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샌드박스, 기업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제도”
‘법무법인 비트’ 규제샌드박스팀장 송도영 변호사 인터뷰
“규제샌드박스, 기업 아닌 사회에 기여하는 제도”
2021.02.08 12:35 by 이창희

“규제에 가로막혀 사라질 뻔한 기업들이 살아남아 시장에 활력을 줍니다. 이 과정을 모니터링한 결과는 다시 법이나 규제를 개정하는데 반영되죠. 단순히 개별 기업의 비즈니스를 풀어주는 걸 넘어 사회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드는 셈이죠.”

‘법무법인 비트’ 규제샌드박스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송도영 변호사는 규제샌드박스‧입법컨설팅 전문가다. 대한변호사협회의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장, 개인정보전문가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할 정도로 ICT기술에 조예가 깊었던 송 변호사는 지난 2018년부터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을 대상으로 규제샌드박스와 관련된 법률 컨설팅, 운영지원, 정책제언 등의 활동을 펼쳐왔다. 제도의 정착 및 확산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과학‧정보통신의 날’에는 정보통신발전 부문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형 규제샌드박스 시행 2주년을 맞아 송도영 변호사에게 지난 2년간의 성과와 향후 개선점을 직접 들어봤다.

 

송도영(사진) 변호사.(법무법인 비트 규제샌드박스팀장)
송도영(사진) 변호사.(법무법인 비트 규제샌드박스팀장)

-법무법인에 규제샌드박스팀이 구성돼 있다는 게 이색적이다.
“우리 회사는 ICT 관련 자문·송무를 다수 수행한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어서 해당 분야에 강점이 있다. 실제로 공대 출신도 많다. 이에 2018년 규제샌드박스팀을 신설해 ▲정보통신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산업융합 촉진법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지역 특화 발전 특구에 대한 규제 특례법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 등과 관련된 법률자문 및 임시허가‧실종특례 지정을 위한 종합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결론부터 묻고 싶다. 정부의 규제샌드박스, 어떻게 평가하나.
“당연히 성공적인 정책이다. 정부가 혁신성장 기조를 실현시키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일단 기존에 할 수 없었던 것을 열어줬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규제에 가로 막혀 모든 걸 포기하기 직전의 기업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나 다름없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시대는 연결과 융합의 시대다. 새 시대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져 나오는데, 기존 법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렇다고 법을 단시간에 바꿀 수도 없다. 이에 기업에게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주는 동시에 점진적으로 낡은 규제를 걷어내고 법을 손질하는 과정이 바로 규제샌드박스다.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지만 핀테크에 집중된 형태를 보였던데 반해, 우리나라의 제도는 거의 모든 분야를 커버한다.”

-실제 개별기업들과 상담을 많이 진행할 텐데, 주로 어떤 내용들인가
“일단 자신이 하려는 사업이 규제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자기가 일구려는 사업 모델을 명확하게 타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 법이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사업 구상에 대한 정리가 잘 돼 있어야 어느 법, 어느 규제에 걸리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규제샌드박스의 종주국 영국은 금융행위규제기구(FCA)가 중심이 되어 제도를 연구‧도입하는 등 핀테크 중심의 규제완화 색채가 강하다.(사진: Piotr Swat/Shutterstock.com)
규제샌드박스의 종주국 영국은 금융행위규제기구(FCA)가 중심이 되어 제도를 연구‧도입하는 등 핀테크 중심의 규제완화 색채가 강하다.(사진: Piotr Swat/Shutterstock.com)

-신청부터 승인까지의 절차가 궁금하다.
“먼저 ‘신속확인’ 단계부터 거친다. 자신의 사업 모델이 법에 걸리는 게 있는지, 인허가가 필요한지 확인하는 절차다. 30일 이내에 규제 여부를 확인하고, 걸리는 게 있다면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한다. 승인은 임시허가와 실증특례, 두 종류로 나뉘는데 자신의 사업에 대한 금지법이 없다면 임시허가를, 특정 법이 금지하고 있다면 실증특례를 허가받을 수 있다. 허가가 났다고 바로 사업을 개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신사업이다 보니 책임보험도 가입해야 하고 실증계획도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통상 2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지나면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된다. 사업기간은 최장 2년에 추가 2년으로 총 4년이다. 4년이 지났는데도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았을 경우, 임시허가는 계속 허용해주고 실증특례는 사업이 종료된다.”

-현장에선 아쉬운 목소리도 많이 나온다. 복잡한 행정 처리와 과도한 심사시간이 가장 많이 거론되던데.
“어쨌든 버젓이 존재하는 법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필요한 자료와 절차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간도 든다. 정부 입장에선 심사 실무를 위한 전담 인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고, 신청자들도 미리 준비를 충실하게 해 둬야 시간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전담 주무부처가 보다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 열심히 진행했는데, 정작 담당 부처에서 발목을 잡으면 시간은 차일피일 늘어진다. 오래 걸리더라도 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결국 막혀버리는 경우는 그야말로 최악이다. 스타트업의 1년은 대기업의 1년과 전혀 다르지 않나. 통상 여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는 경우 끝이 좋지 않다. 이런 부분은 결국 정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움직여주는 수밖에 없다. 많은 창업자들의 바람처럼, 뭐가 됐든 시장에서 검증받을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규제샌드박스를 고민하는 창업자들을 위해 조언해준다면.
“아는 만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시간 싸움 아닌가. 과기부 산하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산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국토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등의 기관이 있는데, 해당 기관들을 통한 무료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을 미리 꼼꼼히 체크하면 시간을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규제샌드박스에 앞서 기존에 통과된 것과 유사하면 바로 처리해주는 제도인 ‘패스트트랙’도 확인해 보길 권한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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