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싱가포르·일본, 그들의 규제샌드박스는 지금
미국‧영국·싱가포르·일본, 그들의 규제샌드박스는 지금
2021.02.15 21:07 by 이창희

규제샌드박스가 본격 도입된 지 꼬박 2년이 흘렀다. 신기술과 함께 새로이 등장한 비즈니스를 두고 관계부처의 심의를 거쳐 임시·예외적으로 사업을 허용해줌으로써 규제의 장막을 걷어내는 과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업에 날개를 달고 승승장구한 이들이 있는 반면 높은 심의의 벽에 막혀 좌절을 겪은 이들도 있었다. 분명 획기적이고 바람직한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스타트업 열풍이 전 세계를 휘감고 있는 요즘, 각국은 규제 완화를 통해 창업을 장려하고 지원하고 있다. 그들의 규제샌드박스는 어떻게 마련됐고 운영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에게도 규제는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다.
해외 선진국들에게도 규제는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강국은 바로 영국이다. 금융 분야가 발달한 영국에서는 금융과 기술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스타트업이 일찍부터 발달했다. 런던 동쪽에 위치한,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테크시티’가 그 본거지다.

복잡한 시스템으로 인해 다른 분야보다도 규제가 많은 곳이 금융 분야다. 그렇다보니 규제샌드박스가 최초로 움튼 곳도 바로 영국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금융상품을 실생활 환경에서 테스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노베이션 허브를 만든 것이 그 시초다. 영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정식 허가를 받는 대신 이곳에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었다.

매년 두 차례씩 신청을 받아 기수별로 선발해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테스트를 허용한다. 심의 기준은 영국 내 사업영위부터 혁신성, 소비자 편익 증대, 테스트 필요성 및 준비성 여부 등이다. 이를 기반으로 5가지 샌드박스 수단을 통해 혁신금융서비스의 테스트를 지원한다. 기계학습 및 인지컴퓨팅, 가상통화와 블록체인, 빅데이터 분석・최적화 및 결합, 배포시스템, 모바일결제시스템, P2P어플리케이션 등이 이를 통해 싹을 틔운 핵심 기술들이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 ‘니바우라(Nivaura)’가 대표적이다. 채권·주식·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의 발행 및 관리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금융기관용 플랫폼을 개발하는 이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발행한 채권의 상용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완전 인가를 획득해 2000만달러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인터넷 기반 부동산 중개 전문 스타트업 ‘네스티드(Nested)’ 역시 빅데이터를 활용한 부동산 매도가 측정에서부터 매매 중개와 매매 전 대출 서비스 등을 테스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리즈C 단계까지 8000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영국의 규제샌드박스 1기 투자유치 규모.(자료: NIPA)
영국의 규제샌드박스 1기 투자유치 규모.(자료: NIPA)

이 같은 영국의 규제샌드박스를 벤치마킹한 곳이 아시아 금융의 허브 싱가포르다. 싱가포르는 영국과의 ‘핀테크 브릿지(FinTech Bridge)’를 출범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단계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영국과 달리 금융·의료·환경·교통 등 다양한 부문에서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했다. 그러나 2018년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 150개 기업 중 3곳만이 테스트를 통과하는 등 높은 진입장벽의 문제가 불거지자,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샌드박스 익스프레스’를 시작했다. 신청 및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실험을 신속히 착수할 수 있는데, 특정한 규제 환경 내에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나 제품을 테스트하려는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기업건전성과 기술혁신성이라는 단 2가지 기준만으로 심의해 21일 안에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전 세계 규제샌드박스 시행국가 중 가장 짧은 심의 기간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스타트업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약세지만 규제샌드박스는 일찌감치 도입했다. 2018년 생산성향상특별조치법이 시행되면서다. 일본경제재생종합사무국에서 기한을 두지 않고 수시로 신청을 받아 심의한다. 분야 역시 산업 전 분야가 대상이다.

규제샌드박스 신청으로부터 허가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원칙적으로 2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주무부처는 신청서를 제출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평가위원회에 견해를 송부하고, 위원회는 다시 1개월 이내에 허가 여부를 기업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다만 실증 내용에 맞게끔 기업이 최장 6개월까지 적절한 기간을 설정할 수 있으며, 해외 기업도 신청이 가능하다.

일본의 규제샌드박스는 빠른 심의와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이 과정을 담당하는 기관을 일원화했다. 정부 단일 종합창구인 ‘신기술 등 사회구현추진팀’을 운영해 신청 사업에 대한 중복 방지 및 사업 절차의 업무 효율화를 추구한다.

 

세계 주요국 규제샌드박스 현황.(사진: 한국무역협회)
세계 주요국 규제샌드박스 현황.(사진: 한국무역협회)

미국의 경우 아직 전체 연방 차원의 규제샌드박스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18년 재무부가 발표한 금융규제 개선 권고안에 규제샌드박스 관련 내용이 포함되면서 각 주(州)별로 속속 도입이 이뤄지는 중이다.

주 차원에서는 애리조나주가 최초로 독자적인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다. 샌드박스 허가를 받은 기업은 일정한 애리조나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대출, 투자자문, 송금 등을 적용한 새로운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24개월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연방 정부는 주별 규제 담당기관이 협력해 규제샌드박스 기능을 하는 체계를 설계하고 연방 차원에서 통합적인 규제 접근을 수립,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조정하고 의미 있는 실험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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