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고객 취향 한 눈에…‘데이터 장인’의 큰 그림
김화경 로켓뷰 대표 인터뷰
데이터로 고객 취향 한 눈에…‘데이터 장인’의 큰 그림
2021.11.02 15:43 by 이창희

대기업 출신이 설립하는 스타트업의 활약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올해 초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예비·아기유니콘을 포함한 국내 유니콘 기업 115곳의 창업자 123명 중 34.3%가 대기업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 것’에 대한 열정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대기업의 풍요로움을 스스로 놓게 만드는 원천이다. 삼성전자 출신의 김화경(42) 로켓뷰주식회사(이하 로켓뷰) 대표도 그런 이들 중 하나다. 안락하고 풍요로운 둥지를 떠나 추위가 매서운 들판으로 뛰쳐나왔지만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하나하나 증명해가고 있는 창업자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의 경험과 직감을 믿고 ‘데이터’에 올인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화경 로켓뷰 대표.
김화경 로켓뷰 대표.

|북유럽에서 마약 같은 창업문화를 접하다
김 대표가 대학을 졸업한 2003년의 한국 사회는 벤처붐으로 가득했다. 1세대 IT기업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직장인들은 저마다 회사를 뛰쳐나와 창업에 도전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도 그런 분위기 속에 한 벤처기업에 입사했고, 3년 동안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달렸다. 그 스스로 ‘3년 경험한 것으로 지금까지 먹고 사는 것’이라 말할 정도로 치열하고 혹독한 시간이었다.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린 탓에 몸도 마음도 많이 상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추스르고 공부도 더 해볼 요량으로 유학을 떠났다. 목적지는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당시 노키아와 에릭슨으로 떠오른 IT 중심지 북유럽을 대표하는 공대였다. 그는 2년 반 동안 이곳에서 사용자 입력과 행동에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컴퓨터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김 대표가 유학한 스웨덴 왕립공대.
김 대표가 유학한 스웨덴 왕립공대.

학업을 마치고 2009년 한국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삼성전자에 들어가 다시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았다. 변화의 계기는 3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단말기 콘셉트를 개발하는 태스크포스(TF)에 전격 선발된 것이다.

“다양한 사업부에서 선발된 인원들과 함께 시작된 TF에서 제게 주어진 임무 중 하나는 해외 스타트업의 사례를 조사하는 일이었어요.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눈에 띄는 스타트업을 살폈죠.”

그러던 중 김 대표는 북유럽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스타트업 사우나’ 현지조사를 위해 핀란드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유학 시절 머물렀던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인 데다 내로라하는 스타트업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눈앞에서 지켜본 스타트업 사우나는 충격적일 정도로 대단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창업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도 대단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 곳 저 곳에서 활발하게 교류가 이뤄지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시공간이었다. 마침 그 때는 1년 중 해가 지지 않는 백야 기간이었다. 그야말로 밤을 잊은 채로 먹고 마시며 비즈니스에 대한 담론은 끝없이 이어지던 풍경… 길거리 펍(pub)마다 창업가와 투자자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이 마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방불케 했다. 

“펍이든 사우나든 사람만 모였다 싶으면 창업 이야기로 꽃을 피웠어요. 대낮인데 누구든 만났다 하면 맥주부터 들이켰죠. 사실 해가 지질 않으니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른 채 말이죠.(웃음)”

 

스타트업 사우나의 뜨거운 열기.
스타트업 사우나의 뜨거운 열기.

|야심찬 도전, 그러나 역부족으로 인한 첫 실패
핀란드에서의 놀라운 경험을 김 대표가 가진 ‘창업’에 대한 선입견을 모두 날려버렸다. 사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가졌던 ‘사업은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선입견 말이다.

기회는 곧 찾아왔다. TF 업무가 마무리될 무렵인 2015년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C랩’의 공모가 시작된 것이다. 선정이 되면 1년이라는 시간을 보장해주고 사업을 위한 공간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창업의 꿈을 펼치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고, 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김 대표의 아이템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활용도를 극대화한 어플리케이션이었다. 자신의 구상을 들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직원들을 설득해 5명으로 이뤄진 팀을 완성했다.

이들과 함께 김 대표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대상을 인식해 가장 적합한 기능이 실행되게끔 하는 서비스 ‘라이콘(LiCON, Lightly Control)’ 개발에 착수했다. TV나 에이컨을 촬영하면 리모컨 기능이 작동되고, 각종 디바이스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관련 앱 혹은 매뉴얼이 제공되는 방식이다.

이는 김 대표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해외 출장에서 호텔 내에 있던 낯선 기기의 작동법을 몰라 난감했던 기억에서 문제의식이 출발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사용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반대로 한국에 처음 방문해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에어비앤비’나 ‘야놀자’ 같은 기업들과의 협업도 곧 가능할 것만 같았다.

 

김 대표의 첫 도전작 ‘라이콘’.
김 대표의 첫 도전작 ‘라이콘’.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 대표는 최종적으로 라이콘의 사업화를 무한 연기했다. 어플의 범용성을 위해서는 담아내야 할 제품들이 너무나 많았고 신제품 출시의 주기도 매우 짧았다. 여기에 IoT(사물인터켓) 기반으로 가는 과정에서 딥러닝이 필요한 내용이 지나치게 방대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그와 멤버들이었지만 이는 그야말로 중과부적이었다.

 

|‘찍검’의 화려한 부활…‘메가 데이터 플랫폼’ 꿈꾼다
첫 시도는 실패했지만 도전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었다. 김 대표는 2016년 10월 삼성전자를 떠나 11월에 ‘로켓뷰’를 설립했다. 라이콘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것들과 한계에 부딪힌 부분들을 철저히 복기했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 활용의 범위를 설정했다.

이는 이듬해 3월 ‘찍검’ 출시로 이어졌다. ‘찍고 검색’을 뜻하는 찍검은 딥러닝 기반으로 개발한 OCR(광학 문자인식) 수집 기술이 핵심으로, H&B(헬스 앤 뷰티) 스토어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품을 찍으면 성분·후기 같은 상품 정보부터 최저가 비교까지 확인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로켓뷰는 찍검을 통해 올리브영·랄라블라·롭스 같은 H&B 스토어에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정보 측면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행동 로그 데이터를 수집한다. 고객의 성별과 나이는 물론이고 구매 패턴과 형태까지 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가 데이터가 된다.

이를 위해선 필요한 정보는 ‘발품’으로 메꿨다. OCR 외에도 각종 크롤링 기술을 동원했고,  이를 웹상에서 직접 긁어모으는 지난한 반복 작업이 이뤄졌다. 앱 출시 이후 현재까지 만 3년간 누적 다운로드 20만 건을 돌파한 건 모두 그러한 노력의 결과다. 현재 제품의 분류 카테고리는 80가지, 제품의 기능성을 나타내는 속성 분류는 8000개까지 세분화된 상태다. 고객이 찍검 어플을 사용한 뒤 핸드크림을 하나 구입한다고 하면, 판매 회사에는 구매 내역만 남을 뿐이지만 로켓뷰는 무엇을 검색하고 들여다봤는지에 대한 기록을 얻는다. 고객이 많이 들여다볼수록 해당 제품이 ‘구매의사가 높은 상품 데이터’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다양한 데이터가 쌓이면 고객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추천 알고리즘까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화장품 제조사의 상품기획 파트에서 가장 탐내는 데이터죠.”

 

찍검 서비스의 다양한 정보 제공.
찍검 서비스의 다양한 정보 제공.

김 대표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데이터를 가공·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거대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그의 큰 그림이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화장품을 벗어나 대형 마트부터 전자제품 매장 등 더 넓은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도 저희 데이터를 활용해 얼마든지 화장품을 제조·출시해 마케팅까지 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싶어요. 스타트업은 경쟁보다는 서로를 도우면서 성장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핀란드에서 이미 배웠거든요.(웃음)”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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