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로 꼬인 실타래…원격의료로 풀어야죠.”
이호익 솔닥 공동대표 인터뷰
“원격의료로 꼬인 실타래…원격의료로 풀어야죠.”
2021.10.05 18:35 by 최태욱

우리 일상에서 플랫폼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작지 않다. 초연결사회 혁신의 대표주자로 영향력을 높여가나싶더니, 펜데믹 시대의 총아로 급부상하며 단숨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플랫폼으로 시작해 플랫폼으로 마치는 하루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의식주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빠르고 광범위하게 영역을 확장해 나가다보니 때로는 크고 작은 생채기가 생기기도 한다.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의 규제 이슈나 특정 산업 군에서 포착되는 기존 시장과의 갈등 양상이 대표적이다.  

특히 의료 분야는 혁신과 기존 업계 질서 사이의 시각차가 가장 큰 산업군이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다보니 새로움에 대한 우려나 경계가 컸고, 혁신에 대한 발걸음이 미진했던 만큼 그에 대한 갈증 또한 크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의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이러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실타래처럼 꼬이기 시작했고, 이는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원격의료의 틀을 세워보겠다고 나선 비대면 진료 서비스 ‘솔닥’의 행보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마치 ‘원격의료’라는 신세계를 사전답사하듯, 가장 안전하고 손쉬운 영역부터 차근차근 경험치를 쌓는다. 잰걸음으로 플랫폼의 수요자와 공급자를 늘리려 하기 보단, 넓은 보폭으로 본격적인 원격의료 시대를 채비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행보를 이끄는 동력은 지난 6년 간 수많은 환자들과 소통하고 젊은 의사들과 교류하며 빚어진 이호익(35) 솔닥 대표의 소신과 뚝심이다. 

 

이호익(사진) 솔닥 공동대표
이호익(사진) 솔닥 공동대표

| 구태가 싫었던 닥터, 병원을 새로이 해석하다 

“의료 서비스도 많이 바뀌었어요. 의과대학에선 환자와 의사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필수과목이 생기고, 의사 국가고시에도 이를 시뮬레이션하는 실기시험이 신설됐죠.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중요해진 시대가 된 거예요. 사실 저 같은 초짜 의사가 강남 한복판에서 5년째 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도 그로부터 나왔죠.(웃음)”

현직 의사인 이호익 대표는 기업가정신이 돋보이는 인물이다. 혁신적이고 진취적이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그의 삶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학창시절엔 자신만의 공부법을 따로 정리한 학습기획서 만들기를 즐겼고, 커서는 사업계획서 쓰는 게 취미일 정도다. 머릿속의 구상을 현실로 끌어내는 추진력도 강하다. 의대 시절 교환학생으로 머물렀던 독일의 놀이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귀국 후 곧장 해당 콘텐츠로 가게를 차렸던 경험도 있다. 이 대표는 “정해져 있는 것보단 새로운 걸 시도하길 좋아하고, 그런 일에는 힘든 줄도 모른다”면서 “그런 게 ‘기업가정신’이라면 매우 강한 편이라 자부한다”고 귀띔했다. 

그런 그에겐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가 다소 구태의연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는 개원의를 선택한 이유도 그래서다. 

“외국에서 공부할 때 해외 의사들하고 많은 얘기를 나누다보니,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많이 깨지더라고요. 손수 자영업을 하면서 깨달은 바도 많았죠. 그때부터 병원에 대한 해석을 조금 다르게 하게 되더라고요. 의사의 권위나 삭막하고 고압적인 병원보단 조금 더 서비스적인 마인드로 접근하게 됐어요.”

이호익 대표는 자신이 처음 마련한 의원에 그런 속내를 고스란히 녹여냈다. 상담실장을 배제한 채 모든 환자와 직접 소통했고, 개인 메신저 등을 통해 시술 후 사후관리까지 책임졌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하는 공간이 가장 편안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단장해 환자중심의 진료를 보았다. 이 대표는 “덕분에 지금도 몇 년 째 연락하는 환자분들이 있을 정도”라며 웃어보였다. 

 

이호익 대표가 운영하는 의원 진료실
이호익 대표가 운영하는 의원 진료실 풍경

그런 그가 잠재된 기업가정신을 만개시킨 건 현재 솔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김민승 대표를 만나면서부터다. 삼성전자의 요직을 포기하고 창업씬에 출사표를 던진 또래 청년… 도전정신이 도드라지고 에너지가 넘치는 김 대표는 자신과 닮은 듯 다른 영감과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호익 대표는 “당시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려던 김 대표가 저에게 의학적인 조언을 요청했었다”면서 “그게 인연이 되어 사업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레 의기투합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첫 공동 프로젝트는 아이케어밤 제품이었다. 안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토대로 기획된 것으로, 안구건조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일종의 기능성 제품이었다.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제약회사의 러브콜까지 받았을 정도. 하지만 제약회사의 마케팅 전문가에게 전권을 위임하자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이어졌다. 안구건조증 완화 목적으로 제작한 제품이 주름개선 용 아이크림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의사‧환자 간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절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화장품 계열로 출시한 건 맞아요. 주름 개선 기능도 일부 넣어놨고요. 하지만 그 제품은 엄연히 인공눈물을 덜 쓰게 하는 보완재로 기획된 것이었죠. 안과 전문의들과 열띤 논의 끝에 제품을 만들었는데 그게 마케팅을 거치며 소비자나 환자에게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거기에서 문제의식을 크게 느꼈고요.”

 

이호익‧김민승 솔닥 공동대표
이호익‧김민승 솔닥 공동대표

그 사건은 기획광인 두 대표에게 새로운 비즈니스의 힌트를 주었다. 의사들이 만든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왜 이런 제품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쓰일 때 의도했던 효과를 100% 발휘할 수 있는지 솔직하게 말해주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 2019년 10월, ‘솔직한 닥터’라는 의미를 가진 서비스 ‘솔닥’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의료분야의 미래 열어갈 것
초창기 솔닥은 총 7종의 제품을 제작해 둔 상태였다. 탈모, 비만, 피부관리 등 정기적인 진료와 반복적인 의약품 복용이 요구되는 증상의 효과적인 관리를 염두해 둔 라인업이다. 이 제품을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를 중개하는 플랫폼이 초기 솔닥의 모델이었다. 

이호익 대표는 “우리 상품에 ‘솔닥 토크’ 서비스를 붙여서 해당 상품을 기획한 의사에게 실시간으로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이를 통해 제품의 오‧남용을 막고, 추가적인 건강관리나 필요 시 상급 병원으로 안내하는 일까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건강관리 및 상담 사이트로 기능했던 것. 의사들은 신선해했고 고객들은 만족해했다. 그러던 중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바로 코로나19의 발발과 확산이었다.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대면진료가 곤란해지자 정부와 국회는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상품과 원격상담만으로 고객들을 확보했던 솔닥은 빠르게 피벗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처방-상담-상품으로 이어지는 원격의료의 틀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솔닥의 서비스 화면
솔닥의 서비스 화면

피벗 이후 솔닥은 비즈니스 모델의 선후 구조를 전환했다. 자사의 상품을 위해 상담을 연계하던 구조에서 상담과 처방이 앞단으로 배치됐다. 웹페이지를 통해 예약을 하면 담당 의사가 배정되어 화상 진료를 하고, 처방에 맞춰 약 배송까지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수익모델인 상품 판매의 우선순위는 뒤로 조정했다. 보완재 성격인 기능성 제품보단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호익 대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비대면 진료는 이제 문이 열린 것이나 다름없어요. 이게 정말 되는 건지, 별 문제는 없는지 의구심이 드는 단계죠.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훨씬 중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다행해 그가 바랐던 소비자의 만족도는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5월에서 7월 사이 월간 진료건수가 342%나 급증했을 정도다. 반신반의했던 의사들 역시 속속 참여의지를 밝히고 있다. 현재 화상 진료를 보는 의사는 총 20명 정도. 소비자의 니즈를 확인한 만큼, 의사 풀을 증대해 플랫폼의 폭발력을 높여볼 법도 하지만, 이 대표에겐 아직 모든 게 조심스럽다. 이호익 대표는 “환자 중심적인 자세가 검증되지 않았거나, 원격 진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의료진의 참여는 자칫 환자들의 경험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환자들이 확신을 가질 만큼의 마스터 가이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검증된 자원으로 한 땀 한 땀 일궈가는 지금의 방향성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인 스스로도 그 가이드를 만들어 가는 퍼즐 조각 중 하나로 활약한다. 일주일에 많게는 200건 정도의 화상진료를 보며, 노하우나 오류사항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고스란히 축적 및 공유되어 개선과 발전의 기초가 된다. 향후 본격적인 원격진료 시대의 토대가 될 밑거름인 셈이다. 

 

화상진료를 통해 환자와 만나고 있는 이호익 대표
화상진료를 통해 환자와 만나고 있는 이호익 대표

원격진료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히 잡음투성이다. 기존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하고, 한시적 허용 이후의 논의 방향도 어디로 향할지 미지수다. 의료 민영화 같은 예민한 이슈까지 얽히고설켜 있다. 이호익 대표는 “뒤죽박죽 엉켜있는 실타래를 누군가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기다릴 것 아니라 현장에서 플레이하고 있는 우리가 직접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솔닥의 자세이자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탈모나 비만 등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에서 시작했고, 원격의료 서비스를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소수 의사들로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는 것도 혼란과 충돌을 최소화하며, 원격의료의 주춧돌을 세워나가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행보는 결국 앞서 얘기했던 병원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맞닿아있다. 철저히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의료서비스 말이다. 

“원격의료 플랫폼은 국내 최고의 명의를 연결시켜주겠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효과적인 처방을 희망하는 환자에게 시간적, 공간적 짐을 덜어주자는 거죠. 원격으로 기초진료를 해결하면 상급병원의 집중력은 더 높아질 겁니다. 그 틈새에서 새로운 생태계가 창출되고, 의료산업도 새롭게 발전할 수 있겠죠. 앞으로도 그런 신념을 지켜나가는 기업으로 활약하고 싶습니다.”

 

/사진: 솔닥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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