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의 총수와 대표가 오는 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오찬에 참석한다. 이는 지난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4대 그룹이 44조원 규모의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해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도운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이 감사를 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알려졌다.
이번 오찬에서 삼성이 방미 경제사절단에 합류해 경제외교에 기여한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 사면 관련 청와대의 전향적인 언급이 나올지 재계 안팎에서 관심을 높이고 있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4대그룹 총수 오찬에 경제5단체장 명의로 청와대에 제출한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에 이름을 올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포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오찬에 참석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이번 한미정상회담 때 약 19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확정했으며, 미국에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에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들았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청와대 입장이 점차 전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분석했다. 지난 1월 이 부회장의 사면이 거론될 당시만 해도 문 대통령이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판단하겠다"고 말하면서 입장이 변했음을 시사했다.
뿐만 아니라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각계의 사면요청이 많다고 언급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 역시 이 부회장의 사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1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시사리서치가 시사저널 의뢰로 전국 만19세 이상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이 부회장의 사면과 관련해 76.0%가 찬성, 21.9%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