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구호물류창고가 재난안전교육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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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구호물류창고가 재난안전교육의 장으로
2015.07.09 11:12 by 조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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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대피소 등 적절한 곳을 찾아 몸을 피해야 할 텐데요. 어디로 가야할까요?” 

머뭇거리는 학생들 사이로 “지하철역이요?”하며 조그만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그래, 지하철역에 대피소라고 쓰여 있잖아요”라며 동조하는 친구들도 여럿 보입니다. 여기에 이날 강의를 담당했던 이은애 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 차장의 대답이 이어집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대답하는데요. 홍수가 나면 당연히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죠. 지하철역이나 아파트 지하 등 지하 대피소는 화생방 공격 시 대피하는 공간입니다. 막상 재난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어디로 대피해야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 재난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죠.”  

|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희망브리지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서 4박5일간 재난안전캠프가 실시됐습니다. 캠프에 참여한 인천대학교 학생 50명의 숙소로 재해발생 시 지원되는 임시주거시설(사진 오른쪽)이 활용됐습니다.

지난 6월 29일부터 4박5일간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희망브리지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방학을 맞아 희망브리지의 재난안전 캠프를 찾은 50명의 인천대학교 재학생들입니다. 희망브리지는 평소 재난안전교육을 실시했지만 캠프 형식으로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각종 재난재해 및 안전수칙, 국내외 재해구호 체계, 자원봉사 등에 대한 강의와 심폐소생술 실습, 희망브리지 물류센터 및 문산배수지와 같은 파주시 재난예방시설 견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졌습니다.  

학생들이 숙소로 활용했던 곳 또한 특별했습니다. 바로 자연재해 및 기타 재난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주민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임시로 지원하는 조립식 주택인 임시주거시설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묵었던 임시주거시설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2013년 울산 산불, 2014년 부산 기장군 수해 당시 지원됐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일반 숙소에 비해 불편했지만 실제로 이재민들이 지내는 공간에 머무르며 이번 재난안전캠프의 의미를 되짚어보았습니다. 이들의 2일차 활동 모습을 지금부터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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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다양해지는 재난재해,  “화재, 붕괴, 감염성질환 등 사회적 재난에도 관심 기울여야” 

캠프 둘째날인 30일은 오전에는 강의로, 오후에는 실습과 봉사활동으로 채워졌습니다. 아침부터 이어지는 강의에 혹시나 학생들이 졸려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다양한 재난재해 유형을 실감나는 영상자료와 함께 소개한 배천직 희망브리지 대외협력팀 차장의 강의에 다들 아침잠이 달아난 모습이었습니다. 

지난해 8월 발생한 영남지역 집중호우, 2011년 18명의 사망자를 낳은 서울 우면산 산사태 등 지금까지 국내에서 일어났던 각종 재난재해를 복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07년 북한산에서 발생해 4명이 사망했던 낙뢰사고처럼 태풍, 홍수 등 평소 생각했던 재해와 다른 유형의 상황이 소개될 때는 학생들도 더욱 집중해서 지켜보는 모습이었습니다.  

| 희망브리지의 배천직(왼쪽)‧이은애(오른쪽) 차장이 각각 우리나라의 재해구호체계와 재난과 자원봉사에 대해 강의를 펼쳤습니다.

뒤이어 진행된 강의에서는 이은애 희망브리지 구호사업팀 차장이 재난과 자원봉사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왜 198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지를 재난 상황 발생 시 대중의 행동 유형을 분석하면서 소개하기도 했고,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사회적 재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풍수해와 같은 자연재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사회적 재난에 대해서도 개개인이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사회적 재난에는 화재, 붕괴, 싱크홀 등을 비롯해 최근의 메르스 사태도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자연재난은 태풍 루사와 매미처럼 수조원대의 피해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 피해 규모의 대부분은 도로, 하천 등 공공시설물이 차지합니다. 이에 반해 사회적 재난은 개인의 안전 및 사유재의 손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 시민들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는 자원봉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직장과 학교로 뿔뿔이 흩어져 있던 오후시간대에 지진이 발생해 대피소와 이재민수용시설은 가족을 찾는 벽보로 가득했는데요.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벽보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움직임이 시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퍼져나간 점을 예로 들며 이 또한 진정한 의미의 자원봉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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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폐소생술 교육, “위급 상황 시 내가 할 수 있는 게 생겼습니다”

 다소 정적인 강의로 채워졌던 오전시간에 반해, 오후 과정은 심폐소생술 실습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삼성에스원 사회봉사단의 김영수 팀장의 지도로 진행됐고, 실습 종료 후에는 개별 테스트를 통해 통과한 모든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 교육 수료증이 부여됐습니다. 심정지 환자를 접한 상황을 가정하고, 실습용 인체 상반신 모형인 ‘애니’에 단계별로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 제세동기 사용 훈련을 3시간에 걸쳐 진행했습니다. 강의를 시작하며 김영수 팀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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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중학교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과 일본에서는 운전면허를 딸 때에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안전한 나라로 가는 길은 철저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보급하는 데 달려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은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켜 뇌 손상을 지연시키고 심장이 마비상태로부터 회복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응급처치기술입니다. 심폐소생술의 첫 단계는 환자의 의식 확인입니다. “여보세요, 괜찮으세요?”라고 말을 건네며 어깨를 가볍게 두드립니다.  

의식이 없으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데, 그 전에 주위 사람에 신고 요청을 해야 합니다. 이 때는 반드시 한 사람을 특정해 지목해야 합니다. ‘거기 안경 쓴 여성분’,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분’ 등 인상착의와 성별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주변에 제세동기가 있을 경우에는 같은 방법으로 지목해 제세동기의 위치를 알려주며 가져와 달라고 요청합니다. 

| 의식확인 및 신고 요청

심폐소생술은 가슴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한 사이클로 합니다. 가슴압박시에는 먼저 환자의 가슴 중앙에 깍지 낀 두 손의 손바닥 뒤꿈치를 위치시킵니다. 양팔을 쭉 편 상태에서 체중을 실어 환자의 몸과 수직이 되도록 해 가슴을 압박합니다. 가슴압박은 분당 100~120회의 속도, 가슴이 5-6cm 깊이로 눌릴 정도의 강도가 적합합니다. 입으로 소리를 내 횟수를 세고, 30회에 이르면 이어서 인공호흡을 실시합니다.

인공호흡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자의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려서 환자의 기도를 개방시킵니다. 머리를 젖혔던 손의 엄지와 검지로 환자의 코를 잡아서 막고, 입을 크게 벌려 환자의 입을 완전히 막은 뒤에 숨을 불어넣습니다. 2회 반복한 후 다시 심폐소생술을 30회 실시합니다. 구조대원이 도착할 때까지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을 반복합니다.  

| 가슴압박 및 인공호흡

제세동기가 있다면 도착하는 대로 시행합니다. 제세동기는 환자의 심장에 치료유효량의 전기적 에너지를 가하는 장치입니다. 두 개의 패드를 각각 오른쪽 빗장뼈 바로 아래와 왼쪽 젖꼭지 옆 겨드랑이에 부착하고 음성 안내에 따라 제세동을 실시합니다. 실시 후에는 바로 심폐소생술을 반복하고, 구조대원이 도착할때까지 2분단위로 제세동기를 반복 사용합니다.

| 제세동기 사용 및 심폐소생술 반복 시행

반복되는 훈련에 몇몇 학생들은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모두가 진중한 자세로 임했습니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개별 테스트를 거쳐 참가자 전원이 심폐소생술 교육 수료증을 발급받았습니다. 이날 심폐소생술을 처음 배워봤다는 이연화 학생(인천대 도시행정학과)은 “혹시나 나의 부모님이 쓰러지더라도 오늘 배운 것을 활용해 살릴 수 있을 것 같다. 위급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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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 

“비행기나 배를 타면 출항 전에 위급상황 발생 시 행동요령을 설명합니다. 구명조끼는 어디 있는지, 어떻게 착용하는지, 어디로 대피해야하는지 등에 관한 것이죠. 귀담아 듣지 않는 승객이 상당히 많은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상황이 발생하면 자기 안전은 결국 자신이 챙겨야 합니다. 이 부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심폐소생술 실습이 끝나고 김 팀장이 강조한 것은 바로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다른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오전에 이어졌던 강의에서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배천직 차장은 “재해구호 또한 나의 안전이 보장돼야 성립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은애 차장도 강의 말미에 “내가 새로 지은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해서 결코 우리 사회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내가 속한 사회가 안전한지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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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활동은 인천대학교 학생들의 봉사활동으로 마무리됐습니다. 희망브리지는 전 세계 기후난민 어린이들을 위해 희망T캠페인을 진행하는데요. 학생들은 이를 통해 탄생한 희망T를 포장하는 작업과 재난재해 발생시 피재민에 지급되는 응급구호세트를 조립‧포장하는 작업을 맡았습니다. 이날 총 750장의 희망T가 포장됐고, 이는 7일분의 영양결핍 치료식과 함께 지진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네팔의 어린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이번 재난안전 캠프를 통해 평소에 흘려들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들으면서 재난이 어떤 것인지, 왜 위험한 것인지, 위급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특히 임시주거시설에서 밤을 보낸 것이 기억에 남아요. 4명이 한 개 동을 썼는데 생각보다 안락했거든요. 만약 제가 재해를 입어 임시주거시실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머물 공간에 대한 걱정은 덜어 두고 피해 복구에 집중해 좀 더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둘째 날 프로그램을 마치며 인천대학교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곽영국 학생이 소감을 전해왔습니다. 참가자들은 7월 4일까지 재난구호 실태, 해외의 재난구호 체계 등에 대한 강의와 문산 배수펌프장 및 임진각 주민대피소 방문, DMZ 안보체험, 파주 일대의 안전저해요소 모니터링 등 체험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희망브리지는 앞으로도 재해구호물류센터를 구호물품을 보관‧관리하는 공간에서 다양한 재난안전 교육이 펼쳐지는 장으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이번 캠프를 계기로 파주재해구호물류센터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여러분을 찾아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필자소개
조철희

늘 가장 첫번째(The First) 전하는 이가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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