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인도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해 2,300여명이 사망했습니다. 파키스탄에서도 같은 자연재해로 인해 사망자가 속출해 6월 말에는 1천 2백여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자연재해는 홍수나 지진이 아닌, 폭염이었습니다.
여름과 더위는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입니다. 겨울의 추위가 특유의 낭만과 활기찬 겨울 레포츠를 만들어내듯 여름이면 자연스레 찾아오는 더위가 없다면 시원한 바다와 냉면, 팥빙수 등 여름 별미도 없겠죠. 그래서 여름의 더위는 자연스러운 계절 변화의 하나로 인식할 뿐 재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더위를 설명하는 다양한 표현들이 존재합니다. 습도와 온도가 높은 ‘무더위’, 뜨거운 김을 쐬는 것같이 더운 ‘찜통더위’, 가마솥을 달굴 때의 뜨거운 기운처럼 더운 ‘가마솥 더위’ 등이 그것이죠. 이 중 폭염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심한 더위를 말합니다. 정확한 개념이 나라별로 통일되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기상청은 통상 30℃ 이상의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현상을 '폭염'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좀 더우면 어때?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있잖아”라며 가볍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폭염은 여름철 위험 기상상황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재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악의 폭염으로 1994년 3천여 명이 넘게 사망했고, 2013년에는 가축이 폐사하고 1천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2003년 폭염으로 7만 여명이 사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10년 동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170명으로, 태풍·홍수로 인한 사망자 각 117명, 74명 보다 많았습니다. 때문에 기상청은 하루 동안 최고기온이 33℃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되면 폭염주의보, 35℃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폭염경보를 내려 주의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매년 폭염일수 폭발적 증가, ‘적신호’지구 온난화에 따라 매년 평균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폭염 일수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여름철 평균 기온은 24.1℃로 평년 23.6℃보다 0.5℃ 높았습니다. 폭염 일수 역시 크게 증가했는데요. 최근 10년간 평균 폭염 일수는 11.5일로 평년 평균 7.9일 보다 4일 이상 늘었습니다.
모든 기상 이변 현상의 원인을 지구 온난화로 설명할 순 없지만 폭염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스위스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기록적인 기상현상이 얼마나 더 늘어날 것인지 산출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Anthropogenic contribution to global occurrence of heavy-precipitation and high-temperature extremes, Fischer and Knutti, 2015). 연구 결과 지난 1880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0.85℃ 상승하면서 기록적 폭염 발생 횟수가 4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록적 폭염의 75%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추가로 발생했다고 밝혀졌습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폭염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평균 기온이 1.5℃ 상승할 경우 기록적 폭염은 1880년대 중반에 비해 12배나 급증하고, 기온이 2℃ 올라가면 기록적인 폭염의 횟수는 25배 정도나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폭염이 피할 수 없는 재해라면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만이 건강과 생명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이겠죠. 폭염은 극단적인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지만 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가볍게 땀띠부터 열경련, 열사병, 울열증, 화상 등을 일으킬 수 있기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65세 이상 노인은 폭염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각종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온변화에 적응하는 능력과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대처방법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특히 태양이 강렬한 12시에서 오후 5시 실외 활동을 해야 할 때는 최소 2시간은 냉방이 가능한 건물에 머물러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창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물병을 꼭 휴대하도록 해야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도 잊지 말고 사용해야 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되 너무 달거나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 주류는 피해야 합니다.
폭염 시에는 음식물 섭취도 중요합니다. 쉽게 지칠 수 있으므로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으니 실온에 오래 두지 않아야 합니다. 날 음식은 섭취 전 각별한 주의를 해야 하며 탈수 시 소금 등을 섭취할 때에는 의사의 조언을 꼭 들은 후 섭취해야 합니다.
냉방기기 사용 시에는 실내·외 온도차를 5℃ 내외로 유지해 냉방병을 예방하고 한 시간에 10분 이상 환기를 해야 합니다. 건강한 실내 냉방 온도는 26℃~28℃가 적당합니다. 또 창문에 커튼이나 천 등을 이용해 직사광선을 차단 하면 폭염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집에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무더위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부는 전국 공공시설물 3만9천개소를 무더위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폭염에 특히 취약한 노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경로당‧마을회관‧지역복지관 및 주민센터‧청소년수련관 등 전 연령층이 사용하는 시설이 지정됐습니다. 무더위쉼터 정보는 각 지자체 홈페이지 및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