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마라토너의 끈기로 만든 전기자전거, 이제 세계로 달린다
김홍식 이엠이코리아 대표 인터뷰
국대 마라토너의 끈기로 만든 전기자전거, 이제 세계로 달린다
2021.11.05 14:03 by 이창희

바야흐로 혁신 창업의 시대다. 다양한 기술과 전문성이 혁신에 녹아든다. 그래서인지 혹자들은 “과거 대기업 창업주들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불도저식 창업과 경영의 시대가 지나갔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그 예외를 몸소 보여주는 창업가가 여기 있다. 젊은 시절 마라톤을 통해 체득한 끈기와 굳은살이 잔뜩 배인 맨주먹뿐이지만, 자전거 하나로 세계를 호령하겠다는 포부를 지닌 김홍식(58) 이엠이코리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그의 기업가정신을 만나보자. 

 

김홍식 이엠이코리아 대표.
김홍식 이엠이코리아 대표.

|힘들어도 기권 몰랐던 마라토너
1960년대 초반 서울에서 태어난 김홍식 대표는 어려서부터 달리기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두어 살 많은 형들을 어렵지 않게 앞지를 정도의 체격과 체력을 자랑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로 내려가 육상 명문인 성광고로 진학한 그는 지옥 같은 훈련 속에 3년을 보냈다. 길이 있으면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서울에서 부산을 열흘 만에 주파하는 훈련으로 발톱이 다 빠지는 고통도 겪어야 했다.

“다른 운동도 그렇지만 특히 달리기는 자신과 정면으로 맞붙는 싸움이라 고독하고 힘듭니다. 그럴 때마다 정신력으로 버텼죠. 포기나 기권 없이 이겨내면 큰 보상을 얻습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죠.(웃음)”

그렇게 김 대표는 82년 마라톤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그의 기록은 1988년 제59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의 2시간14분41초로, 현재 대한민국 마라톤 통산 48위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황영조·이봉주 선수가 모두 김 대표의 후배다.

 

마라토너 시절의 김홍식 대표(가장 오른쪽)
마라토너 시절의 김홍식 대표(가장 오른쪽)

김 대표의 뜀박질이 멈춘 건 1990년 상무 시절이었다. 이후엔 다양한 영역을 고루 경험했다. 전직 마라토너의 끈기는 하는 일마다 크고 작은 성취를 안겼다. 대구에서 의류매장을 했을 땐 점포를 7곳까지 늘릴 정도로 번창했고, 2015년 기획사를 차리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도전했을 때도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겼다.

|‘촉’을 꿈틀거리게 만든 해외 스마트 모빌리티
성공의 경험이 이어지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도전의식이 남아있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우리만의 제품을 본인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은 꽤 오랜 시간 그의 생각을 지배해왔던 터였다.

힌트는 우연한 기회에 포착됐다. 해외 영화제 참석을 위해 방문한 영국·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국가의 길거리에서 발견한 전기자전거와 킥보드에 눈길을 빼앗겼다. 이제 막 움트고 있던 한국과 달리 이미 상용화된 유럽의 스마트 모빌리티는 그에게 적잖은 영감을 줬다.

“유럽에서 직접 타보니 ‘아 이거구나’ 싶더라고요. 앞으로는 차량을 제외한 개인의 이동수단이 점차 각광받는 트렌드가 가속화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자타공인 최고의 배터리를 만드는 회사들이 있었으니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죠.”

2018년 4월, 김 대표의 구상은 현실이 됐다. ‘이엠이코리아’라는 스마트 모빌리티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대구 시내의 6층짜리 병원 건물을 구해 업무 공간도 마련했다. 전기자전거와 킥보드, 스쿠터 등의 생산 라인을 갖추면서 전국 주요 지역 10곳에 지사와 대리점도 구축했다.

 

대구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이엠이코리아 본사.
대구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이엠이코리아 본사.

그가 가장 힘쓴 부분은 바로 연구·개발(R&D)이었다. 공격적인 투자는 국내 유일의 자가발전형 전기자전거를 개발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효율 모터 개발과 함께 2차 전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경북 경산시와 2023년까지 약 100억원을 투자해 2차 전지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해에는 김천시와의 MOU를 통해 김천일반산업단지 내 1만7543㎡ 부지에 73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모빌리티 생산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현재 이엠이코리아의 제품 라인업은 30여종을 넘어 선다. 이 가운데 각종 안전 인증을 포함해 50개 이상의 KC(국가통합인증)마크도 취득했다. 자체 브랜드 외에도 프랑스의 ‘마이클 블라스트’, 이탈리아의 ‘벨로시페로’ 등 해외 스마트 모빌리티 브랜드 제품의 국내 독점판매 계약·개발권도 확보했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펜데믹이 다시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잖아요. 자연스레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내년 상반기 완공돼 제품 양산이 시작될 김천 공장.
내년 상반기 완공돼 제품 양산이 시작될 김천 공장.

|휴먼 모빌리티의 시대 연다
현재 김홍식 대표는 이엠이코리아를 친환경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이끄는 중이다. 사명(社名) ‘이엠이(EME)’ 역시 ‘에코·모빌리티·에너지’라는 슬로건을 축약한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휴먼 모빌리티’를 이루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제품의 틀은 퍼스널 모빌리티지만 여기에 친환경과 안전 요소를 높인다는 생각이다. 고온과 저온에 강한 내구성으로 계절을 타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고, 여기에 맥박과 바이오리듬을 통해 사용자의 컨디션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숙제는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아직까지 자전거는 무동력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인데, 이를 바꿀 수 있도록 더 안전하고 기능성이 다양한 전기자전거의 장점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이엠이코리아 본사 앞에는 수십 대의 스마트 모빌리티 제품들이 비치돼 있는데, 누구든 이를 시승하고 직원의 상세한 안내를 받아볼 수 있다.

“일반 자전거는 사용자의 체력과 컨디션에 따라 주행 페이스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죠.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다 같이 즐기는 엑티비티를 선호하는데, 전기자전거가 그런 니즈를 만족시켜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엠이코리아의 전기자전거 ‘비트’와 ‘피코’.
이엠이코리아의 전기자전거 ‘비트’와 ‘피코’.

내년 1월 김 대표는 자사 제품을 들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박람회 ‘CES’에 참가할 예정이다. 카본 전기자전거와 듀얼배터리 자전거, 팩바이크 등 그간의 기술력이 결집된 제품들이 글로벌 무대에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것이다.

B2C에서 B2G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도서지역이나 외딴 지역을 중심으로 이엠이코리아의 제품들을 배치해 지역 주민들의 이동수단으로 공급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몇몇 지자체들과의 협상도 착수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주위의 편견어린 시선을 많이 받았어요. 기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무슨 기술 기반 창업을 하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큰 그림이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다행히 저는 기술과 전문성을 가진 이들을 알아보고 모을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었고요.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 더 높은 가치와 혁신을 완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진: 이엠이코리아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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