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교육, 문제 많지만 그래도 필요한 이유는…”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인터뷰
“창업교육, 문제 많지만 그래도 필요한 이유는…”
2021.10.12 18:06 by 이창희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오징어게임’은 창업자의 도전과 여러 모로 닮아있다. 게임을 거듭할수록 탈락자가 나오고 살아남는 이들은 줄어든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생존하는 이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자력보단 타인의 도움이나 조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창업 역시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적절한 교육과 멘토링은 스타트업을 위험에서 건져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모든 창업교육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창업자만큼이나 창업교육의 형태와 종류는 다양하고, 무엇보다 창업씬의 역사가 길지 않다보니 아직은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 더 눈에 많이 띈다. 이에 <더퍼스트미디어>는 201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창업교육에 매달려온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를 만나 현재 교육과 멘토링이 가진 각종 문제점과 해결책을 들어봤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삼성SDI·두산인프라코어·현대카드캐피탈 출신의 강 대표는 현재 교육 전문기업 ‘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와 창업 브랜딩 전문 컨설팅 기업 ‘매드해터’ 마케팅 이사를 겸하고 있다. 사회초년생의 지침서 ‘일의 기본기’ 저자이기도 하다. 창업교육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16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창업 코치를 맡으면서부터다. 당시 예비·초기 단계의 창업자들의 교육을 맡아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크고 작은 교육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지난해부터는 신한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에 참여해 1기부터 4기까지 마스터 코치로 활동 중이다. 

그가 바라보는 창업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성과지표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초기 아이디어 단계에서 필수인 교육은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 갖춰야 할 소양을 교육으로 학습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를테면 기업가정신 같은 기본적인 교육은 예비 단계에서 꼭 필요하지만 들을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반면에 창업을 이미 시작한 이들에게는 이런 기본 교육이 차고 넘치죠. 교육의 빈틈과 동시에 중복교육의 문제가 생기는 이유죠.”

또한 창업 생애주기에 따라 예비창업패키지·초기창업패키지·창업도약패키지 등 나름의 단계별 지원사업에 맞춘 교육이 갖춰져 있지만, 여전히 공통 교육이 많고 산업군 및 분야에 따른 세심함이 떨어진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바이오나 AI(인공지능)는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오랜 기간 소요되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커머스의 경우 고객 유치와 확보와 초점을 맞춘 전략을 코칭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 같은 커리큘럼을 디테일하게 갖춘 교육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오늘날 많은 액셀러레이터들의 ‘종합상사화(化)’ 경향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하드웨어·커머스·AI 등 분야별로 특화된 액셀러레이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거의 모든 액셀러레이터가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다보니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입시로 치면 전공학과도 모른 채 대학 간판만 보고 들어가 공부하게 되는 셈이죠. 분야별로 나눠져 있던 과거에는 전문가 풀(pool)이 그럭저럭 확보돼 있었지만 이젠 그런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강 대표는 수년 전 창업 붐이 갑자기 크게 일자 교육·멘토링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문성을 가늠할 수 없는 각계각층의 ‘멘토’들이 창업씬에 대거 유입된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역량과 의지를 바탕으로 창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들도 있지만, 심각할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들 또한 지금까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겉보기에 화려한 경력만 내세우거나, 자격증 하나만 믿고 능력 이상의 역할을 맡거나, 심하게는 자신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윤리적이지 못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여전히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에게 재구매율을 높일 방법을 질문하는 멘토, 상권분석 플랫폼 운영사를 멘토링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 개념을 전혀 모르는 멘토가 실제로 존재하는 게 현실입니다. 강사 수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죠.”

 

창업팀 멘토링 중인 강재상 대표.
창업팀 멘토링 중인 강재상 대표.

이렇듯 갖가지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교육이나 멘토링의 효능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창업 과정에서의 교육 필요성을 높지 않게 보는 것이다. 창업자들의 입장도 갈린다.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교육에 시달려온 이들은 이에 찬성하는 반면, 전문가의 조언이 절실한 이들은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아쉽다.

교육 무용론이 커질수록 악순환의 고리는 단단해진다. 창업자가 교육을 기피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서 무용론이 힘을 얻고, 그러면 창업자는 다시 교육과 멀어지게 된다.

이에 강 대표는 창업교육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행착오를 감수하고라도 앞으로 어느 정도 기간 동안은 다양하고 많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변한다. 창업자는 다양한 멘토링을 경험할수록 스스로가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멘토 역시 창업자들을 많이 만나야 경험이 쌓이면서 교육 역량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자가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다를 수 있습니다. 멘토 또한 ‘잘 가르칠 수 있는 것’과 ‘잘 가르쳐야 되는 것’이 다를 수 있죠. 양쪽 모두 스스로의 상태와 역량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고, 창업교육 전반의 발전은 이 같은 토대 위에서 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강 대표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오고 있는 것이 이른바 ‘10만 전문멘토 양성’이다. 각 산업군에서 저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들을 모집해 전문 멘토로 육성하는 것이다. 경험·경력이 풍부한 것과 그걸 토대로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창업씬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뛰어들다 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그들이 가진 경험이라는 자산이 정제를 거친 후에 필요한 이들에게 매칭된다면 정말 큰 시너지를 기대해도 될 겁니다.”

 

/사진: 패스파인더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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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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