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스트 임한희 기자] 췌장암을 이야기할 때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빼놓긴 어렵다. 잡스는 아이폰(2009년)과 아이패드(2010년)의 잇따른 성공을 뒤로하고 지난 2011년 10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사업가 이전에 세상을 바꾼 인물로 각인돼 있다.
애플 컴퓨터와 매킨토시로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고 아이폰으로 현재의 모바일 시대를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는 56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췌장암이라는 복병은 이겨내지 못했다. 사망 당시 그의 재산은 83억 달러(9조 5400억원)였다.
◇5년 생존율 12%… 조기 발견 어렵고 예후 안 좋아= 의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췌장암의 생존율은 2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처음으로 12%를 넘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가 넘지 않았다.
췌장은 위 뒤쪽,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다. ‘이자(胰子)’라고도 부른다. 길이가 약 15㎝ 되는 가늘고 긴 장기다. 위 뒤쪽에 위치해 십이지장과 연결되고 비장과 인접해 있다. 췌장은 머리와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나뉜다. 십이지장에 가까운 부분이 머리, 중간이 몸통, 가장 가느다란 부분이 꼬리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크게 2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췌장액을 분비한다. 췌장액은 십이지장에서 음식과 섞이면서 음식이 소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또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우리 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암세포로 이뤄진 종괴를 말한다. 췌장은 조직학적으로 외분비샘과 내분비샘으로 나누는데 전체 췌장암의 85% 정도는 외분비샘으로 부르는 췌관에서 생긴다.
곽봉준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췌장은 몸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장기로, 췌장의 해부학적 특성상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쉽지 않고 예후도 좋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족력有 발생률 18배↑… 증상 발현 시 복통·체중감소 나타나=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함께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 중에서는 K-Ras(케이라스)라는 유전자의 이상이 특히 중요하다. 췌장암의 90% 이상에서 이 유전자의 변형이 발견되고 있다.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률이 18배까지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