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대기업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고의로 일부 계열사를 누락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하이트진로 측은 실무진의 단순 실수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14일 공정위는 동일인(그룹 총수)인 박 회장이 2017~2018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6개의 계열사와 7명의 친족 현황을 누락했다며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박 회장이 누락시킨 계열사는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5개사를 비롯해 주주·임원이 계열사 직원들로 구성된 '평암농산법인' 등이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 현황, 친족 현황, 임원 현황, 계열회사의 주주 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보고서 등의 자료(지정자료)를 제출받는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지정자료 제출 의무 위반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보고있다.
세부적으로 누락된 회사는 ▲연암 ▲송정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평암농산법인 등이다.
공정위는 박 회장의 조카들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연암과 송정의 경우, 특히 고의적인 누락행위로 판단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13년 2월, 연암과 송정이 계열 회사에 미편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공정위가 지적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이들 회사를 누락한 지정자료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처벌수위를 낮추기 위해 2014년 조카의 아버지를 하이트진로 임원에서 퇴임조치 하는 등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대기업집단 기준이 자산총액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상향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하이트진로가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할 것으로 예상,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
또 박 회장의 고종사촌과 그 아들 및 손자 등의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대우화학과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등 3개사를 지정자료 제출 시 역시 누락했다.
대우화학 등 3개사는 계열회사 직원들도 친족회사로 인지했던 회사로서, 하이트진로와의 내부거래 비중 역시 상당했다. 특히, 계열회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대우컴바인 설립 지후인 2016년 4월에 자금 지원 확대를 이유로 거래계약 체결을 결정하는 데 하루가 채 소요되지 않았다. 이 회사는 2018년까지 내부거래 비중이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해 기준 회사별 내부거래 비중은 대우컴바인이 92.3%, 대우화학이 89.0%, 대우패키지는 17.4%다.
뿐만 아니라 하이트진로음료는 자신의 사업장 부지를 대여해 대우패키지와 대우컴바인이 생산 및 납품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내부거래가 시작된 2006년 이후 2020년 현재까지 다른 납품업체에게는 이런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박 회장은 하이트진로 계열사 직원이 주주·임원으로 있는 평암농산법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지정 자료를 제출할 때 누락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평암농산법인의 계열사 누락 사실을 확인한 뒤 처벌 수위를 검토했고, 하이트진로홀딩스 역시 이 자료를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회장은 지난해 공정위 현장 조사에서 평암농산법인의 누락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편입 신고 자료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해당 지정자료 허위제출로 인해 경제력집중 방지의 근간이 훼손된 정도를 고려할 때 행위의 중대성이 상당하며, 일부 계열회사는 누락기간이 최장 16년에 이른다"며 "누락기간 동안 미편입계열사들은 사익편위 금지, 공시 의무 등 경제력집중 억제시책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동일인의 법 위반행위에 대한 인식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상당하고 그 중대성이 상당해 고발 기준을 충족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하이트진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실무진의 실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계열사 자료 누락으로 인해 박 회장이 금전적 이득을 취한 부분이 없었다는 것.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단순 실무진의 실수로 어떠한 고의성도 없다"면서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누락된 해당 계열사들 모두 동일인과 무관하게 독립경영을 하고 있어 고의적으로 은닉해 경제적 이득을 의도하거나 취한 바 없음을 소명했으나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충분히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