고 이를 디지털 파일로 변환해 스크린에 옮겨 심은 프로젝트에요. 고체 물감의 ‘이유 있는 변신’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ainting Video(2022)_Digital Artwork_10”
Painting Video(2022)_Digital Artwork_10”

이번 작업에 대한 작가의 만족도는 꽤 크다. 내심 “시리즈화를 진행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낼 정도. 전시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내내 ‘새로운 가능성’을 몸소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도 값지다. YJ 작가는 “이번 작업은 오래전에 구상했지만 미완성으로 남아있던 아이디어가 디지털을 통해 완성된 케이스”라며 “이는 곧 순수예술에서 디지털 아트로 확장될 가능성을 확인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 확고한 ‘예술관’보단 다양하고 즐겁게 만드는 게 좋아
졸업 이후 3년 여 동안 15회가 넘는 개인‧단체‧기획전에 참여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YJ 작가에겐 아직 ‘작가’라는 호칭이 다소 어색하다. 회사 소속으로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병행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아직은 특정 예술관이나 작가주의에 갇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강하다. 그저 다양하고 즐거운 창작으로 자신을 맘껏 표현하는 일에 끌릴 뿐이다. 예술 관련 매거진을 다독하고, 다른 아티스트들의 SNS를 두루 돌아다니며 영감을 얻는 것도 편견 없이 바라보고 마음 가는 대로 표현하는 자유분방함에 기인한다.

“대학 때 동기들이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고수하며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래야 하나’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봤자 결국엔 그냥 하고 싶은 거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은 저만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그 과정에서의 중요한 축이 바로 ‘디지털 영역으로의 확장’이다. 오랫동안 크게 관심을 가져왔던 분야이고, 최근 비로소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활동이기도 하다. 그런 시점에서 운명처럼 만나게 된 <아츠클라우드>는 든든한 아군이다. YJ 작가는 “디지털‧미디어 아트에 관심 높아지는 시기와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의 공모를 알게 된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면서 “이번 전시를 위해 아츠클라우드와 지속적으로 소통했고 전시, 기술지원, 인터뷰 등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기회의 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YJ 작가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장 입구에서 만난 YJ 작가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퇴근 후엔 붓을 드는 YJ 작가에게 작업은 삶을 굴리는 동력이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아이디어를 직접 펼쳐봐야 직성이 풀리고, 표현이 시원치 않을 땐 며칠씩 고민할 정도로 애착도 강하다. YJ 작가는 “전시나 발표와 상관없이 작업을 달고 사는 편”이라며 “누군가 좋은 영화를 보고, 좋은 경치를 구경하며 얻어지는 힐링과 만족을 나는 작업을 하면서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업에 대한 열정은 그를 새롭게 도전케 하고, 새로운 세상과 만나게 한다. 

“제가 더 배우고 고민해서 작품을 보는 감상자의 몫을 덜어내고 싶어요. 제가 작업할 때 즐거운 것처럼 관객들도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이길 원하니까요. 디지털 아트의 표현 세계에 주목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앞으로 머릿속의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 이를 멋지게 구현해내는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사진: YJ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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