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이 만든 오디션 플랫폼엔 특별한 것이 있다
김채원 달라라네트워크 대표 인터뷰
아이돌이 만든 오디션 플랫폼엔 특별한 것이 있다
2021.11.09 14:10 by 이창희

우리나라에서 아이돌이 되고자 뛰어드는 연습생은 1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중 데뷔 무대를 밟는 이들은 300명 정도에 불과하다. 화려한 조명을 경험하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둠이 드리워지는 삶을 마주한다. 폐쇄적인 상황 속에 인생의 황금기를 흘려보냈다는 사실은 이들의 미래를 더욱 막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들의 ‘과정’에 포커스를 맞춰본다면 어떨까? 이들을 단순히 연습생이 아니라 예비 아티스트로서 인식시키고, 시작 초기부터 모든 과정을 공개하며, 이를 통해 대중의 평가와 피드백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다면 얘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여기에 주목한 이가 바로 엔터테인먼트 스타트업 ‘달라라네트워크’의 김채원(28) 대표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창업에 나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채원 달라라네트워크 대표.
김채원 달라라네트워크 대표.

|테헤란로와 오디션 프로그램을 누빈 아이돌
김채원 대표는 어려서부터 노래와 춤을 유독 좋아했다. 같이 즐기던 또래 친구들은 많았지만, 김 대표처럼 진지하게 뮤지션의 꿈을 키우는 이는 많지 않았다. 남몰래 실력을 갈고 닦던 그는 고민 끝에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당시 재학 중이던 인천국제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본격적으로 오디션에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2008년, 당시 열여섯 살이던 김 대표는 자신의 노래를 담은 데모CD를 들고 무작정 강남 테헤란로를 누비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유명 기획사들이 밀집해 있던 곳이었다. 지금 보면 상당히 원시적인 방법이었지만, 그만큼 연예계라는 새로운 세계를 속속들이 접하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 그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2010년 ‘VNT’라는 이름의 3인조 그룹 멤버로 데뷔에 성공했다. VNT는 유명 프로듀서 김창환이 만든 첫 걸그룹으로, 김 대표는 리더이자 메인보컬로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데뷔 후 1년 가까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이 이어졌다. 각종 TV 프로그램과 공연 무대를 소화했다. 점차 인지도가 올라가며 팬들도 생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때마침 ‘아이돌 홍수’ 시대로 돌입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점점 무대가 줄어들고 좁아진 끝에 조용히 활동을 접게 됐다.

 

아이돌 그룹 시절의 김 대표.
아이돌 그룹 시절의 김 대표.

첫 그룹 활동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진 않았다. 2012년 소리 없이 사라진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KBS 경연 프로그램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 도전했다. 부활을 꿈꾸는 가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자리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개인적인 활동을 이어가던 2017년에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도 참가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좋지 못한 성적으로 도전을 마감해야 했고, 냉정한 편집으로 인해 방송 노출도 미미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희노애락을 모두 느꼈어요.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편집’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의 나와 TV 속의 내가 너무나 다르고, 방송 노출 빈도로 많은 것들이 좌우되더라고요. 뮤지션이 성공하려면 음악적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 좋은 채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죠.”

 

|‘악마의 편집’ 없는 라이브 플랫폼을 만들다
그렇게 김 대표는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접게 됐다. 하지만 SNS에는 그를 ‘팔로우’하고 선물을 보내오며 앨범 발매를 기다리는 팬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는 그 주변의 수많은 아이돌 출신과 연습생들 또한 상황이 비슷했다.

여기서 창업가로서의 촉이 꿈틀댔다. 방송이라는 좁은 문을 대체할 자체 오디션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거대 방송사의 그것과 달리 편집의 영역을 없애고 거기에 뮤지션과 대중 간의 직접적인 소통을 채우기로 했다.

2019년 여름 개최한 ‘아티스트 빅리그’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참가자를 모집해 유튜브로 예선을 실시한 뒤 서울 목동에서 본선 무대를 열었다. 본선은 16개 팀을 12팀, 8팀, 4팀으로 줄여나간 뒤 결승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뜨거운 열기의 아티스트 빅리그 현장.
뜨거운 열기의 아티스트 빅리그 현장.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1000만원이라는 다소 낮은 상금에도 수백 팀이 적극적으로 참가했고, 온오프라인을 통한 참여는 400만명을 넘었다. 김 대표 스스로도 모험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이런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큰 성과였다.

“편집이 개입될 여지를 없앤 것이 가장 큰 차별점이었어요. 모든 공연을 라이브로 진행했고, 유명 심사위원 대신 일반 대중을 평가에 참여시켜 투명성을 높였죠. 무엇보다 뮤지션들이 참여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참고해 갈수록 향상된 무대를 보여줄 수 있었어요. 그런 변화를 지켜보던 참여자들은 그들의 팬이 됐고요. 일종의 선순환이 만들어진 거죠.”

첫 회의 성공을 발판으로 부푼 마음과 함께 이듬해 행사를 기획하던 김 대표에게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찾아들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기로 했다. 이참에 제대로 된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꼬박 1년을 공들여 개발한 플랫폼 ‘트윙플’이 올해 3월 세상으로 나왔다. 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해, 그늘 하나 없는 테헤란로를 누비는 대신 온라인으로 불과 3초 만에 오디션에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단발성 혹은 시즌제로 진행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365일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 팬들의 투표와 후원을 결합시켜 예비 뮤지션들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팬덤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공유경제 생태계를 꿈꾼다.

 

오디션 플랫폼 ‘트윙플’
오디션 플랫폼 ‘트윙플’

트윙플에 들어오는 팬들은 출석과 각종 이벤트를 통해 별조각(SP)을 획득한 뒤 이를 자신이 응원하는 뮤지션에게 후원할 수 있다. 뮤지션은 이 별조각으로 앨범 발매와 화보 및 뮤직비디오 촬영, 각종 레슨과 헤어·피부 케어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트윙플에 속속 입점하고 있는 기업들이 이 같은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엔터 분야의 아티스트 육성 과정은 여전히 조금 폐쇄적이잖아요. 우리는 제로베이스부터 100% 공개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요. 팬들과 소통하면서 아티스트가 계속 발전하고 또 결국엔 성공하기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죠.”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플랫폼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얻은 성과들도 적지 않다. 2019년 ‘웰컴 투 팁스’ 최우수상과 ‘그랜드 팁스’ IR피칭 대회 동상을 수상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듬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퍼스트 펭귄 기업으로 선정됐다. 아시안 스타트업 컨퍼런스 ‘A-STREAM’ 파이널 IR에서 1위를 차지했고, 싱가폴의 모의투자 시뮬레이션 ‘NTUitive 인베스트먼트게임’에서는 64만6000달러(약 7억원) 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윙플 론칭과 함께 예비 스타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각 대학 실용음악과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홍보를 하고, SNS와 유튜브를 통한 섭외도 진행했다. 기존 기획사들과의 협업도 적극적이다. 대회를 공동 주관해 수상자들에게 정식 오디션과 앨범 발매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발굴된 많은 뮤지션들이 트윙플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해외 유저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호응해 글로벌 진출도 시작됐다. 미국, 영국, 싱가폴, 홍콩 등 10개국에 서비스를 확대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재능있는 스타와 팬을 모으고 있다.

 

영문 서비스로 글로벌 진출을 시작한 트윙플.
영문 서비스로 글로벌 진출을 시작한 트윙플.

김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업계 자체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연습생으로서 데뷔에 실패했다고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했다고 해도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달라라네트워크 자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타가 되고 싶은 사람의 60% 이상이 기존의 폐쇄적인 기획사 시스템 대신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 이 같은 경향성이 점점 심화된다면 트윙플은 최적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처음엔 케이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명실상부 글로벌 플랫폼으로 우뚝서고 싶어요. 미국인이 케이팝 가수가 되고 한국인이 남미음악 스타가 되며 유럽인이 아프리카 뮤지션이 될 수는 그런 곳으로요.(웃음)”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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