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피의 감성과 AI의 정확성이 추천하는…‘이옷’ 어때요?
강성열 신사유람단 대표 인터뷰
패피의 감성과 AI의 정확성이 추천하는…‘이옷’ 어때요?
2021.09.28 12:34 by 최태욱

삶이 선택의 연속이라면, ‘요즘’ 삶은 추천의 연속이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채널에서 나만을 위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유튜브에선 내가 봄직한 영상을 소개하고, 넷플릭스에선 기호에 딱 맞는 영화 리스트를 눈앞에 들이민다. 이커머스 플랫폼들 역시 구미가 당기는 상품들로 나만의 진열대를 꽉꽉 채운다. 보험‧대출‧투자…하다못해 광고조차 추천의 의지를 숨기지 않는다. 협업 필터링 시스템으로 시작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으로 이어지는 추천 기술의 발달이 ‘결정장애’ 제로의 세상을 만들어 갈 기세다. 

그중에서도 추천과 특히 잘 어울리는 분야가 바로 패션이다. 친구‧언니‧엄마 앞에서 옷을 대보며 “잘 어울려?”라고 묻던 풍경이 이젠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관련 기술이 발전할수록 추천의 만족도는 점점 높아지고, 옷을 날개로 만드는 기업들의 가치도 덩달아 치솟는다. 10년 간 옷 추천만 했던 미국의 ‘스티치픽스’는 현재 기업가치 6조가 넘는 회사로 성장했다. 

스티치픽스의 성공은 수많은 플랫폼에게 영감을 주었고, 자연스레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의 후발주자들이 등장했다.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추천’이라는 수식어를 단 패션 플랫폼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스타일링 추천 어플리케이션 ‘이옷’을 서비스하는 ‘신사유람단’도 그중 하나다. 점점 덩치를 키우는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들 사이에서 조금씩 반짝거리는 빛을 내며 존재감을 어필하는 중이다. 한국의 스티치픽스로 향하는 신사유람단의 유람기를 들어보기 위해 강성열(46) 신사유람단 대표를 직접 만나봤다. 

 

강성열(사진) 신사유람단 대표
강성열(사진) 신사유람단 대표

| 자타공인 ‘패피’의 이유 있는 도전 

“여기 보세요. 오리털 점퍼를 입고 있는 꼬마들 사이에 유독 튀는 애가 하나 있죠? 그게 접니다.(웃음) 어릴 때부터 조금 남달랐죠.”

강성열 대표가 보여준 초등학교 졸업사진. 평범한 차림새의 소년들 사이에 데님 소재의 셔츠와 팬츠, 그리고 재킷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나 소화하기 힘들다는 ‘청청패션’을 시도하는 용기와 이를 멋스럽게 표현해낸 센스가 인상적이다. 강 대표는 “동네 슈퍼 갈 때도 멋 부리고 다닐 정도로 이상한 고집 같은 게 있었다”며 웃어보였다. 

강성열 대표는 자타공인 멋쟁이였다. 섬유 제조를 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옷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열정이 있었다. 열정은 청년 시절까지 쭉 이어졌다.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일할 때는 슈트(suit)에 빠져 살았다. 기성복의 한계를 느끼곤 전국의 맞춤 정장 투어를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맞춤옷을 하는 테일러숍들도 강 대표를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급기야 남성 정장을 만드는 공장에 1년 동안 출퇴근하다시피하며 직접 테일러링(tailoring‧정장을 몸에 딱 맞도록 재단하는 것)을 배웠다. 이 경험은 삶의 변곡점을 찍는 계기가 됐다. 

“친구가 스튜디오를 했는데 공간이 꽤 넓었어요. 월세 부담이 있으니 저한테 공간 한 편을 내어 주며 나눠 쓰자더라고요. 거기다 아예 테일러숍을 차려버렸죠. 10년 간 맞춤 정장 해 입고, 또 공장에서 기술을 배워보니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강성열 대표의 첫 창업은 테일러숍이었다.
강성열 대표의 첫 창업은 테일러숍이었다.

재미삼아 도전해 본 테일러숍이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워낙 멋쟁이로 통했던지라 자연스레 지인 고객이 확보됐고, 시나브로 입소문도 퍼졌다. 그 과정에서 독특한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옷을 파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맞는 스타일링을 해주는 것이 더 재미있고 만족도도 높았던 것. 강 대표가 운영하던 테일러숍의 강점과 차별성도 그로부터 나왔다. 강 대표는 “고객이 오면 체형과 분위기, 스타일 등을 고려하여 여러 가지 패션 제안을 해주곤 했었다”면서 “고객들도 신선하다며 반기더라”고 했다. 

그때 축적된 경험과 내공은 강 대표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스트라입스’라는 남성 패션 브랜드에 합류하게 된 것. 스트라입스는 고객에게 최적의 사이즈를 제안하는 맞춤 정장 O2O 서비스로, 강 대표에겐 개인 맞춤 스타일 컨설팅 업무가 주어졌다. 자타공인 패피에, 패션 제안에 즐거움까지 느꼈던 그에게 ‘맞춤옷’같은 업무였던 셈이다. 테일러숍에서 3년, 스트라입스에서 3년 반…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치수를 재고, 체형의 정보를 얻고, 이에 대한 최적의 스타일을 고민했던 데이터는 고스란히 강 대표의 자산으로 축적됐다. 훗날 신사유람단이 만든 앱의 인공지능(AI) 학습 데이터가 바로 그 때 그것이다. 

 

| 한계 뛰어넘는 추천 솔루션… 재방문율 70% 만든 힘
강성열 대표가 옷에 빠져 살던 사이에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었다. 특히 마케팅 영역에선 추천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하는 초개인화 솔루션이 속속 등장했다. 맞춤옷을 해 입듯 기성복을 고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강 대표 입장에선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변화다. 하지만 이내 뭔가 아쉬웠다. 여러 추천 솔루션을 체험해봤지만 진정한 개인화라고 느껴지는 곳은 없었다. 

“현재 패션 추천 서비스 방식은 사용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거나, 제품과 제품의 어울림에 의존하는 이미지 분류 방식이에요. 개인 체형에 맞는 스타일링 방법과 제품의 선택은 고려되지 않고 있었죠. 내게 맞는 옷을 추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나’가 빠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더라고요.” 

 

초개인화 서비스는 패션 이커머스 분야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초개인화 서비스는 패션 이커머스 분야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18년 봄, 강성열 대표는 직접 칼을 뽑아 들었다. 자신이 가진 패션에 대한 열정과 10년 간 해당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 그리고 대면 컨설팅을 진행하며 축적한 20만 건의 학습 데이터가 최고의 밑천이었다. 시작은 작은 테일러숍을 열 때와 비슷했다. 자신감만 가지고 혼자 모든 걸 준비했다. 2018년 6월, 중소기업 네트워크 기획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머릿속 구상을 구체화시킬 발판을 마련했다. AI솔루션 개발을 위한 CTO나 향후 투자 유치를 위해 CFO를 ‘삼고초려’하는 등 각 분야 최고의 역량들이 합류했고, 오랫동안 옷에 빠져 살면서 연을 맺었던 업계 지인들도 동참했다. 

그로부터 2년 후, AI기반의 데일리 패션 스타일링 추천 어플리케이션 ‘이옷’이 정식 론칭했다. 가장 큰 강점은 편리하지만 정확한 추천의 우수성이다. 스티치픽스의 경우, 정확한 추천 값을 도출하기 위해 사용자가 50개 문항에 직접 답해야 한다. 키나 몸무게 같은 신체정보부터, 좋아하는 색이나 패턴 같은 취향정보까지 모두 반영한다. 하지만 이옷은 7가지 개인정보만 기입해도 적중도 높은 아웃풋이 나온다. 강성열 대표는 “워낙 많은 데이터 값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연동시켜 간단한 질문만으로도 개인에게 최적화된 스타일을 결정짓는 값들을 찾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옷의 서비스 화면. 스타일 추천부터 상품 구매까지 이뤄지는 구조다.
이옷의 서비스 화면. 스타일 추천부터 상품 구매까지 이뤄지는 구조다.

고행에 가까운 개발 기간을 감내했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충분했다. 론칭 직후 애플 앱스토어 메인 추천단에 노출되면서 인기 순위 상위 50위 권 안에 드는 앱으로 급부상했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이 500만개 정도 된다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강 대표는 “우리 앱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증명된 것 같아서 보람과 기쁨이 크다”며 “지금도 분기별로 한 번 씩은 꾸준히 메인 추천단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이용자의 호평이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이용자의 바이럴 만으로 가입자 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70%에 달하는 재방문율은 추천의 품질을 나타나는 바로미터다. 이용자의 증가가 추천의 정확도를 더욱 높이는 선순환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도 환영할만하다. 추천 데이터 셋이 늘어난다는 건 AI를 더 똑똑하게 한다는 얘기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옷은 100만 건 이상의 추천 데이터 셋을 확보했고, 2000여 개의 브랜드와 협업하여 24만 개의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여러 가지 좋은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지만, 진짜 본격적인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카테고리 별로 다르게 도출되는 추천 값을 상향평준화 시키는 것. 강성열 대표는 “15가지 스타일 카테고리의 추천 값 평균 만족도를 95%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오는 연말로 예정된 국민은행과 함께 하는 ‘이옷페이’ 론칭이나 개인화 골프스타일링 추천 시스템 도입, 내년을 목표로 하는 스마트피팅 서비스 도입 등 비즈니스 계획도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강 대표는 “스타트업의 숙명인 투자유치 역시 오래 묵힌 숙제”라며 “사업기획서와 IR자료를 100번 이상 매만지며 적당한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사유람단은 현재까지 중소기업벤처부 R&D사업 및 투자로 총 19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옷을 좋아하고 스타일링을 사랑하는 강성열 대표는 자신의 일에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덕분에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후기 하나로 밤샘의 피로를 날려 버릴 정도다. 어쩌면 이옷 앱의 인공지능이 학습한 건 패션을 향한 강성열 대표의 열정과 철학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저 뿐만 아니라, 신사유람단의 맴버 모두는 우리 솔루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 된 마음으로 같은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도 그래서죠. 앞으로 ‘스타일’ 하면 가장 먼저 ‘이옷’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죠!”

 

/사진: 신사유람단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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