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늘리는 ‘돈기부여’…한번 경험해보실래요?
피트메디 김운연 대표 인터뷰
건강수명 늘리는 ‘돈기부여’…한번 경험해보실래요?
2021.10.20 01:05 by 최태욱

건강과 장수를 향한 인간의 염원은 끝이 없다. 한 때 신기원처럼 여겨졌던 ‘100세 시대’도 이젠 마냥 성에 차지 않을 정도다. 사회‧경제적 환경, 의료기술의 발전, 건강한 생활습관 등은 오래살고 싶다는 바람을 현실로 바꿨다. 실제로 지난 1970년 62세에 불과했던 평균 수명은 반 세기 만에 20년 가까이 늘었다. 

사는 날이 길어지면서 최근 부쩍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삶의 질’이다. 기대수명은 꾸준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건강수명은 도리어 줄어든다는 목소리까지 일면서, 특정한 질환이나 장애 없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시기인 ‘건강수명’의 가치가 ‘그저 사는 것’ 이상으로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의 가치가 높다는 건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이 높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누구나 알다시피 예방적인 건강관리의 최고봉은 꾸준한 운동이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학습하던 의학도의 눈에도 이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한 사람의 죽음을 막는 것보다 백사람의 운동습관을 만드는 게 더 의미 있는 일이라 판단한 것도 그 때문이다. 어렵사리 들어선 의사의 길을 잠시 벗어나 운동 전도사로 나선 김운연(24) 피트메디 대표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김운연(사진) 피트메디 대표

| 어느 의학도의 이유 있는 변심 

“근감소증이란 질환이 있어요. 근육이 점점 없어지며 발생하는 건데 예전엔 자연스런 노화로 보기도 했죠. 근데 최근 전 세계에서 이를 질병으로 분류하기 시작했어요. 합병증이 상당히 많거든요. 이런 병에 운동만큼 좋은 예방 치료가 있을까요? 성인병, 대사질환, 비만, 당뇨병 같은 질병도 마찬가지고요. 갈수록 운동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김운연 대표의 말투는 단호했다. 의대에서 4년 간 축적했던 경험과 지식의 발로였다. 김 대표는 학창시절부터 영향력 있는 삶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길을 택했던 것도 그래서다. 학교와 병원을 돌며 이론과 현장을 탐구하는 사이 생각의 변화가 찾아왔다. 도저히 손 쓸 수 없는 환자들을 숱하게 접하며, 치료의 한계와 예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김운연 대표는 “실제 교수님들도 향후 의학이 정진해 나아가야 할 길은 ‘예방의학적인 영역’이라고 강조하곤 했다”면서 “그 무렵부터 사람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운동습관이나 식습관에 관여해보고 싶은 열망을 갖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 본인이 운동 마니아인 점도 크게 작용했다. 학창시절엔 축구선수를 꿈꿨을 만큼 볼 차는 걸 좋아했고, 스무 살 무렵부턴 헬스 삼매경에 빠지며 보디빌딩 대회 출전 경력도 있을 정도다. 자연스레 늘 활력이 넘치고 아픈 곳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주자’는 미션이 보다 확고해진 이유다. 

“제가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서 수 십 만 명이 운동 습관을 갖게 할 수 있다면, 의사가 되는 것 못지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창업의 길을 택하게 됐죠. 사실 공부보다 사업이 조금 더 성향에 맞는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보디빌딩 대회의 출전한 김운연 대표의 모습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 김운연 대표의 모습

| 풍성해진 홈트 시장에서 작은 틈새를 보다 
2019년 여름 휴학과 동시에 창업 전선에 뛰어든 김운연 대표는 같은 해 12월 ‘피트메디’라는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 구상한 사업 아이템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데다 코로나19 발발로 현장 활동의 제약까지 심해지면서 좌초 위기를 겪었다. 공동창업자였던 의대생 동기가 학교로 복귀하면서 생긴 ‘맨 파워’의 누수도 큰 타격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와신상담하며 때를 노렸다. 정부‧민간에서 진행하는 창업 교육을 닥치는 대로 찾아다니며 부족한 면을 채웠고, 위대한 창업자들이 쓴 자서전을 탐독하며 영감을 키웠다. 김 대표는 “경험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든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얻고자 동분서주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사이 시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코로나19의 발발로 홈트레이닝 서비스가 덤벨 이코노미의 대세로 떠오른 것이다. 비슷한 영역에서 활동하던 김 대표에게도 꽤나 흥미로운 변화였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콘텐츠부터 플랫폼까지 다양한 홈트레이닝 관련 서비스가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시장이 풍성해지고 서비스가 다양해지자 오히려 김 대표에겐 그 속의 작은 틈새가 도드라지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전문가가 운동을 보조해주고, AI가 자세를 교정해주는 서비스가 부쩍 많아졌잖아요. 운동을 ‘하는’ 사람에겐 분명 도움이 되죠. 그런데 막연히 운동을 ‘하려는’ 사람에게도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운동의 가장 앞단에서 첫 발을 내딛게 해주는 서비스가 부재했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부쩍 성장하고 있는 ‘습관형성시장’과 비슷한 개념인 셈이죠.”

 

디캠프를 통해 창업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김운연 대표와 피트메디 팀원들

그런 발상을 시작으로 탄생한 서비스가 바로 ‘위너스해빗(winner’s habit)’이다. 서비스명에서 엿보이듯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운동습관을 만들어 주는 개념으로, 돈이라는 직관적이며 확실한 매개체가 동기부여를 북돋는 방식으로 활용됐다.

유저가 운동 목표를 세우면 목표에 맞는 챌린지가 개설되는데, 이 챌린지에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한 후 챌린지의 성공 여부에 맞춰 환급 및 추가 상금이 지급되는 식이다. 목표 달성률 90% 이상이면 전액 환급, 50~90% 사이의 구간은 절반 환급, 50% 미만이면 환급이 이뤄지지 않는다. 참가자들이 환급받지 못한 금액은 고스란히 쌓이고, 이는 다시 전체 참가자들의 달성률에 따라 추가 상금으로 지급된다. 목표를 달성한 참가자는 참가비의 최대 200%까지 환급을 받을 수도 있는 구조다. 일종의 절대평가이자 상대평가인 셈. 챌린지는 종류부터 기간까지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헬스장 주3회, 골프연습장 주2회, 조기죽구회 주1회 등 운동에 관련된 모든 도전이 가능하다. 도전의 결과는 앱 내에 설계된 자체 인증 시스템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말 그대로 ‘운동장 문 앞까지만 데리고 온다’는 소박한 목표가 오롯이 투영된 서비스인 셈이다.  

“헬스장을 연단위로 끊어놓고 발길을 못했던 경험, 누구든 한번쯤은 했을 거예요. ‘헬스장만 가도 절반의 성공’이란 말도 하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운동하러 가는 습관’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가장 확실한 동기부여는 자기 돈을 거는 것이라고 봤고요. 실패하면 벌금을 내는 셈이지만, 성공하면 운동도 하고 상금도 획득하는 거죠.”

 

어플리케이션 ‘위너스해빗’의 서비스 화면.
어플리케이션 ‘위너스해빗’의 서비스 화면.

MZ세대다운 ‘쿨’한 접근법에 시장은 곧장 반응했다. 올해 4월 앱이 출시되자마자 좋은 후기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월평균 200%씩 유저 수가 늘고 있다. 별다른 홍보‧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얻어낸 결과라 더욱 값지다. 하나벤처스부터 2억원의 시드투자를 유치해 낸 것도 고무적인 성과다. 

하지만 김운연 대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자신들의 미션을 위해 이제 겨우 첫발을 떼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산적한 과제들이 더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눈앞에 놓인 과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앱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 연말까지 프로모션과 이벤트 계획들이 즐비하게 준비되어 있는 것도 그래서다. 김 대표는 “연내에 가입자 3만 명을 달성하는 게 1차 목표”라고 귀띔했다. 위너스해빗 앱을 통해 운동을 게임화하는 방식과 보상을 통한 습관형성의 힘이 입증되면 추후 보다 공격적으로 범위를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동기부여의 저력은 생각보다 커요. 저도 창업하고 밤샘근무가 늘면서 운동과 멀어졌었는데, 저희 앱을 쓰면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거든요. 저 같은 분들을 3년 안에 50만 명까지 모으고 싶습니다. 그럼 저희가 국민 1%의 운동습관에 관여를 한 셈이겠죠?(웃음)”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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