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노의 부동산, 진격의 프롭테크
긴급진단,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오늘과 내일
진노의 부동산, 진격의 프롭테크
2021.03.30 04:53 by 최태욱

이쯤 되면 ‘혼돈의 카오스’다. 쇼크를 넘어 분노로 치닫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얘기다. 집값폭등, 전세대란, 세금폭탄으로 펄펄 끓는 민심에 때마침 불거진 공기업의 투기 논란까지 얹히며 수습 불가의 지경까지 이르렀다.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 가격안’에도 불만과 반발의 아우성만 넘쳐난다. 부동산을 둘러싼 실정(失政)이 불신과 분열의 씨앗이 되고 있는 셈이다. 후폭풍도 상당할 터다. 가계에는 삶의 터전이요, 기업에는 핵심 자산인 것이 부동산이다 보니 이로 인한 충격은 사회 전체의 시한폭탄이 된다. ‘영끌’이나 ‘패닉바잉’같은 신조어 속에 숨은 역대급 가계부채의 민낯처럼 말이다. 

문제는 산더미인데 해결책은 요원하다. 자본 증식의 욕구를 동력삼아 돌아가는 자본주의에서 그 욕구를 지탄하기도 애매하고, 어떤 방향성을 취해도 비판의 지점이 생기는 부동산 정책만 탓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산업 자체가 업그레이드된다면 어떨까? 기술 혁신을 통해 공급자 우위의 시장, 정보의 비대칭성과 폐쇄성 같은 부동산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면 ‘대란’ ‘파동’ ‘쇼크’ 같은 단어들과의 조금은 멀어질 수 있지 않을까? 온갖 이슈와 논란으로 부동산 시장이 시끌벅적한 이 때, 시나브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프롭테크(PropTech)’ 스타트업의 진가를 톺아봤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 산업에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다.
프롭테크(PropTech)는 부동산 산업에 첨단 IT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다.

| 무한히 열린 가능성과 잠재력…집은 우주(宇宙)다
프롭테크는 잘 몰라도 대한민국 생산연령인구(15~64세) 5명 중 4명이 다운받았다는 직방은 익숙하다. 이사 한 번 가려고 며칠씩 팔던 발품을 터치 몇 번으로 대체해낸 혁신.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이 합쳐진 ‘프롭테크(Proptech)’를 부동산 산업의 미래로 추앙하는 이유다. 부동산 산업은 그야말로 ‘발품’으로 대표되던 동네였다. 워낙 묵직한 자산이고, 정보의 통로도 한정적이다 보니 오프라인 거래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것.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유독 낮은 디지털 전환율을 보여왔던 것도 그래서다. 

변화는 해외에서 시작됐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솔솔 불던 2010년 초반, 일찌감치 데이터의 잠재력과 파급력을 인지한 미국과 영국이 공공 데이터 개방 정책에 힘을 쏟았고, 이를 마중물 삼은 프롭테크 스타트업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의 프롭테크 기업 모임인 ‘한국프롭테크포럼’의 조인혜 사무처장은 “부동산 분야의 디지털 전환율이 저조하다는 것은 바꿔 말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라며 “이미 해외에서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이 잇따라 등장하며 이러한 시장 잠재력을 입증해 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직방을 언급했지만, 프롭테크의 세계는 훨씬 깊고 또 넓다. 한국프롭테크포럼의 243개 회원사 중 60%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IT/TECH/스타트업 분야’의 카테고리만도 중개‧임대 분야부터 투자‧자금 조달 영역까지 총 9개로 나눠져 있을 정도다. 프롭테크가 전 세계적인 메가트렌드로 주목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건물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주거 공간의 모든 기능까지의 방대한 범위가 모두 비즈니스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이다. 자연히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끼어들 틈도 곳곳에 열려 있다. 

 

프롭테크(IT/TECH/스타트업 분야) 카테고리 구분
프롭테크(IT/TECH/스타트업 분야) 카테고리 구분

일상을 담아내는 집의 기능처럼, 타 산업을 담아내 녹이는 협업과 융합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것 역시 스타트업에겐 기회요소다. 건설 기술을 뜻하는 ‘콘테크(ConTech)’나 금융기술을 일컫는 ‘핀테크(FinTech)’ 등을 태생적으로 품고 있는데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AR‧VR) 등과의 상생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낼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근 들어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한 공유오피스 역시 부동산 산업과 공유경제의 융‧복합 형태. 공유오피스 스타트업 ‘마이워크스페이스’의 양희영 부대표는 “우리 건물이 스테이션의 개념으로 위치하고 있으면 쏘카나 타다 같은 모빌리티부터 신도리코 같은 사무기기 업체, IoT를 활용한 스마트 오피스나 보안 등의 분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잠재 파트너들과의 협업 기회가 생긴다”면서 “공간을 하얀 도화지 삼아 그려지는 이종 간의 융합과 시너지야말로 프롭테크 분야가 가진 최고의 잠재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년 간 1조 넘는 민간 투자가 이뤄지고, 지난해 정부가 직접 나서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까지 선보이며 견인 의지를 드러낸 이유 역시 이런 잠재력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 녹아 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갈 프롭테크 비즈니스
일상 속에 녹아 들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갈 프롭테크 비즈니스

| 왜곡된 인식‧여전한 규제‧모호한 수익모델… 산적한 과제들은?
프롭테크는 이미 우리 일상 속으로 깊이 녹아들어 있다. 사람들은 이제 직방과 호갱노노를 통해 집을 찾고, 오늘의집을 보며 인테리어를 고민한다. 에어비엔비나 야놀자는 여행‧레저 문화의 중심이며,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는 오늘날의 업무 문화를 상징한다.

하지만 국내 산업의 성숙도를 따지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집토스’의 임규형 팀장은 그 원인으로 데이터의 부재를 꼽는다. 

“프롭테크 선도국은 이미 멀찍이 앞서 나갔어요. 미국이나 유럽이 워낙 넓어 고객 수요가 월등하긴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데이터’에 있다고 봅니다. 그 나라들은 부동산과 관련된 정보를 철저히 데이터화했고 이를 관리‧처리하는 디지털 기술도 성숙했죠. 거기서부터 차이가 발생해요. 글로벌한 프롭테크 기업이 나오기 위해선 정부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그게 막혀있는 거죠. 스타트업이 만든 데이터가 거래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니까요.”(임규형 집토스 팀장)

지난달 26일,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실거래가, 버스 도착정보, 항공영상 등 국토교통 분야의 공공 데이터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임규형 팀장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관련 단체에서 부지런히 의견을 전달한 덕분에 조금씩 부동산 관련 데이터가 열리고 있는 중”이라며 “이는 스타트업이 뛰어들 공간이 열리고 있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혁신기업들의 고질적인 장애물인 각종 규제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이미 부처 간 칸막이 식 규제와 기존 공인중개나 감정평가 분야와의 이해 충돌에 가로 막혀 고배를 마신 사례들도 적지 않다. 조인혜 한국프롭테크포럼 사무처장은 “국토교통부 자체가 규제 중심의 부처다 보니 규제를 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이에 지속적으로 프롭테크 창업 분야의 혁신성과 가능성을 인지시키는 동시에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개선 역시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작년부터 관련법이 개정되는 등 변화의 기미가 포착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국토부의 ‘부동산서비스산업 진흥 기본계획’ 역시 중개·감정평가업 등 기존 산업의 낡은 규제를 혁신해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부처 간 칸막이식 규제는 프롭테크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부처 간 칸막이식 규제는 프롭테크 생태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꼽힌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해당 분야의 스타트업 스스로가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입증해 나가는 일이다. 스타트업 150여 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프롭테크포럼 측은 “여러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미래가치가 모두 담보되어 있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향후 2~3년을 한국형 프롭테크 생태계 조성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로 보는 이유다. 

실제로 한국프롭테크포럼이 발표한 ‘코리아 프롭테크 스타트업 오버뷰’ 보고서를 보면, 프롭테크 스타트업 중 매출액 30억 미만의 기업이 61.4%를 차지하며, 세 곳 중 한 곳은 10억 미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 아직까진 물음표를 떼지 못한 상태란 반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프롭테크 업계의 당면과제는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존에 없던 서비스로 이용자들을 끌어 모으며 1조4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까지 이끌어 냈지만, 안정적인 사업모델 구축이 없다면 지금의 바람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우려다. 

프롭테크는 글로벌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대세로 통한다. 세계 유수의 사례를 통해 가능성도 검증됐다. 프롭테크를 통한 부동산의 디지털 혁명은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열쇠가 되기에 충분하다. 적어도 ‘내부정보를 이용해 부정한 이득을 취하는 부패 행위’는 경계할 수 있단 얘기다. 부동산 수난시대에 펼쳐지고 있는 부동산 혁명을 더욱더 응원하게 되는 이유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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