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직원이 법인카드를 장기간에 걸쳐 14억원을 무단 사용한 사건이 드러나 내부 관리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네티즌들은 해당 사건을 두고 의심섞인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직원 하나가 총대메고 책임지도록 한 '가지치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6일 신한카드의 대리급 직원이 법인카드로 14억원을 무단사용한 것과 관련해 신한카드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지난해 신한카드 신용관리본부 소속 대리급 직원 A씨는 2016년부터 3년간 회사 법인카드로 약 14억원을 무단 사용한 것이 드러나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A씨는 법인카드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구매한 후 현금으로 바꾸거나 해당 법인카드의 포인트를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법인카드를 무단 사용했다.
신한카드는 장기간 A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내부 감사에서 해당 직원의 문제를 적발하고 A씨를 해고조치했다. 이후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신한카드의 내부통제에 허점이 있다고 판단했으며,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법인카드 발급 즉시 전산시스템에 등록한 뒤 주기적으로 미등록 카드 여부를 확인 ▲사용 금액은 배정예산 내 경비 대체 방식으로만 결제할 수 있도록 제한 ▲카드 사용에 따른 포인트 관리 기준 마련 ▲법인카드 한도 변경 시 책임자 결재 절차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와 네티즌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법인이 지출한 비용 중 사업과 무관하게 사용된 경비는 손금불산입으로 경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업무관련 지출만 경비로 인정되기에 업무와 무관하게 상품권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예산 안에서 한도가 정해져 있고, 대리급 직원이기에 상사의 결재를 받아야 할텐데 대리급 직원이 혼자서 14억이나 되는 금액을 사적 유용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네티즌들은 해당 직원이 유용한 금액이 직급에 비해 거대하고 오랜 기간 진행됐던 점을 볼 때 사측이 책임을 직원에게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포털 기사 댓글을 통해 "저 정도 법인카드 사용금액을 직원이 사용했는데 몰랐다고? 내부에 같은 도둑들이 있었구만. 가지치기 당했구나"라는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가지치기 당했네,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회계 감사 부서들이 따로 있는데, 대리직급이 저정도 해먹었으면 위에서는 얼마를 해먹은거냐. 사용내역 증빙제출 해야하는데 저런식으로 한도없이 무분별하게 사용한 기간이 3년이 넘는다는건 다 한통속아니냐" 등 말이 되지 않는다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카드업계에서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고,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게 돼 있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직원이 꽤 굵직한 업무를 맡아 왔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한카드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일축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작년 사내 감사를 통해 관련 행위를 적발한 후 법인카드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했으며 금융감독원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해서도 개선하는 중이다. 향후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