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우려와 공포가 낳은 오해…소통하고 상생합시다”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 인터뷰
“막연한 우려와 공포가 낳은 오해…소통하고 상생합시다”
2021.08.31 15:56 by 이창희

오랜 준비와 함께 정부의 한시적 규제 완화를 믿고 야심차게 시작한 서비스. 그러나 기존 업계 반발과 정부의 갈지(之)자 태도에 가로막혔다. 절치부심 끝에 고도화 과정을 거쳐 다시 서비스를 내놨다. 그러자 업계가 다시 들고 일어났다. 갖가지 우려를 쏟아내고 확인되지 않은 공포를 부풀렸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호응하는 소비자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의 편익을 사회적 편익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나가 살면 하나가 죽는 첨예한 대결로 가지 않고도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비대면 진료 및 처방약 배달의 통합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닥터나우’의 이야기다.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사진: 닥터나우)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사진: 닥터나우)

|한 차례 부침 겪고 더 단단해진 ‘약 배달 서비스’
닥터나우는 지난해 3월 ‘배달약국’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처음 등장했다. 의료기관에서 작성한 처방전을 환자가 선택한 약국으로 발송하면 약사가 이를 받아 구두 혹은 서면으로 복약지도를 하고 약을 보내주는 O2O 서비스였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그해 2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예고한 ‘전화상담 또는 처방 및 대리처방 한시적 허용방안’에 따른 것이었다. 본격 시행은 11월이었지만 닥터나우는 약사와 환자의 협의가 이뤄진 경우, 배달은 현행 지침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 박자 빠르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는 곧바로 격한 표현을 써 가며 반발하고 나섰다. 복지부의 한시적 허용방안이 약 배달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판매업자는 그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약사법 제 50조까지 거론했다.

약사회 반발에 당황한 복지부는 급하게 유권해석을 내렸다. ‘조제 의약품 배달행위는 불법’이라는 원칙을 들어 약사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해 9월, 배달약국은 끝내 문을 닫고 영업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닥터나우는 약사회와 복지부가 내놓은 지적 사항을 하나하나 따져 11월까지 두 달 간 보완에 매진했다. 그리고 브랜드명을 ‘닥터나우’로 바꿔 다시 서비스를 출시했다.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의약품은 약사 판단에 따라 배송 거부 등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약 배송 중 수령인 확인 작업과 2차 밀봉 절차에 대한 안내를 도입했다. 즉시 수령이 불가할 경우 약국으로 회수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한 차례 반발에 부딪힌 뒤라 서비스 재출시가 쉽지 않았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비대면 원격의료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플랜, 그리고 서비스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가장 쉽고 편한 의료서비스 제공’이라는 저희의 모토를 다시금 깊이 새겼죠.”(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

 

닥터나우 어플리케이션.(사진: 닥터나우)
닥터나우 어플리케이션.(사진: 닥터나우)

|의약업계의 전방위적 압박과 억압
서비스 재출시 이후부터 지금까지 닥터나우는 처방약 외 일반의약품의 취급을 금지하고 전화 및 화상채널을 통한 진료와 복약지도까지 진행하고 있다. 처방약의 배달-배송을 통한 교부 및 수령은 제휴 약국과 플랫폼 서비스 이용에 동의한 가입 회원에 한해 운영 중이다. 이는 모두 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약사회를 중심으로 업계의 공세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이기 때문에 의약품의 처방이 쉬워 오남용될 수 있고, 배송 중에 변질될 수 있으며, 개인정보 유출 같은 보안 우려 등이 그것이다.

임경호 부대표는 이에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을 내놓는다. 닥터나우는 의사 진료에 의한 처방과 그에 기입된 의약품에 한해서만 약사의 직접 조제 교부와 수령의 과정을 제공한다. 대면진료와 동일한 의약품 처방조제 시스템 하에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오남용 우려는 전문의료인들에 대한 역량과 판단을 폄하하는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의약품 변질 우려 역시 비대면 처방 접수로도 의약품 조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의사와 약사 고유 판단’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일례로 냉장 보관해야 하는 항생제 처방 시 배달 대신 본인 직접 수령을 권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닥터나우는 배달 전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처방약에 특화된 안전배달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보안 이슈에 대해서는 플랫폼 내 본인 인증 절차를 매 진료 때마다 필수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비스 이용 동의에 따라 개인이 자신의 처방이력과 진료이력을 관리하고 열람할 수 있으며, 이슈 발생 시 추적관리가 용이해 보안 절차가 대면진료보다 오히려 강력하다는 항변이다. 실제로 닥터나우는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누적 이용 건수 30만을 기록하는 동안 벌어진 의료 사고나 문제는 단 건도 없다.

“약사회에서 가장 경계하는 건 소위 ‘플랫폼의 횡포’인 것 같습니다. 조만간 수수료나 광고비를 걷어갈 것이고 동네 약국이 모두 망할 것이란 우려죠. 그러나 우린 앞으로도 병원과 약국의 이용 수수료 등을 책정할 계획이 전혀 없습니다.“

 

6월11일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약 배달 서비스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사진: 대한약사회)
6월11일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약 배달 서비스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사진: 대한약사회)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최근 약사회는 닥터나우를 약사법 위반 등으로 수차례 고발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를 계기로 닥터나우는 자사 서비스에 대한 약사회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약사회와 건설적이고 전향적인 방향에서의 논의를 희망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향후 오남용의 우려가 계속된다면 기관과 협업해서 모니터링과 절차를 강화할 수 있고, 약국 간 수요의 쏠림이 우려된다면 비대면 처방전의 일일 개수 제한을 쿼터제 방식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사실과 다른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외부 공세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세워둔 상태다. 닥터나우는 약사회 사무처 실무자가 정상적으로 진료를 이용한 이후에 “문자로만 진료를 받았다”, “배송 오류가 있었다”라며 정보를 왜곡해 복지부와 의료전문언론사 및 회원약국들과 소통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약사회가 개별 회원약국들을 찾아다니며 닥터나우 제휴에 대해 반대하고 제휴 시 함께 고발할 것이라는 압박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플랫폼 서비스 제공자로서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하죠. 해당 실무자에 대한 법적 대응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약사회가 정말 코로나19로 위축된 개별 약국들의 경영 사정과 매출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업계의 발전이 더딘 탓에 혁신의 여지도 상당히 크다는 게 임 부대표의 생각이다. 실제로 지금 현업에 영향력을 주고 있는 약사법은 전화도 인터넷도 없었던 1960년대에 제정됐다. 의료 산업은 유독 디지털 전환이 늦어 현재의 기술과 소비자의 편익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으며, 디지털 헬스케어의 확산과 의료 정보의 불평등 해소 등 숙제가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서 이해하고 수평적인 소통과 단계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각 산업군은 디지털 혁명으로 정보의 불균형은 빠르게 해소되고 있으며 기존의 권위적인 모델은 개선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에 다다랐다. 이에 기존 업계도 조금 더 투명하고 수평적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어야 하고, 새로운 시장 진입자는 기존의 모델을 더욱 더 이해하는 가운데 함께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원격진료가 글로벌 흐름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고민과도 맞닿는다. 실제로 OECD 32개국 G7국가에서 모두 비대면 진료와 원격진료로 의료산업의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고, ‘텔레닥’부터 ‘핑안’ 같은 슈퍼의료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복지부의 한시적 허용 이후 비대면 진료가 철회된다면 그때는 닥터나우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에서 비대면 진료는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글로벌 속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지금 저희의 막중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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