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속 확실한 매력을 탐구하는 게 나의 예술”
‘아트 인 메타버스’展 다인 작가 인터뷰
“불확실성 속 확실한 매력을 탐구하는 게 나의 예술”
2022.03.05 15:02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충동적으로 작업하는 스타일이에요. 예술에 대해서라면 지조도 절개도 없죠.(웃음)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작업할 뿐입니다. 굳이 예술관을 정의한다면…‘끝없는 불확실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인(33) 작가의 작품 세계는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귀여운 동물들을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다분히 추상적인 접근으로 인상주의를 연상시킬 때도 있다. 우울과 허무의 메시지에 한껏 심취했다가도 이내 현실적이다 못해 냉소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을 선뵌다. 회화, 조각, 판화, 섬유미술, 포스터, 디지털 아트까지 표현의 양식 또한 끊임없이 변주된다. 다인 작가의 예술적 변덕 앞에선 모든 가능성이 활짝 열려있는 셈이다. 종잡을 수 없는 그녀의 예술관을 하나로 묶는 키워드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주는 짜릿함이 ‘다인 아트’의 예술적 동력이다.

 

다인(사진) 작가
다인(사진) 작가

| 팔방미인 창작자가 발견한 ‘오류’의 매력 
다인 작가는 어릴 적부터 미술에 진심이었다. 부끄럼이 많은 대신 엉뚱발랄 상상력도 풍부했던 그녀에게 그림은 수줍게 상상력을 펼치던 통로가 되어 주었다. 미국 시카고 예술대로의 진학은 자연스레 꿈에 다가간 결과다. 다인 작가는 “미술 작업할 때만큼은 그저 행복했다”면서 “다른 일을 직업 삼으면 평생을 후회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왕성한 호기심과 다소 사차원적인 면모는 학부 시절의 커리큘럼과 맞물리며 시너지를 발휘했다. 모든 예술 분야를 아우르는 ‘순수예술(Fine Art)’ 전공자가 된 덕분에 회화부터 섬유예술까지 다양한 예술을 익히고 표현했다. 

“학교가 추구했던 예술적 다양성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타고난 성격도 잡다한 것에 관심이 많았지만요.(웃음) 끝없는 불확실성을 쫓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요.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는 건 결국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니까요.”

다인 작가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그녀의 작품세계가 오롯이 드러난다. ‘AESTHETICAL ANIMALS’, ‘PAINTING&SCUPLTURE’, ‘FIBERS’ 등 순수미술의 영역부터 ‘PRETTY PATTERNS’, ‘POETIC POSTERS’ 같은 산업디자인, 그리고 ‘GLITCHED GEORGE’로 대표되는 디지털 아트 카테고리까지 한데 어우러져 작가 특유의 예술 세계를 구현한다.

 

다인 작가의 작품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AESTHETICAL ANIMALS_sika deer, Scramble Jazz_I still remember closeup 2, POETIC POSTERS_hat exhibition, PAINTING & SCUPLTURE_socrates
다인 작가의 작품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AESTHETICAL ANIMALS_sika deer, Scramble Jazz_I still remember closeup 2, POETIC POSTERS_hat exhibition, PAINTING & SCUPLTURE_socrates

가장 최근 다인 작가의 불확실성이 다다른 곳은 디지털 아트 영역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글리치(glitch) 효과에 흠뻑 매료됐다. 글리치는 ‘시스템의 일시적인 오류’ 정도로 정의되는 용어다. TV 화면이 갑자기 ‘지지직’거린다거나, 모니터 화면의 노이즈 현상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글리치 사례다. 이런 현상을 매개로 전혀 예상치 못하는 결과물을 창조하거나, 혹은 인위적으로 오작동처럼 보이게 설계하는 식의 작업이 다인 작가가 펼쳐가는 글리치 아트다. 

“추상화가 주는 미적인 아름다움이 있잖아요. 이런 가치를 고스란히 디지털로 옮긴 게 바로 글리치라고 생각해요. 형태가 붕괴되어 색감이 더욱 도드라진다거나, 모든 게 뒤섞여 전혀 새로운 아름다움이 빚어지기도 하죠. 회화적인 변형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가치가 창조된다는 점에서 제가 추구하는 불확실성에 가장 가까운 표현 방식이기도 하고요.”

 

실사 이미지가 글리치로 구현된 작품.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랜드무프티의 기도_117x90cm_캔버스에 유화_2014(위),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세기의 대결_117x90cm_캔버스에 유화_2015
실사 이미지가 글리치로 구현된 작품.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랜드무프티의 기도_117x90cm_캔버스에 유화_2014(위),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세기의 대결_117x90cm_캔버스에 유화_2015

| 우리네 삶에서 얻는 예술적 영감…이번엔 ‘돈’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다인 작가의 예술관에도 ‘확실’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작품의 주제를 고르는 기준이다. 다인 작가는 “어떤 방식을 차용하더라도 대원칙은 동시대의 삶”이라면서 “내 삶에 큰 영향을 줄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거나, 세상이 확실히 기억하는 인상 깊은 장면들에 주목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무슬림과 천주교의 대표가 화합하던 모습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랜드무프티의 기도’나 2015년 세상이 주목했던 승부를 모티프로 만든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세기의 대결’은 모두 그런 맥락에서 진행된 작업들이다. 다인 작가는 “개인적으로도 종교에 관심이 크고, 복싱 경기를 즐겨보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현재 다인 작가가 생각하는 ‘동시대 최고의 이슈’는 뭘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난 2월 21일부터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다. 해당 전시에서 다인 작가가 글리치의 필터를 덧댄 대상은, 다름 아닌 ‘돈’이다. 

“가상화폐 등장 이후 세상이 참 번잡해졌잖아요. 그중에서도 전 실물화폐의 불안한 위상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100년 간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했던 미국달러가 위험하다는 신호도 이미 포착됐고요. 이런 상황에서, ‘돈의 가치는 어디서 오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글리치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출품작 ‘Glitch Dollar 2021’는 가상화폐와 돈의 연관성, 돈의 진정한 가치를 탐구하면서 제작한 글리치 달러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화폐의 가치에 대해 다인 작가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이다. ‘다빈치 리졸브(DaVinci Resolve)’라는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어 무한 루프 형식으로 재생되는 디지털 아트영상이다. 

 

Glitch Dollar issued on Nov 16th 2021_Art in Metaverse
Glitch Dollar issued on Nov 16th 2021_Art in Metaverse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기존의 체계가 점점 퇴색되어 과정을 담아냈지만,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돈에 대한 관점이 사람마다 다른 만큼, 작품을 대하는 관점도 얼마든지 열려있다. 다인 작가가 동시대의 고민을 주로 다루는 이유도 이런 열린 해석의 묘미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꼬인 메시지나 통제된 감동은 지양하는 편이에요. 뭣보다 제가 불확실을 좋아하잖아요. 저는 나름대로의 의도를 표현했지만, 관객들은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해석했으면 좋겠어요. 가상화폐나 기축통화 같은 것에 관심이 없으면, 그저 ‘뭔 돈이 축축 늘어져있네’ 정도로만 봐주셔도 충분한 감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리치달러 시리즈 중 하나인 ‘George in Blue’. 고전적인 회화형태에 글리치 효과를 덧입힌 작품으로 다인 작가의 ‘최애픽’이다.
글리치달러 시리즈 중 하나인 ‘George in Blue’. 고전적인 회화형태에 글리치 효과를 덧입힌 작품으로 다인 작가의 ‘최애픽’이다.

| 이젠 대중 곁으로…고민 나누는 친근한 작가로 기억되고파 
다인 작가는 작업할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그때그때 꽂히는 작업을 예정 없이 하는 게 좋았고, 또 그를 통해 도출되는 예정 없던 결과에 흠뻑 빠져 살았다. 다양한 예술 장르를 섭렵한 만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고, 새로운 툴이나 기술이 쉴 새 없이 튀어나오다보니 배워야 할 것도 넘쳐났다. 그러다 문득 ‘작업’에만 매몰된 자신을 발견했다. 경력에 비해 전시나 행사 경험이 부족한 것도 그런 성향 때문이다. 다인 작가가 작업실을 뛰쳐나와 관객들과 소통하겠노라고 분연히 나선 무대가 바로 이번 <아트 인 메타버스>전이다. 

“아츠클라우드가 국내외 작가들을 모아 디지털 전시를 연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뭔가 모를 두근거림을 느꼈어요. 해외작가들도 총출동하니 작가나 작품의 수준도 기대가 됐지만, 뭣보다 ‘이젠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큰 설렘을 느꼈죠.”

 

대중들과의 소통을 늘려가고 싶다는 다인 작가
대중들과의 소통을 늘려가고 싶다는 다인 작가

주로 세간의 관심을 주제 삼는 만큼, 소통의 공감대는 이미 쥐고 있는 셈이다. 난해하고 지루한 작업보단, 친숙하고 직관적인 표현을 즐기는 특성도 대중의 문턱을 쉬이 낮춘다. 개인전이나 아트마켓 참여 같은 일정들로 새봄을 열어젖힐 준비도 이미 끝난 상태다. 다인 작가에게 이번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는 관객으로 향하는 여정의 출발선이나 다름없다. 

“이번 전시 참여에 가장 큰 목적은 대중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거예요. 동시대의 사회 현상이나 메가 이슈들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만큼,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말을 걸기가 어렵진 않을 것으로 기대해요. 다소 엉뚱하고 사차원인 면도 있지만, 언제나 동시대가 가진 고민을 함께 하고, 열린 감동을 주려는 친근한 작가로 관객들에게 기억되고 싶습니다.(웃음)” 

 

/사진: 다인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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