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스타트업 스페셜리스트…‘클럽하우스’를 논하다
대세인가 반짝인가, 클럽하우스의 오늘과 내일
긴급진단, 스타트업 스페셜리스트…‘클럽하우스’를 논하다
2021.03.02 00:36 by 최태욱

지난 2000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은 제너럴 일렉트릭(GE)이었다. 20년이 지난 후 그 자리를 차지한 건 애플(Apple)이다.(시가총액 기준)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딱 그만큼 변했다. 혁신가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했고, 세상은 그들의 아이디어와 실행력에 의해 재편됐다. 바야흐로 혁신의 시대인 것이다. 

혁신의 기반은 ‘인사이트’다. 소위 통찰력을 뜻하는 그 단어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창의적인 해석을 의미한다. 파괴력 있는 인사이트가 성공신화의 밑천이 되다보니 이를 얻고, 찾고, 키우기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한 끼 수 십 억원에 달하는 ‘워렌 버핏과의 점심’ 이벤트가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것도, 소문난 TED 강연 동영상이 한 해 수 억 회 이상 시청되는 것도 모두 ‘알짜배기’ 인사이트를 위한 퀘스트다. 

최근 힙한 채널로 급부상한 ‘클럽하우스’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초까지 만해도 ‘아는 사람만 아는’ 앱에 불과했던 이 채널은 마크 저커버그나 일론 머스크 같은 혁신가들의 등장 소식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몇몇 셀럽의 참여 사례를 통해 비교적 캐주얼한 쌍방향 소통으로 단시간에 인사이트를 얻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부각됐고, 다소 폐쇄적인 모임 형식이 미경험자들의 욕구마저 자극했다. 지난해 4월 출시해 아직은 베타 서비스 수준인 클럽하우스. 토론이 일상이고, 교류가 미덕이며, 변화가 특기인 스타트업씬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더퍼스트미디어에서 스타트업 분야 전문가 6인의 대담을 통해 클럽하우스의 오늘과 내일을 진단해봤다.(※5인 이상 집합금지 기간임을 감안, 6인의 개별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각색한 콘텐츠입니다.)

참여자(가나다순)

• 김민주 대표(IR피칭컨설팅사 ‘디테일러’)
• 이다랑 대표(육아서비스 스타트업 ‘그로잉맘’)
• 이복연 대표(경영컨설팅그룹 ‘패스파인더넷’)
• 정민수 대표(이커머스 컨설팅사 ‘사일런트 서비스’)
• 정인혜 리드(컴퍼니빌더 ‘퓨처플레이’)
• 찰리 (IT칼럼니스트, *익명 요청

스타트업 전문가 6인의 입을 통해 클럽하우스를 톺아보자(사진: AnikonaAnn/Shutterstock.com)
스타트업 전문가 6인의 입을 통해 클럽하우스를 톺아보자(사진: AnikonaAnn/Shutterstock.com)

 

불통의 시대를 꿰뚫은 소통의 채널, 부담은 낮추고, 효율은 높이고…

-클럽하우스는 미국의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지난해 4월 출시한 음성 SNS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글로벌 이용자가 60만명에 불과했지만, 한 달 만에 2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 

김민주 대표(이하 김민주): 주지하다시피, 작년 한해 코로나19로 굉장히 위축된 시간을 보냈다. 오프라인 행사가 거의 없었을 정도다. 그 과정에서 응축된 수요가 클럽하우스로 몰렸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도 주요 정보수집 창구가 됐다.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자 앞에 서기 전에 만나는 마지막 헬퍼가 바로 나 같은 IR피칭 컨설턴트다. 투자자의 마음을 잘 알아야, 그에 맞춘 코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클럽하우스에 스타트업 투자 관련 키워드의 방이 생길 때마다 들어가서 엿듣곤 한다. 

찰리: 코로나19로 인해 급부상한 소셜 미디어란 말에 공감한다. 생각해보면, 요즘 옷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 일이 뜸하지 않나. 그러다보니 제대로 사진 찍을 기회도 드물다. 새로운 형태의 소통이 필요한 상황에서 원론적인 대화, 그것도 직접 말로 하는 채팅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다. 여기에 주요 셀럽들의 참여 소식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쿨하고 힙한 채널의 이미지가 생기면서, 안하면 뒤처지는 듯한 느낌도 더해졌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아직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뭐 하는 서비스인줄 모르고 쓰는 소셜미디어’의 성격도 있다.

-쌍방향 음성 기반, 다소 폐쇄적인 커뮤니티 같은 것들이 기존 소셜미디어와의 차이점으로 거론된다. 문턱은 높아도, 한번 진입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정보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클럽하우스라는 채널의 특장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민수 대표(이하 정민수): 이커머스의 측면에서 보면 굉장히 좋은 플랫폼이다. 기존의 라이브커머스가 일방적인 전달이라면, 클럽하우스는 질문을 주고받는 식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처음 만나는 타인과 대화를 해야 하는 부담만 스마트하게 극복할 수 있다면,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인터뷰 참여자들의 클럽하우스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김민주 ‘디테일러’ 대표,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이복연 ‘패스파인더넷’ 대표
인터뷰 참여자들의 클럽하우스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김민주 ‘디테일러’ 대표,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이복연 ‘패스파인더넷’ 대표

김민주: 일단 부담이 없다. 개인적으로 술을 잘 못하고 낯가림도 있어서 오프라인 미팅 때 자연스레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줄어들었는데, 클럽하우스에선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이다랑 대표(이하 이다랑): 육아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의 특성상, 가장 중요한 활동은 수많은 부모들을 만나 풍부한 사례를 수집‧연구하는 것이다. 모든 서비스가 바로 거기서부터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클럽하우스처럼 좋은 창구가 없다. 새로운 사람과 사례를 만나기에 적합하다. 채널 분위기가 캐주얼한 것도 장점이다. 지금까지 여러 방식으로 방을 만들어 봤는데, 언제부터인가 내가 방을 개설하면 모두 반말로 편하게 얘기하는 분위기가 됐다. 육아는 모든 부모의 고민거리이고, 이를 최대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의미있는 정보가 모인다. 생각해보면 요즘 부모들이 어디 가서 반말할 일이 별로 없지 않나. 

이복연 대표(이하 이복연): 유튜브보다는 수동적이고, TV보단 능동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모양새다. 참여자의 능동성과 수동성을 기준으로 타깃 군이 형성될 수 있다. 특정 방에서 이야기를 듣거나 나누면서 소속감을 얻는다면 큰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그 역시 오프라인 모임을 능가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하면 거리를 두고 삼삼오오 모여서 특정 장르의 음악을 듣는 길거리 버스킹과 비슷한 것 같다.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점차 분야별로 섹션화되지 않을까 싶다.

 

인터뷰 참여자들의 클럽하우스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정민수 ‘사일런트 서비스’ 이사, 정인혜 ‘퓨처플레이’ 리드, 찰리 IT칼럼니스트
인터뷰 참여자들의 클럽하우스 프로필 사진. 왼쪽부터 정민수 ‘사일런트 서비스’ 대표, 정인혜 ‘퓨처플레이’ 리드, 찰리 IT칼럼니스트

 

홍보‧마케팅‧고객지원부터 구인구직까지…기업 현장 활용범위 넓어진다.

-얼리어댑터 성향이 강한 스타트업 분야에서는 벌써부터 클럽하우스의 활용 소식이 많이 들리더라. 유명 창업자들이 대화방을 개설하거나 참여하기만 해도 금세 소문이 나고, 그럴수록 채널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느낌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복연: 사람을 모으고 전달할 내용이 있는 곳에서 활용 가치가 생긴다. 기업의 홍보 이슈를 케어하는 데 효과적일 것이고, 정부 기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 등을 설명하는데도 적합하다. 기업의 CS(고객지원) 용도로도 쓰임새가 많을 것이다. 

정인혜 리드(이하 정인혜): 최근 가장 크게 와닿는 부분은 구인구직이다. 토스를 비롯해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부서‧분야별 구인을 위해 자주 방을 자주 열고 소통하더라. 자사의 업력과 실제 업무들을 소개하고 질문도 받는 형식이다. 스타트업씬의 해묵은 난제인 개발자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된다. 패션 쪽 스타트업에서도 차용하려는 움직임이 많다. 프로필 사진을 바꾸면서 코디와 착장에 대해 평가하고 소개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분야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는 듯하다. 

정민수: 자사에서 이커머스 컨설팅과 운영을 하는 만큼, 최근 클럽하우스로 몇몇 제품을 테스트해봤다. 채널의 특성상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접근했는데, 코스메틱 같은 것들에 특히 활용가치가 높았다. 고객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편의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다보니, 소통도 원활하고 호응도 좋았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만의 기준도 세워지더라. 한 번에 2개 이상의 아이템을 소개하지 말 것. 경험적 내용을 최대한 많이 공유할 것, 스토리를 녹일 것 등등으로 접근법이 개선되고, 전략이 구축되고 있다. 

김민주: 최근에는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차례 클럽하우스에 접속한다. 그중에서도 스타트업 뉴스를 큐레이션 해주는 방에 매일 들어가서 정보를 수집한다. ‘어제 클하는 어땠나요?’라는 제목으로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방도 자주 들어간다. 아무래도 서비스 초기인 만큼, 클럽하우스를 확실히 파악해야 십분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클럽하우스는 기존 가입자에게 초대장을 받아야 하는 등 다소 폐쇄적인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사진: Primakov/Shutterstock.com)
클럽하우스는 기존 가입자에게 초대장을 받아야 하는 등 다소 폐쇄적인 운영방식을 채택하고 있다.(사진: Primakov/Shutterstock.com)

 

장점만큼 한계점도 뚜렷…조정기 거치며 전략성 강해질 것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트위터가 가진 국민SNS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말까지 들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식의 거품론도 있다. 클럽하우스,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이복연: 현재 채널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은 동시에 한계점도 된다. 부담 없이 소통하는 오디오 포맷이라는 장점은 녹음을 위한 해킹 시도가 있을 때 약점이 될 수 있다. 실시간이라는 점도 매력인 동시에 한계다. 아이돌 그룹을 아무리 좋아해도, 라이브 공연을 보러가는 이들보다 집에서 즐기는 이들이 훨씬 많지 않나. 보다 더 높은 차원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메인 SNS가 되긴 힘들지 않을까싶다. 아마도 다음 아고라 같은 창구가 되지 않을까? 사람 모아주는 매개체로서 기능하며 저쪽에선 정치얘기 하고, 이쪽에선 투자얘기 하는 식으로 말이다. 

김민주: 동의한다. 클럽하우스는 신선하고 좋은 도구지만, 지금 이상의 활용 가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엄청나게 폭발적이었을 때는 다양한 확장성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약간 조정기가 온 것 같다.  

 

클럽하우스가 가진 오디오 포맷의 특성은 장점? 약점?(사진: Sivakova Valeria/Shutterstock.com)
클럽하우스가 가진 오디오 포맷의 특성은 장점? 약점?(사진: Sivakova Valeria/Shutterstock.com)

정인혜: 초반 폭발적인 혼란기를 지나 점차 분야별로 세분화 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조금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우리 회사에서도 클럽하우스를 통해 투자에 관한 토론을 펼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피드백을 수집했고, 이를 바탕으로 개선점을 찾아나가고 있다. 다른 엑셀러레이터나 컴퍼니빌더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공유해나가면서 조금씩 특화된 채널 전략을 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이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찰리: 결국엔 뚜렷한 분야의 특정한 사람들만 남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인기가 절정이라는 요즘조차 셀럽 혹은 빅마우스 중심의 시스템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도움이 되는 요긴한 정보도 있지만 소위 ‘꼰대’들의 무용담만 넘쳐나는 방도 많다. 결국은 알맹이다. 설사 무용담이 넘쳐난다 해도, 정말 필요한 정보와 인사이트가 보장된다면 수요 역시 보장된다. 요즘의 MZ세대는 얼마 되지 않는 정보를 얻자고 남의 잘난 척에 애먼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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