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닌’ 정부 발표에 다시 불붙은 CVC 논란
‘이도 저도 아닌’ 정부 발표에 다시 불붙은 CVC 논란
2020.08.03 15:20 by 이창희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지분 100%의 자회사로 둘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 업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하려 한다는 비판과 세부 조건이 너무 많아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정부가 CVC를 둘러싼 찬반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눈치만 본 결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기획재정부)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창투사)와 신기술사업금융업자(신기사) 형태로 CVC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금산분리 원칙 훼손이나 재벌의 사금고화에 대한 우려를 막기 위해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회사, 계열사, 공시대상기업집단이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에는 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외부자금은 펀드 조성액의 최대 40%까지만 조달할 수 있고 금융당국으로부터 각종 행위제한과 요건, 투자의무 등에 대한 조사·감독도 받는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정기국회에서 연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30개 가까운 국내 대기업 그룹은 내년부터 CVC를 자회사로 두고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법상 일반회사는 금융회사인 CVC의 보유가 금지돼 있어 기업집단 내 일반지주회사가 있는 경우 체제 밖 계열사 또는 해외법인 형태로 CVC를 운영해 왔다.

이에 그간 벤처업계와 대기업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일반 지주회사의 CVC 보유 허용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정부는 금산분리 원칙을 내세워 난색을 표하면서 그 대안으로 벤처지주회사를 추진했으나 활성화에 실패했다.

결국 올 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 전반이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들고 투자다 둔화되면서 정부가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기업의 벤처업계 잠식을 우려하는 이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번 CVC 개정안은 금산분리의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투자자금 중 외부자금의 비율을 최대 40%로 허용한 점은 특히 우려된다”며 “대기업이 타인자금을 동원해 경제적 독점 강화에 활용하는 것을 막고 재벌 대기업의 벤처생태계 잠식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총수일가가 직접 CVC에 투자하는 것은 금지하지만 계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CVC에 투자하는 것은 막지 못해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직접 투자를 비롯해 사내벤처 운영과 기관투자자 참여, 운용사 설립 등 CVC 외에도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재계와 벤처업계에서는 CVC 개정안의 내용이 다소 제한적인 부분을 들어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가 어려움에 놓여있는 벤처기업의 생존과 미래지향적 벤처창업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데 CVC가 제한적으로 허용됨으로써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CVC를 지주회사의 완전자회사 형태로 설립하게 한 점, CVC의 부채비율을 200%로 제한한 점,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을 40%로 제한한 점은 정책의 실효성을 저하하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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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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