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원래 함께 하는 것이다! ‘위플레이’
생활스포츠 매칭 플랫폼 ‘위플레이’ 론칭
스포츠는 원래 함께 하는 것이다! ‘위플레이’
2020.08.11 12:37 by 이지섭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워낙 좋아하고, 평소 음주도 즐기는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사람들 만나서 술 한 잔하는 게 일상이 됐죠. 사실 술 마시는 거 외에 우리 나이 대 남자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기도 하고요.”

이재혁(38) 위플레이 대표는 “사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연일 이어지는 술자리가 힘에 부치기도 한다”고 말을 이었다. 다른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볼링이나 스크린야구 등 함께 할 수 있는 레저 스포츠를 찾아봤지만 외의로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적당한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좋은 곳을 찾더라도 만석(萬席)인 경우가 많았다. 잘하는 사람과 경험이 없는 사람이 뒤섞여 있어 함께 즐기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는 고스란히 생활스포츠의 문턱으로 작용한다. “스포츠 동호인 3명 중 2명이 주말에만 운동을 즐긴다”는 통계가 나오는 이유도 그래서다.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불편함을 느껴온 이 대표는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사람과, 하고 싶은 장소에서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 생활스포츠 매칭앱 ‘위플레이’의 탄생 배경이다. 

 

자신이 겪은 불편함을 비즈니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재혁 위플레이 대표(가운데)
자신이 겪은 불편함을 비즈니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이재혁 위플레이 대표(가운데)

| 전직 농구선수의 야심찬 골밑 돌파
이재혁 대표는 농구선수 출신이다. 중학교 1학년 때 농구를 시작해 농구 명문인 고려대학교에서 선수 생활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계가 느껴지더라고요. 설사 운 좋게 프로무대에 간다고 해도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정도는 못된다고 생각했어요. 비전이 안보였던 거죠.” 

7년 간 땀 흘렸던 코트를 떠났지만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운동하느라 하지 못했던 것들에 집중했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이었다. 운동에 매여 있는 동안 가장 부러웠던 게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이었다던 그는 그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술집 서빙부터 체대 입시 과외까지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 그래도 역시 가장 빛을 발하는 건 농구였다. 

“우리나라에 농구를 가르쳐 주는 아카데미가 의외로 많아요. 아이들부터 성인들까지 수요도 다양하죠. 보통 체육과 출신들이 강사로 많이 일하는데, 선수출신이면 아무래도 더 좋은 대우를 받죠.”

유니폼을 벗은 지 5년 여. 하루도 쉰 적 없이 일주일에 70시간 가까이 일을 하니 자동적으로 돈이 모였다. 그 자금이 밑천이 되어 처음 시작한 사업은 일명 ‘놀이학교’였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창의적인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유아학원인데, 이 대표는 여기에 자신의 장기를 살려 스포츠 친화적인 콘셉트를 만들어냈다.  

 

이재혁 대표가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놀이학교의 활동 모습
이재혁 대표가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놀이학교의 활동 모습

운동선수 출신 사업가로 성실하게 살아가던 그가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된 건 2018년 겨울 무렵부터다. 놀이학교가 위치한 곳이 IT산업의 메카인 판교다보니, 자연스레 기술 기반 스타트업 대표들과 네트워크를 쌓게 됐고, 그들과 어울리면서 생활스포츠 매칭 서비스의 힌트를 얻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친분이 있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너 정도의 경험과 네트워크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조언해주신 덕분에 자신감을 크게 얻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 대회 주최하고 앱 출시하고… 위플레이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2019년 3월 법인등록을 마친 위플레이는 앞서 소개한대로 자체 제작한 앱을 통해 생활스포츠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서비스다. 초기 구상은 제법 거창했다. 농구, 볼링, 당구, 마라톤, 사이클, 스크린골프‧야구 등 좋아하는 운동을 함께할 상대를 온라인으로 매칭해주고 최적의 운동 시설을 쉽게 검색하거나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개인레벨과 랭킹 시스템 등 게임 요소와 유명 선수의 코칭 서비스까지 포함됐다. 

온라인 비즈니스 경험이 전무한 이 대표가 기댈 수 있는 것은 ‘발품’을 파는 일뿐이었다. 스타트업 네트워크 모임이나 세미나 등을 숱하게 찾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지원 프로그램과도 연을 맺었다. 그 과정에서 사업의 범위는 좁아지고 뾰족해졌다. 

“주변에서 한꺼번에 접근하지 말고 단계별로 차근차근히 가는 것을 추천해주셨어요. 특히 농구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제가 다른 종목을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농구를 따라갈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초기 비즈니스 모델을 농구로 하고, 이를 다른 종목으로 확장시키는 것으로 방향성을 잡았죠.”

범위가 좁혀지자 속도가 붙었다. 사업의 첨병 역할을 할 어플리케이션의 기획‧제작이 이뤄지는 동시에, 농구계 선‧후배 및 동료와 접촉하며 바닥을 다졌다. 지자체, 농구동호회, 프로농구단, 초‧중‧고 등과 연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업장이 소재한 성남 지역은 이미 청소년수련관 등의 장소활용 협의가 모두 끝난 상태. 한국 최초의 3x3농구협회인 ‘KXO(Korea 3X3 basketball Organization)’와 손잡고 크고 작은 농구 대회를 주최했던 것도 큰 성과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위플레이’라는 이름을 걸고 세 번의 농구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며 “작년 한 해 동안 KXO를 열심히 쫒아 다니면서 이뤄낸 성과”라고 덧붙였다. 

 

한국 3X3 농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해 초 세미프로리그를 출범시킨 KXO, 이재혁 대표는 현재 KXO의 이사로도 활동중이다.(사진: KXO)
한국 3X3 농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해 초 세미프로리그를 출범시킨 KXO, 이재혁 대표는 현재 KXO의 이사로도 활동중이다.(사진: KXO)

지난 5월, 숙원사업의 하나인 앱이 출시된 것도 중요한 사업적 발자취로 꼽힌다. 비록 여전히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프로토 타입 수준이지만, 중요한 한 단계를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현재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출시된 앱은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앱 안에서 사람을 모으거나 장소를 섭외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KXO나 위플레이가 주최하는 대회 정보를 얻는 기능도 탑재돼 있다. 위플레이 측은 프로토 타입으로 출시된 앱의 사용 후기를 분석해 연내에 정식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UI나 UX부분부터 기능적인 부분까지 여러 가지 수정 의견이 접수됐어요. 어차피 코로나19국면이로 농구장에 사람들이 모일 수 없는 시기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를 더 높이는 쪽으로 결정했죠. 혼자 준비하느라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향후 방향성을 정립하는 기초 자료로 삼기에는 충분해요. 오는 11월까지 농구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앱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입니다.”

 

| 농구 너머 생활스포츠 전반으로, 스포츠 분야의 ‘야놀자’ 꿈꾼다
생활스포츠 매칭 앱서비스를 표방했지만 점점 농구에 특화되고 있는 행보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이 대표는 “이제 시작이다”라고 딱 잘라 말한다. 가장 자신있는 종목으로 단단하게 검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오프라인 교육 사업을 했던 만큼, 온라인 비즈니스에 충분히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예상보단 더딘 전개지만 조바심은 없다. 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이니만큼 알고리즘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농구로 충분한 성과를 만들어 낸 다면 이후 행보에는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올해 4월에는 스포츠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지원하는 와이앤아처의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아처스 히어로’ 4기에 선발되며 든든한 지원군도 얻었다. 이재혁 대표는 “볼링이든 마라톤이든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 통한다”면서 “일단 농구 분야를 마스터한 후 다른 스포츠 기업 대표들과 네트워크를 쌓아가면서 종목을 점차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농구협회와의 업무 협약식 현장 모습
서울시 농구협회와의 업무 협약식 현장 모습

위플레이의 목표는 결국 사용자에게 운동의 흥미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자신과 지인들이 느꼈던 불편함에서 비롯된 이 비전을 위해 꼬박 2년을 내달렸다. 최종적인 목표는 스포츠 분야의 ‘야놀자’같은 서비스를 완성해, 더 많은 사람들을 운동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집 주변 농구장에 가면 젊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농구를 즐기는 걸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농구 초보이거나 나이가 드신 분들은 애써 운동복을 차려 입고 와도, 혼자 슛만 던지다 돌아가시거든요. 그러면 흥미가 생기겠습니까? 저희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원래 스포츠는 함께 할 때 즐거운 것이니까요.(웃음)”

 

필자소개
이지섭

배우며 쓰고 쓰면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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