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나…
김준혁 팜스킨 공동창업자 특강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나…
2020.10.29 11:31 by 최태욱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천재의 대명사로 알려진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발상으로 꼽히는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까지 멈추지 않는 호기심과 상상력이 작용했음을 암시하는 대목. 창의와 혁신의 토대 위에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에게도 아인슈타인의 조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전문가들 역시 “현대의 기업가 정신이란 끈임 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성장한다”고 말한다. 창업 단계별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스타트업 ‘팜스킨’이 코스메틱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팜스킨은 독자적인 초유 가공기술을 기반으로 마스크팩, 헤어 마스크, 기초 제품 등을 생산 판매하고 있는 코스메틱 스타트업 기업이다. 2017년 창업 이후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크고 작은 투자 유치를 이뤄냈고,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포함 총 10번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팜스킨 곽태일 대표는 미국 포브스에서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해당 콘텐츠는 지난 10월 8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타트업 스쿨’ 8기 데모데이에서 진행된 김준혁 팜스킨 공동창업자의 특강을 토대로 한다. 

특강을 펼치고 있는 김준혁(사진) 공동창업자(사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특강을 펼치고 있는 김준혁(사진) 공동창업자(사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 질문 하나_ “왜 이런 문제가 보일까, 왜 우리가 해야 할까”
팜스킨은 축산학과 동기 4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스타트업이다. 2017년 창업을 결심할 무렵, 그들이 가진 첫 번째 의문은 “왜 초유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까?”였다. 

초유(初乳)는 어미 소가 새끼를 낳은 직후 약 사흘간 나오는 모유다. 이때 어미 소가 만들어 내는 초유가 약 25kg 정도 되는데, 정작 송아지가 섭취하는 양은 3kg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버려지는 데 그 양이 매년 4만 톤이 넘는다. 하지만 마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다. 일반적으로 초유에는 모유보다 100배 많은 영양분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특유의 거부감 있는 냄새와 3일이면 부패하는 짧은 유통기한으로 자원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농림축산식품부 지원으로 떠났던 독일 농장 연수에서 젖소의 초유를 활용하는 것을 보고, 초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들은 창업 초기에 가졌던 질문에 대해 하나하나 답변해나가기 시작했다. 수많은 질문이 스스로에게 쏟아졌지만 핵심은 역시 하나다. “그동안 왜 안됐던 걸까?”

답을 찾는 과정은 단순하다. 될 때까지 해보는 것. 학자금대출로 모은 2000만원 남짓한 자본금을 마중물 삼아 연구와 실험에 몰두했다. 초유 관련 논문을 모조리 뒤지며 성분을 분석하고, 냄새 제거 실험, 추출 실험, 대량생산 실험 등도 지난하게 이어졌다. 김준혁 공동창업자는 “학생들끼리 기술을 개발하려다보니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면서 “매번 ‘우리가 진짜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진득하니 해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어설프게 추출한 물질을 직접 발라보다 피부에 탈이 나기도 하고, 밤에 실험하던 초유가 터져서 실험실에서 쫓겨날 뻔하기도 하는 등 시행착오도 잇따랐다. 

그런 과정을 거듭하며 탄생한 것이 바로 초유에서 나온 추출물로 만든 마스크팩이다. 소처럼 뚝심있는 청년 축산학도들이 거둔 첫 번째 결실. 이후 유산균 등 생물학적으로 좋은 균만으로 초유를 가공시키는 기술을 발전시키며, 열 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현재 팜스킨 업무 모습과 시판하는 초유 코스메틱 제품들(사진: 팜스킨)
현재 팜스킨 업무 모습과 시판하는 초유 코스메틱 제품들(사진: 팜스킨)

| 질문 둘_ “틀리지 않았던 것일까…”
팜스킨의 시작은 전혀 거창하지도 전략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진로를 고민하던 대학생 네 명이 포장마차에서 뜻을 맞췄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이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우리가 틀렸으면 어떡하나?”라는 의문과 뒤이어 샘솟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연구개발에 주력하던 시기도 그렇지만, 막상 개발을 하고 나서도 이런 마음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400조 원 규모의 뷰티산업은 신생 스타트업에겐 너무 높다란 벽처럼 보였다.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너희가 화장품으로 어떻게 성공해?”라며 의심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이들이 답을 찾을 곳은 결국 고객이었다. 가깝게는 학교 앞부터 멀게는 땅 끝 마을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으로 고객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뷰티 브랜드가 밀집한 거리와 백화점 등이 이들의 주요 타깃이었다. 초보 사업가였던 축산학도들은 그렇게 여물어갔다. 

커피 값조차 부담스러워 사무실 대신 쓰던 카페도 맘대로 가지 못할 즈음,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히 자신들의 비즈니스 아이템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을까?”라는 질문. 그에 대한 답은 어느 순간 발표회장 심사위원으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무대는 조금씩 많아졌고, 또 커졌다. 올해 세마트랜스링크 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80억 원을 투자 받는 등 지속적으로 투자유치를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끈임 없는 질문의 힘인 셈이다. 

많은 상을 받고, 대규모의 투자를 유치해도 이들의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데모데이에서 좋은 성과를 올려도 “우리는 사업가인가, 프레젠테이터인가…” “수상 이력에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질문으로 방향성을 재검토한다. 

 

“우리가 틀리지는 않았을까” 팜스킨의 질문은 오늘도 계속된다.(사진: 팜스킨)
“우리가 틀리지는 않았을까” 팜스킨의 질문은 오늘도 계속된다.(사진: 팜스킨)

| 질문 셋_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얻고 튼튼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에 답을 얻으면서 팜스킨은 코스메틱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우뚝 섰다. 창업 첫해 3000만 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3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2년 만에 100배가 오른 셈이다. 주력 제품인 초유 추출물을 함유한 마스크팩, 헤어 마스크, 기초 제품 등을 미국 월마트와 아마존에 진출시킨 데 이어 3년 만에 중국, 프랑스를 비롯해 해외 45개국으로의 수출 길도 열었다. 지난해까지 누적 수출액만 100만 달러(11억5600만원) 이상. 별다른 마케팅 없이 제품 경쟁력만으로 얻은 성과라 더욱 값지다.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는 팜스킨의 제품들(사진: 팜스킨)
해외에서 더욱 사랑받는 팜스킨의 제품들(사진: 팜스킨)

눈부신 성장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팜스킨이지만 질문거리는 여전히 넘쳐난다. 김준혁 공동창업자는 이에 대해 “회사가 2배 커지면, 신경 쓸 것은 20배 많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최근 그들의 질문 리스트 상단을 차지하는 주제는 단연 사람이다. 4명이서 시작한 회사가 50명을 넘어가다보니 자연스레 “좋은 인재를 얻는 길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 생겨난다. 수출에 강점을 보이는 만큼,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에 특화되기 위한 질문들도 끊이질 않는다. 하다못해 “외국 바이어에게 주는 선물로는 무엇이 좋을까?”같이 사소한 것들도 답을 찾고 싶은 질문이 된다. 

출발은 미미했지만 보다 창대한 마무리를 꿈꾸는 이들. 팜스킨의 사업 비전은 초유를 받는 나라에서 초유를 주는 나라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성장했듯이 말이다. 거대한 비전이지만 이 역시 시작은 하나의 작은 질문이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낙농업 3위 안에 드는 나라에요. 그런데 왜 초유를 받고 있을까요? 
결국 저희의 사업은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러면 반드시 답을 찾게 될 겁니다!”(김준혁 공동창업자)

 

창업자들에게 “질문하라”고 조언하는 김준혁 공동창업자(사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자들에게 “질문하라”고 조언하는 김준혁 공동창업자(사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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