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기술이 진화하면, 우리의 이야기도 풍성해집니다.”
‘아트 인 메타버스’展 디지털 세로토닌 팀 인터뷰
“미디어 기술이 진화하면, 우리의 이야기도 풍성해집니다.”
2022.02.10 17:27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아티스트를 발굴‧육성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5월 31일까지,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우린 공통점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지독한 집돌이‧집순이라는 점이죠.(웃음) 사람 많은 데 꺼리고, 조용한데서 서로 토론하는 시간을 즐기는 편이에요. 이번에 소개한 저희 작품들은 모두 그런 토론의 결과죠!”

카로리네 라이즈(Caroline Reize‧26‧이하 카로) 작가가 협업 파트너인 조성민(28) 작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둘은 2019년부터 ‘디지털 세로토닌’이라는 미디어 아트 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독일 출신의 비주얼 아티스트와 대중음악 씬에서 활동하던 국내 작곡가의 만남은 자연스레 ‘오디오비주얼’ 작업의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 그들이 소리와 화면에 대해 고민하고 상상하고 토론하는 만큼, 그들의 작업 속 오디오와 비주얼은 서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활발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의미를 자아낸다. NFT부터 메타버스까지, 최신 트렌드와 혁신 기술에 조예가 깊은 ‘테크니션’들이지만, 이를 통해 탐구하고픈 것은 아날로그에 가깝다. 당신과 나의 마음 속 사연, 바로 사람의 감정과 내면에 대한 이야기다.

 

조성민 작가(왼쪽)와 카로 작가로 구성된 미디어 아트 팀 ‘디지털 세로토닌’
조성민 작가(왼쪽)와 카로 작가로 구성된 미디어 아트 팀 ‘디지털 세로토닌’

| 사람과 미디어의 관계를 탐구하는 디지털 몽상가들
두 아티스트는 첫 만남에 대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둘 다 사이버펑크 장르에 매료된 ‘매트릭스 키즈’였고, 일렉트로닉 음악에 심취해 있는 것도 비슷했다. 상업적인 영역에서 활동했지만 순수예술에 더 끌리고 있다는 점도 꼭 닮았다. 카로 작가는 “비슷한 작업을 해도 가치관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데, 철학적인 부분마저도 잘 통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다양한 예술 장르에 관심이 많고 실험정신이 강했던 카로 작가는 그래픽, 영상, 그림 등 가리지 않고 도전하며 표현해 온 아티스트였다. 대중음악과 순수예술 사이에서 고민하던 조성민 작가 입장에서 이는 건강한 자극이 됐다. 

“음악을 하면서도 사운드 아트에 욕심이 컸어요. 둘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생각했기에 선뜻 나서지 못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일종의 깨달음이 오더라고요. 사운드 아트와 대중음악이 모두 소리를 다루는 작업이라는 점,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는 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죠.”(조성민 작가)

 

두 작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예술적 자극이 되어준다”고 했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두 작가는 “서로가 서로에게 예술적 자극이 되어준다”고 했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둘의 예술관이 합쳐지면서, 각각을 표현하던 이름은 하나가 됐다. ‘디지털 레인(digital rain)’으로 불렸던 카로 작가와 ‘세로토닌 커브스(serotonin curves)’라는 활동 명을 사용했던 조성민 작가는 ‘디지털 세로토닌’이라는 명찰을 함께 달았다. 무작정 키워드를 섞어 급조한 이름은 아니다. ‘디지털’과 ‘세로토닌’이라는 명칭에서는 두 작가, 그리고 둘의 시너지가 가진 정체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IT기술의 진화에 관심이 많아요. 늘 자연스레 새로운 걸 받아들이게 되죠. 한국 와서는 공대에 다시 진학하여 관련 기술을 더 배우고 있고요. 지금은 프로그래밍으로 비주얼을 만드는 게 더 익숙할 정도죠. 동시대 디지털 기술을 총동원해 작업을 하지만, 가장 애착을 가지는 건 사람의 내면, 마음 이런 것들이에요.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비슷한 거죠.(웃음)”(카로 작가)

 

기술을 통해 마음에 접근하는 디지털 세로토닌 팀
기술을 통해 마음에 접근하는 디지털 세로토닌 팀

| 미래의 진화된 감정을 들여다보는 기회…‘아트 인 메타버스’
지난달 21일부터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는 기술을 통해 사람의 내면에 다다르고 싶은 디지털 세로토닌의 고민과 상상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그중에서도 출품작 ‘크노스페’(KNOSPE III-Nowhere:)는 팀에게도 의미가 큰 작품이다. 2020년 초 두 아티스트가 처음으로 손발을 맞췄던 작품이 바로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KNOSPE I’이었기 때문이다. 크노스페는 독일어로 ‘꽃봉오리’를 의미하는데, 꽃이 피어나기 직전의 꽃봉오리를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아프리카 민담에서 모티브를 얻어 표현된 작품이다. 조 작가는 “(크노스페 시리즈는)우리 둘 다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터치디자이너(TouchDesigner)’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여 비주얼을 제작하고, 오디오 스펙트럼을 분석하여 화면이 시시각각 음악에 반응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크노스페는 언어‧감정의 변화와 진화에 대한 작품이에요. 언어는 사람이 인지하는 세계를 담는 ‘그릇’의 역할을 하잖아요. 인공지능을 포함해, 다양한 기술들이 진화한 미래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도 함께 진화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감정 역시 진화할 것이라는 상상을 토대로 이루어진 작업이죠.”(카로 작가) 

 

KNOSPE III – Nowhere: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4초, 설치 2020
KNOSPE III – Nowhere: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4초, 설치 2020

젊고 트렌디한 아티스트답게, 최근 핫한 주제도 놓치지 않는다. 전시장 외부, 증강현실 거리(AR STREET)에 마련된 ‘웨이크업 앤 드림(Wake Up and Dream)’ 작품은 작품 속 캐릭터를 AR로 구현해 관객들과 함께 춤추고 즐길 수 있게 만든 체험형 이벤트다. 조성민 작가는 “메타버스와 인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해 본 작업”이라며 “메타버스가 펼치는 세상을 상상하고, 거기에 작은 결합들을 더한 이야기가 관객들에게는 조금 더 색다르고 재미있는 체험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Wake Up and Dream,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2021
Wake Up and Dream, 1-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2021

아직은 생소한 아트&테크놀로지의 세상. 관객들은 어떤 자세로 이번 전시와 작품을 대해야 할까? 디지털 세로토닌은 의외로 “그저 느긋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우린 감정을 다루잖아요. 그걸 몇 초 안에 주입식으로 보여주기는 참 힘들죠. 관객들 입장에서 마치 퍼즐을 맞추듯 추리를 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상상했듯, 관객들도 편안하게 상상하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느끼는 게 없으면, 없는 대로 넘어가는 것도 좋고요.(웃음)”(디지털 세로토닌)

 

| 우리의 상상력 증폭시킬 메타버스 세상 기대…  
지난 4년 간 국내 미디어 아트 분야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 넣었던 디지털 세로토닌. 그 과정에서 그들은 ‘예술적 시너지’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고 한다. 카로 작가는 “미디어 아트에서 사용하는 미디어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연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이를 위해 외주도 주고 협업도 하면서 방법을 꾀했었다”면서 “그런데 생각이 비슷하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의 작업은 나를 더 솔직하게 만들고, 내 상상력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더라”고 귀띔했다. 

내부의 힘을 동력 삼는 그들이기에, 외부 환경의 변화에는 비교적 담담하다. NFT나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기술 혁신이 미술계의 지형도를 송두리째 바꿀 태세지만, 그들은 조심스런 입장이다. 조성민 작가는 “다양한 기술 키워드가 등장할 때마다, 처음엔 ‘이걸 다 따라가야 하나’하며 조바심을 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럴수록 내가 실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 이젠 관심 있는 것들만 자연스레 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덧붙였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장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디지털 세로토닌 팀(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장에서 자신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디지털 세로토닌 팀(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디지털 세로토닌은 미디어 기술이 발달해가면서 변해가는 대중의 ‘경험 환경’을 탐구하는 아티스트다. 미디어 기술과 인간 감정을 파고드는 것에 흠뻑 매료되어 있다. 이들이 금전적인 보상이나 예술적 명성 같은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 이유도, 아직까진 인간의 내면에 대해 이야기하고 상상하는 것 자체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상업적인 분야에서 오랫동안 느껴왔던 갈증이 해소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빛과 소리를 주고받는 이들의 콜라보는 앞으로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더 큰 무대, 더 큰 이름도 필요하죠. 그게 있어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길 테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진 우리 둘 다 만족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경험상 서로 더 진솔하고 차분하게 소통할 때 더 좋은 작업이 나왔고, 그때 둘 다 만족할 수 있었죠. 그런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카로 작가)

 

/사진: 디지털 세로토닌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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