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고 떨린다면, 노력으로 만든 ‘익숙함’으로 승부하라”
IR피칭 전문가 김민주 디테일러 대표
“긴장되고 떨린다면, 노력으로 만든 ‘익숙함’으로 승부하라”
2021.03.02 00:48 by 이창희

<클하에서 만난사람>은 오디오 기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하는 더퍼스트미디어의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와 함께하는 라이브 인터뷰 방식으로,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전달해보려 합니다.

“네? 인터뷰를 클럽하우스에서 한다고요? 얼굴 못 보는 건 그렇다 치지만 장표 하나 띄우기도 어렵고, 녹음이나 편집도 불가능한데… 게다가 돌발적으로 너무 곤란한 질문이 나오거나, 아무도 방에 들어오지 않으면 정말 난감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현장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는 인터뷰라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는 컸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누군가가 엿듣고 있는 상황 속에 공개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더구나 별도의 각본이나 스크립트도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실제로 어떠한 분위기와 무슨 결과가 펼쳐질지도 못내 궁금했다.

 

인터뷰 예고가 담긴 이벤트 공지를 클럽하우스에 업로드했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인터뷰 예고가 담긴 이벤트 공지를 클럽하우스에 업로드했다.(사진: 더퍼스트미디어)

2월 26일 금요일 저녁 9시, 클럽하우스 앱을 켜고 방을 개설했다. 제목은 ‘지긋지긋한 발표 공포증, 걱정 말아요 그대’. 실은 IR피칭 전문가인 김민주 디테일러 대표와 함께 진행하는 인터뷰였으나, 타이틀에 마음이 동한 사람들이 하나 둘 입장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 같으면 저마다 ‘불금’을 한창 즐기고 있을 시간이지만, 바이러스가 서로를 단절해놓은 세상에서 소통과 정보에 목말라 있던 많은 사람들은 클럽하우스에 모여들고 있었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들에게 둘러싸인 채 인터뷰가 시작됐다. 익숙지 않은 곳에서 진행을 맡았다는 사실에 누군가가 바라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긴장감이 엄습했고,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김민주 대표는 태연하고도 차분하게 소개를 시작했다.

김 대표가 설립한 디테일러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IR피칭을 컨설팅하는 회사다. 많은 스타트업이 훌륭한 아이템을 갖고도 투자자들 앞에서의 사업 소개와 발표에 애를 먹는데, 쉽게 말해 그런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각기 다른 다양한 상황에서의 진행 및 발표 경험을 가진 김 대표의 코칭과 컨설팅은 초보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이 된다.

 

멘토링 중인 김민주 디테일러 대표.(사진: 디테일러)
멘토링 중인 김민주 디테일러 대표.(사진: 디테일러)

“지금 약간 긴장하신 것 같은데요? 어깨를 살짝 펴 보시고, 가볍게 심호흡을 하세요. 가까이에 사탕 같은 게 있으면 드셔도 되고요.”

새로운 공간의 낯섦에 짓눌린 기자의 긴장감을 간파했는지, 김 대표가 살짝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조언을 건넸다. 이에 괜찮다고 답하면서도 웅크리고 있었던 몸을 펴고 남몰래 간단한 스트레칭을 했다. 확실히 어깨를 짓누르던 긴장감이 어느 정도 날아가고 머릿속이 조금은 맑아졌다.

실전에서의 긴장과 떨림은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공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김 대표는 ‘익숙함’을 강조했다. 발표의 전 과정을 반복 연습하는 것은 물론이고,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그려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발표할 곳을 미리 방문해 시각적으로 익숙해지는 것도 무척 중요하고, 소소하게는 의상과 장비 등의 구동 여부도 사전 체크해야 한다. 주변인들의 도움을 얻어 각각 가상의 역할을 부여한 뒤 리허설을 갖는 것도 추천한다. 이 모든 과정이 바로 생경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익숙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들이다.

“무대 체질로 타고난 게 아니라면 왕도는 없습니다. 수없이 반복해 연습하고 실전 무대를 계속 경험해야 긴장과 떨림을 낮출 수 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상대방은 내가 떨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과감히 스크립트를 손에서 놓고 큰 목소리로 자신감을 표현해보시길 바랍니다.”

 

익숙함이 쌓이면 그것이 곧 자신감이 된다.
익숙함이 쌓이면 그것이 곧 자신감이 된다.

긴장과 떨림이라는 첫 번째 관문을 극복했다면 그 다음은 발표의 기술이다. ‘피칭(pitching)’은 야구에서 유래한 용어로, 김 대표는 발표를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에 비유했다. 그에 따르면 스타트업이 만나는 청중은 투자자·심사역·일반대중 등 다양하고, 그들이 각기 원하는 부분도 조금씩 다르다. 투수의 투구는 포수가 원하는 곳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처럼 스타트업의 피칭 역시 듣는 이들이 원하는 방향과 지점을 공략해야 한다.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이뤄지는 발표는 대체로 5분 내외의 시간제한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야구에서 투수가 일정시간 내에 공을 던지지 못하면 볼이 선언되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짧은 시간 내에 투수와 발표자는 어떤 피칭을 해야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 내에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잘 담아내 던졌다고 해도 전체적인 흐름이 없다면 좋은 피칭이라고 할 수 없다. 발표의 기승전결이 뚜렷해야 발표자의 목적과 계획도 정확히 전달될 수 있다.

“투자 심사를 맡은 분들은 하루에도 수십 개에서 수백 개에 달하는 기업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고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런 분들을 의욕만으로 5분 안에 설득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죠.  그래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최적의 결과물을 찾아내야 합니다. 클럽하우스도 마찬가지잖아요. 제 이야기가 지루하다고 느껴졌는지 방금 한 분 또 나가셨네요.(웃음)”

 

야구도 발표도, 받는 이가 기다리는 쪽으로 정확히 던지는 것이 좋은 피칭이다.
야구도 발표도, 받는 이가 기다리는 쪽으로 정확히 던지는 것이 좋은 피칭이다.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에 앞서 김 대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스타트업이 가져야 할 유연함과 열린 마인드다. 현장에서 아무리 코칭을 하고 강조를 해도, 정작 창업자가 고집을 부리고 듣지 않으면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실제로 스스로의 제품·서비스에 과도한 자신감이 있거나 업력이 높은 이들이 외부의 조언을 쉽게 외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기업의 대표자가 전문가를 무시하면 머잖아 고객까지 무시하게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철학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설명해달라는 누군가의 질문이 이어졌고, 김 대표는 다소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조목조목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대답 말미에 그의 목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 특정성별이라는 이유, 또한 어디 출신이라는 이유… 사람을 무시할 이유가 왜 그렇게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그런 분들은 알지 못합니다. 자신이 성공하지 못할 이유 역시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을요.”

 

스타트업의 미덕은 자만심이 아닌 유연함이다.
스타트업의 미덕은 자만심이 아닌 유연함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가 1년을 넘어가면서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화하고 있다. 네트워킹을 통한 협력과 발전이 생명인 스타트업 분야에서도 오프라인 행사가 사라지고 온라인 미팅과 회의가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클럽하우스도 그 같은 수요 속에 등장했다.

최근 김 대표의 하루는 클럽하우스로 시작해 클럽하우스로 끝난다. 일과를 시작하기 전 오전에는 스타트업 분야의 이슈와 뉴스를 다루는 방에 접속한다. 몸담고 있는 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스터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근 이후에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방을 찾는다.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자 앞에 서기 전 마지막으로 만나는 조력자가 바로 김 대표 자신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마음을 먼저 파악하는 것은 고스란히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도움이 된다. 

“(클럽하우스는) 차려입고 술 한 잔 하며 만나는 오프라인 네트워킹에 비해 확실히 부담이 덜하고 편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시간을 빼앗기다 보면 활자를 읽거나 사색하는 여유마저 사라질 수 있으니 시간 배분도 필요하겠죠. 아참, 저는 이제 다른 투자 관련 방으로 넘어가야 할 시간이라서. 그럼 이만.(웃음)”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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