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혁신하라면서요?”…지원만큼 절실한 정부의 중재능력
“아니, 혁신하라면서요?”…지원만큼 절실한 정부의 중재능력
2021.08.31 18:12 by 이창희

산업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혁신을 앞세운 스타트업의 제품·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그간 공고했던 기존 시장에 균열이 생겨나면서다. 새로이 진입하려는 자와 이를 막아내려는 자의 충돌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부의 역할이다. 혁신 창업을 독려만 할 것이 아니라,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갈등을 해소해 공정한 경쟁과 사업 추진의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갈등 중재능력은 경제 발전을 위한 첫걸음 중 하나다.
정부의 갈등 중재능력은 경제 발전을 위한 첫걸음 중 하나다.

|“혁신 또 혁신”…채찍질 빨라지는 정부
2010년대 후반부터 ‘창업’을 경제 정책의 핵심 기조로 설정한 정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갖가지 지원책도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유니콘’ 만들기에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는 최근 중기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창업지원계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재 연간 23만개 정도인 기술창업기업을 2023년 기준으로 28만개까지 늘리고 신산업 분야 창업기준과 범위를 새로 마련해 중기부 창업사업화 예산의 40% 이상을 지원할 방침이다.

팁스 프로그램과 사내벤처 같은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확충해 민간의 역량도 최대한 동원한다. 동시에 창업교육전문가 양성과 기업가정신 스쿨 운영, 창업교육 거점 대학 중심 협업체계 마련, 창업 휴학의 법적근거 마련 등 대학에도 역할을 부여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창업지원계획 발표.(사진: 중기부)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창업지원계획 발표.(사진: 중기부)

빅3(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탄소중립 분야를 3대 유망 분야로 설정해 혁신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하고 1000억 규모 청년창업 전용 펀드도 조성한다. 정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현재 9위 수준인 세계기업가정신 순위를 2023년 세계 4위, 나아가 현재 31.2%인 5년 내 창업생존율을 2023년 4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주무부처 수장의 의지도 확고하다.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제 2벤처붐과 창업열기를 우리 경제 혁신과 일자리 창출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혁신 스타트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혁신 창업국가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놓거나 눈치 보거나…머나먼 ‘평평한 운동장’
하지만 이 같은 거창한 계획과 별개로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업계 갈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 스타트업을 키워내는 데만 골몰하느라 정작 그들과 기존 산업이 빚는 갈등은 효과적으로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다. 지난해 유사택시 논란 속에 숱한 가시밭길을 헤쳐 가며 법원으로부터 면죄부까지 받아냈지만 ‘타다 금지법’은 결국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정부와 국회의 빈곤한 교섭 및 중재 능력이었다.

타다는 서비스 기간 내내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혁신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타다 서비스에 만족을 나타내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다는 것이 당시 각종 여론조사 결과였다. 그럼에도 전국단위 선거를 앞둔 정부와 정치권은 100만표에 달하는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의 방조와 외면 속에 좌초한 타다.(사진: VCNC)
정부의 방조와 외면 속에 좌초한 타다.(사진: VCNC)

문제는 과정이었다. 2018년 10월 타다의 첫 서비스와 함께 논란이 계속된 1년4개월 동안 정부는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고 아무런 합의안도 내놓지 못한 채 갈등만 키웠다.

최근 불거진 미용·의료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와 대한의사협회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쟁점이 되는 강남언니 측의 ‘비포&애프터’ 사진과 ‘일반인의 의료정보 이용에 대한 후기’ 게재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몇 가지 조건만 준수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의협이 이를 불법 광고로 규정하며 압박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강남언니를 향한 의협의 압박과 복지부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사진: 힐링페이퍼)
강남언니를 향한 의협의 압박과 복지부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사진: 힐링페이퍼)

의료 광고의 사전 심의를 맡은 심의기구가 의협·치과의사협회·한의사협회로만 구성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복지부는 중재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최근 여당에서는 의협이 특정 기업을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의료법 개정안까지 내놓은 상태다.

이에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허위·불법 광고를 차단하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의협에 심사 권한을 주는 건 강남언니 같은 서비스의 광고 루트를 막아 고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입장문을 통해 “의협의 사전심의 권한이 확대돼 가격과 후기 등의 정보제공이 금지된다면 오히려 소비자 불신이 커져 미용·의료 시장 성장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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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타다 논란에서 학습한 것이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