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잡은 물고기는 몇 등일까?"…낚시리그 '魚플'의 탄생
랭킹피쉬 신성철 대표 인터뷰
"내가 잡은 물고기는 몇 등일까?"…낚시리그 '魚플'의 탄생
2021.10.26 12:28 by 김주현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홀로 대양에서 거대한 청새치와 오랜 사투를 벌인다. 지난한 사투 끝에 포획에 성공했지만 귀환 도중 상어 떼의 습격으로 청새치의 뼈만을 들고 돌아온다. 만약 이 노인이 요즘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는 청새치를 잡자마자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을 테고, 이를 평생의 훈장처럼 간직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낚시라는 취미의 본질이다. 

내가 잡은 '월척'을 기록·보존하고 이를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낚시인들의 보편적인 정서다. "내가 예전에 이만한 대물을 잡았었지"라며 흥분하는 낚시인들의 단골멘트는 그러한 욕구의 발로다. 그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성취감과 원동력을 얻는다. 고독하고 지루한 승부의 보상은 결국 자신의 성과물을 나누고 기뻐해줄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귀결된다. 자기 자신과 싸우는 고독한 취미로 여겨지는 낚시의 재발견이다. 

이러한 낚시의 속성에 주목한 플랫폼이 '랭킹피쉬'다. 이 플랫폼은 단순히 조과(釣果)의 기록이 아닌 경쟁에 초점을 뒀다. '누구 물고기가 더 큰지 순위를 매겨준다'는 단순한 발상에서 출발했지만, 플랫폼이 담고 있는 내용물은 훨씬 속 깊다. 취미로 시작했던 낚시가 사업 아이템이 되기까지의 험난했던 여정을 듣기 위해 신성철 랭킹피쉬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신성철(사진) 랭킹피쉬 대표
신성철(사진) 랭킹피쉬 대표

| 낚시가 '올드'한 스포츠라고?

"낚시하면 시대에 뒤처진, 소위 나이든 사람들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이미지가 강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젊은 세대의 신규 유입이 상당한 편입니다. 10대~40대가 전체 낚시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6%수준이고, 이들의 낚시 관련 온라인콘텐츠 이용률은 87%에 달하죠. 낚시가 젊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신성철 대표의 첫 마디는 낚시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했다. 생각보다 훨씬 젊은 취미 활동이며 활발하게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도하는 것 역시 이 젊은 세대들이라는 얘기다. 젊은 피가 수혈되어 낚시의 새로운 물결이자 변화의 흐름을 만들고 있지만, 그들에게 다소 높은 진입장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신 대표는 이에 대해 "정보의 비대칭이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젊은 세대들이 활동하는 온라인상에 신뢰할만한 콘텐츠가 부족한데다 정보가 지나치게 분산·편중돼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3년차 낚시 광이기도 한 신 대표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으로 개발한 것이 바로 젊은 세대가 만족할만한 정보와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낚시랭킹 플랫폼 '랭킹피쉬'다.

"지인들과 낚시를 가면 자연스레 대결 구도가 성립되곤 해요. 어느 날인가 한발 떨어져서 지인들의 경쟁을 지켜봤는데, 보고 있자니 참 재밌더라고요. 사회적인 위치도 연배도 지긋한 사람들이 별것도 아닌 경쟁으로 울고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말이죠. 이게 진짜 낚시가 주는 힐링포인트가 아닐까 싶었어요. 이런 즐거움을 새로 유입된 젊은 세대들과 나눌 수 있는 플랫폼, 그것이 '랭킹피쉬'입니다."

 

랭킹피쉬 앱의 대표 서비스 ‘피싱랭킹’에서는 내가 잡은 물고기의 순위를 볼 수 있다
랭킹피쉬 앱의 대표 서비스 ‘피싱랭킹’에서는 내가 잡은 물고기의 순위를 볼 수 있다

| “Flex Your Fishing”
'랭킹피쉬'의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잡은 물고기를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계측하고 사진을 찍어 맞는 어종별 카테고리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잡은 물고기 크기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이 '피싱랭킹' 시스템은 기간별·어종별 랭킹으로 나뉜다. 기간별 랭킹은 주간랭킹, 월간랭킹으로 경쟁하는 시스템이고 어종별은 같은 어종끼리 경쟁하는 식이다. 현재는 활성화 되지 않았지만, 추후 정식 서비스 단계에서는 지역별, 커뮤니티별 낚시 리그도 개최할 예정이다. 신성철 대표는 “낚시인들은 누구나 자신이 잡은 고기를 자랑하고 이를 과시하고 싶어한다”면서 “그러한 자랑에 대한 욕구를 스포츠적인 경쟁 요소로 구현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에서의 승리에는 당연히 보상이 따른다. 순위를 매겨 일정 랭킹 이상에 입상한 회원에게는 상품을 준다. 작게는 커피 쿠폰부터 크게는 낚시대 등 고가의 물품까지 다양하게 준비됐다. 무료 회원과 유료 회원 간에 상품을 차별화 시킨 것은 수익모델에 대한 고민의 발로다. 

낚시 활동에 대한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서비스인 '피싱캐디'도 흥미롭다. 이 서비스를 통해 나의 낚시 조과와 조업 장소, 기상상태, 위치, 시간 등 나만의 낚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이처럼 축적된 정보는 본인의 콘텐츠화를 통해 판매도 가능하고, 역으로 낚시 고수의 데이터 구매도 가능하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가공한 정보의 매매도 이뤄진다. 예를 들어 우럭을 잡고 싶다면 우럭 랭킹1등이 조과를 올린 위치와 시간, 미끼 등의 정보를 구매하는 식이다.

지난 6월부터 베타서비스를 시작한 랭킹피쉬 앱은 불과 2개월 여 만에 750명에 이르는 낚시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신 대표는 “정식 서비스 출범 전이라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를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랭킹피쉬는 내년 2월 정식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이에 맞춰 본격적인 회원 모객과 마케팅을 펼칠 계획으로, 첫 단계의 모집 예상 인원은 약 2000여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회원 숫자 불리기는 것에 집착하지는 않을 겁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많고 재미있는 플랫폼이라면 자연스럽게 사람이 많이 모일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저희 플랫폼을 애정하고 아껴주는 ‘찐’ 회원들을 모집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의미 있는 숫자를 만드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앱 론칭 기념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신성철(가운데) 대표
앱 론칭 기념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는 신성철(가운데) 대표

| 낚시로 실천하는 ‘사회적 가치’
랭킹피쉬에서 피싱랭킹, 피싱캐디 서비스 못지않게 힘을 주고 있는 것이 바로 ‘그린랭킹’이다. 이는 낚시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부터 출발한 솔루션이다. 낚시터 주변에 쓰레기 무단 투척 문제는 낚시인들에게는 오래된 문제이자 과제였다. 아무리 캠페인을 벌이고 환경보호 현수막을 내걸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낚시인들이 쓰레기를 수거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신 대표는 이 역시 경쟁의 가치로 풀어냈다. 낚시와 마찬가지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환경보전을 위해 활동한 사진을 올리면 이를 평가해 순위를 정하는 식이다.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에 대한 퇴치도 점수에 반영된다. '배스', '블루길', ‘붉은귀거북’ 등 하천에 유입된 외래어종을 많이 포획 할수록 순위가 높아지며 이에 대한 보상을 제공한다. 

"저는 낚시인들이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베테랑 낚시인이 초보 낚시인에게 뭐 하나라도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싶어 하는 것도 '선한 영향력'의 일부라고 생각하죠. 저희는 조금 더 나아가서 지속가능한 낚시환경을 구축하는데 한 손 보태고자 합니다. '그린랭킹'은 그러한 취지도 도입된 카테고리에요."

신 대표는 그린랭킹을 통해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과의 교류도 이어갈 계획이다. 기업들이 ESG경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랭킹피쉬'의 멤버십 회원이 충분한 숫자를 갖춘다면 환경 캠페인이나 정화사업 등에 동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기업들에게 실질적인 ESG실천 지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랭킹피쉬'의 최종 종착지는 지속가능한 낚시환경 조성과 올바른 낚시문화 정착입니다. 너무 거대한 꿈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해나갈 계획이에요. 그런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간다면 새로 유입되는 젊은 낚시 세대에게도 낚시의 진짜 즐거움과 가치를 전달할 수 있겠죠?(웃음)."

 

필자소개
김주현

안녕하세요. 김주현 기자입니다. 기업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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