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형‧크기‧특성 제각각 반려견‧반려묘, 그런데 왜 영양제는 똑같아?
반려동물 맞춤 헬스케어 스타트업 ‘십일리터’ 인터뷰
체형‧크기‧특성 제각각 반려견‧반려묘, 그런데 왜 영양제는 똑같아?
2021.07.14 00:39 by 최태욱

일상으로의 복귀 시계가 또 다시 멈췄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된 결과다. 발병 이후 최악의 상황. 몸도 마음도 지친 사람들은 이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제약까지 감내해야 한다. 희망이 절망으로, 기대감이 허탈함으로 바뀌면서 갖가지 후폭풍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립을 자처하는 환경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한 집에 사는 가족뿐이다. 의미를 조금만 확장시키면 반려동물 역시 ‘의지가지’가 된다. 그래서일까? 코로나19 쇼크 이후 반려동물 시장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반려인구 1000만 시대’란 구호조차 구닥다리로 여겨질 정도의 가파른 상승세다. 지난 2018년 2조8900억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3년 만에 6억원 대를 훌쩍 넘어섰다. 강아지‧고양이의 사료나 간식, 액세서리를 넘어 학습‧레져‧보험‧테크 분야 등으로 거침없이 카테고리가 확장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건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헬스케어 분야다.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부터 소수정예의 스타트업까지 이 분야의 미래 가치를 주목한다. 고질적으로 정보 비대칭의 문제를 품고 있던 영역인 만큼, 스타트업의 혁신 욕구를 자극하기에도 적합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플랫폼, 오픈이노베이션 등을 덧대며 ‘반려동물 건강 수명 1년 늘리기’에 도전하는 ‘십일리터’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제 건강만큼 챙기는 스타트업들 중 하나다.

 

스타트업 ‘십일리터’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 ‘라이펫’
스타트업 ‘십일리터’의 반려동물 헬스케어 서비스 ‘라이펫’

| 사랑만 해주세요…건강은 우리에게 맡기고

“2017년쯤인가… 우연히 길고양이를 하나 구해줬는데, 지금도 저희 집에 살아요.(웃음) 저처럼 갑작스레 반려인이 되는 사례가 꽤 많더라고요. 그러니 건강에 대한 지식도 없는 거고요. 초보엄마가 육아에 애를 먹는 것과 마찬가지인거죠.”(김광현 십일리터 대표)

반려동물의 건강은 반려인에겐 꽤나 중요한 이슈다. 하지만 의외로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카더라’가 난무하고, 병원에선 왠지 바가지를 쓰는 느낌마저 든다. ‘괜찮아지겠지’하며 병을 키우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반려동물의 건강 지식을 집중적으로 탐닉할 만한 여유는 없다. 십일리터가 ‘쉽고 일상적인 반려동물의 건강 정보’에 주목하게 된 배경이다. 

지난해 가을 본격적인 사업화가 시작되며, 구체적인 서비스 모형이 구현됐다. 바로 AI 문진 기반의 맞춤형 반려동물 영양제 정기구독 서비스 ‘라이펫’이다. 전문적인 문진을 통해 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추천하는 스타트업 ‘필리’와 이를 반려동물에 적용시킨 해외 스타트업 ‘Good Boy’ 등이 영감의 밑천이자 교보재가 됐다. 지난해 샌드박스를 통해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 사업의 규제가 완화된 것도 좋은 신호였다. 

“반려동물은 말 그대로 각양각색이잖아요. 크기도 체형도 나이도 다 달라요. 심지어 품종에 따라 선천적으로 건강 특성도 구분되죠. 문득 ‘저렇게 다른데 왜 영양제는 고민 없이 먹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강아지‧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맞춤형으로 진단받고, 그에 딱 맞는 영양제를 추천‧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김광현(사진) 십일리터 대표
김광현(사진) 십일리터 대표

십일리터는 막 걸음마를 뗀 반려동물 시장의 후발주자다. 이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라는 문 하나를 열었을 뿐이다. 현재는 본격적인 구독서비스에 앞서 스마트스토어 등에서 기능성 간식을 제조‧판매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다. 대표 영양제 10종 생산, 웹 문진서비스 론칭, 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 하반기에 산적한 과제들이 즐비하다. 

일련의 과제들은 결국 하나의 목적으로 모아진다. 초보 반려인들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고 일상 속에서 쉽고 정확하게 반려동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김광현 대표는 “코로나 시대 이후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굉장히 늘고 있다”면서 “초보 반려인들에게 건강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목적으로 차근차근 완성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제품 판매 넘어 데이터‧콘텐츠 기업으로 
사실 반려동물 관련 아이템은 초기 스타트업의 단골 소재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의 막이 올랐을 무렵부터 비슷한 콘셉트의 창업 기업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최근에는 ‘투자자에게 어필하기 힘든 아이템’으로 통하기도 한다. 하지만 김광현 대표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 인구에 비해, 성숙도는 다소 떨어지는 게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시장”이라며 “우리의 전략은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것에 혁신을 부여하여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십일리터의 제품과 서비스에는 혁신을 향한 갈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기능성 영양제는 이례적으로 ‘동결건조’라는 제형을 사용한다. 동결건조는 식품을 냉동시킨 후 압력을 낮추어 얼음으로 바뀐 수분을 모두 수증기로 만들어 건조하는 방법. 라면의 야채스프 따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첨가물이나 열처리가 없어 재료의 손상도가 낮다는 게 장점이다. 김광현 대표는 “맛있고 먹기 편한 영양제를 표방하기 위해 통상 간식에만 쓰는 동결건조를 영양제에 응용했다”면서 “보존제나 화학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반려인 입장에서도 더 안심하고 먹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결건조 방식으로 제조한 십일리터의 기능성 영양제 제품
동결건조 방식으로 제조한 십일리터의 기능성 영양제 제품 '포베스트'

향후 론칭하게 될 문진 서비스 ‘라이펫’도 기존의 것에 한 수를 더해 차별화를 꾀했다. 바로 인공지능의 활용이다. 전용 웹페이지를 통해 10개의 질병 군에 30개 내외의 문항을 작성하며 개별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게 되는데, 이중 반려동물 최대의 질환으로 꼽히는 ‘슬개골 탈구’의 경우엔 반려동물의 ‘Q각’(Q angle‧전상장골극에서 슬개골의 중앙점을 연결한 선과 경골 조면에서 슬개골의 중앙점을 연결한 선이 이루는 각도)을 이루는 특장점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반려동물의 사진만 보고 슬개골 탈구 위험도를 진단한다. 김 대표는 “슬개골 탈구는 소형견 10마리 중 8~9마리가 걸리는 흔한 질병이지만 보호자가 육안으로 관측하긴 쉽지 않다”면서 “초기에 잡지 못하면 결국 큰 수술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AI문진을 통한 선제적 예방 및 조치가 더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펫'은 AI 문진 기반의 맞춤형 반려동물 영양제 정기구독 서비스다.
'라이펫'은 AI 문진 기반의 맞춤형 반려동물 영양제 정기구독 서비스다.

혁신을 위한 일련의 도전들은 이내 십일리터의 경쟁력이 된다. 예비창업패키지 비대면 분야 선정(2020),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타운 데모데이 1위(2020), 청주시 기술선도 스타트업 R&D지원사업 선정(2021), 청년창업사관학교 선정(2021), 데이터 바우처 지원사업 선정(2021) 등을 통해 사업의 경제적 토대를 쌓을 수 있었던 힘도 그로부터 나왔다. 최근에는 대형 제약회사와 유통 및 R&D 부문의 오픈이노베이션 협약을 맺거나, 외국계 투자회사와 투자유치 관련 미팅도 거행되는 등 조금씩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김광현 대표는 “우리는 제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우리가 추구하는 정체성은 오히려 콘텐츠 스타트업”이라고 말한다. 

“제품이 아니라 데이터와 콘텐츠 위주로 성장하는 것이 향후 목표예요. 문진을 통해 1000마리가 진단을 받는다면, 1000개의 특화된 콘텐츠가 제공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죠. 제품의 판매는 그 과정에서 필요한 부가서비스이고요. 동영상이나 뉴스레터 같은 콘텐츠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는 것도 그런 목표를 위해서입니다. 동물병원이나 영양제 제조사들과 경쟁하는 게 아닌, 그들의 보완제로써 공존하는 것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십일리터 제공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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