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도 멘토링도 불안해… 코로나 시대의 창업 지원교육 어쩌나
강의도 멘토링도 불안해… 코로나 시대의 창업 지원교육 어쩌나
2020.06.30 12:11 by 이지섭

“시설이용이 완전 중단되면서, 열심히 창업을 준비하던 친구들이 떠돌이 신세가 됐어요.”

서울시 양천구에 위치한 서울창업카페 ‘양천상상캠프’ 옥동준 센터장의 말이다. 하드웨어 스타트업 지원을 특화 프로그램으로 하는 기관의 특성은 코로나19 국면 앞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옥 센터장은 “주변에 특성화고가 많아 창업관련 소모임이 활발하고, 인근 대학의 창업동아리도 이곳에서 모임을 진행했는데 ‘거리두기’로 발이 꽁꽁 묶여 버린 셈”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양천구 내에서 유일하게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양천상상캠프가 코로나19로 시설이용이 전면 금지됐다.(사진: 양천상상캠프)
양천구 내에서 유일하게 3D프린터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양천상상캠프가 코로나19로 시설이용에 차질을 빚었다.(사진: 양천상상캠프)

스타트업이 시대의 대세가 된지는 이미 오래다. 쿠팡이나 토스, 배달의 민족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누구도 스타트업 대세론을 부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아직까진 ‘벤처’ 즉 모험의 이미지도 강하다. “스타트업의 실패는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말처럼 많은 스타트업이 생존 이슈에 매몰되며, 여전히 5곳 중 4곳은 실패를 맛보는 게 현실이다.

양질의 창업교육은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책이다. 전 세계 스타트업 열풍과 맞물려 민‧관‧학 할 것 없이 각종 창업 지원 및 교육 프로그램을 선뵈며 예비창업자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대표적인 정부 부처인 창업진흥원의 창업사업화지원의 올해 예산만 3507억원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올 초부터 불어 닥친 감염병 공포로 전국의 창업교육 열풍에 제동이 걸렸다. 각종 특강과 밀착 멘토링, 그리고 팀 빌딩 활동이 중심이 되는 창업교육의 특성상, 정부의 강도 높은 거리두기 권고는 사실 상의 중단을 의미했다.

스타트업 IR피칭 컨설팅 기업 디테일러의 김민주 대표는 “코로나 사태 이후 집체교육 형식의 강의는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면서 “2월에서 3월로, 다시 4월로 연기되던 교육들은 현재 7월 이후 진행하기로 조율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부분의 오프라인 창업 교육이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코로나 사태 이후 대부분의 오프라인 창업 교육이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급작스런 상황에 해프닝도 속출했다. 강원도 영월의 한 창업교육기관 관계자는 “3월부터 진행되어야 할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 일정이 전부 뒤로 밀리는 바람에 미리 섭외를 해놨던 강사들과 멘토들의 스케줄도 몽땅 어그러졌다”면서 “지금으로선 완전히 새 판을 짜야하는 처지”라고 끌탕했다.

상황만을 탓하며 손쉽게 취소를 결정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통상 정부나 지자체의 사업은 연 단위의 교육예산이 미리 정해져 있고, 이를 해당 연도에 모두 사용해야 한다. 결국 많은 교육 담당자들이 차선책으로 삼는 것이 바로 ‘온라인 교육’이다.

연 2회의 ‘스타트업 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올해 4월부터 진행된 7기 교육을 전면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이 센터의 최동미 책임연구원은 “처음에는 온‧오프 병행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확진자가 발생하여 중단되는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면 온라인으로 탄탄하게 구축해놓고 시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에 캠프·숙박비·식비·교통비 등 오프라인에 들어가는 예산을 급히 투입해 효율적인 교육을 위한 장비와 환경을 구축했다. 최 연구원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주안점을 두고 준비하다보니, 교육 콘텐츠의 전달 부분에서 약간 미진한 부분이 포착됐다”면서 “차후에는 이런 부분을 보완해 온라인 교육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총평했다.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관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을 과감히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사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관의 대표 교육 프로그램을 과감히 온라인으로 전환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사진: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평소 온라인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온라인 교육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던 곳들은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했다. 옥동준 양천상상센터 센터장은 “센터가 위치한 지역은 인근에 청년임대주택이 많아 청년 인구가 과반을 넘을 정도로 젊다”면서 “이에 이전부터 비대면에 대한 요구가 계속해서 있었고, 유튜브를 활용한 방식 등을 지속적으로 시험하며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옥 센터장은 이어 “지난해에는 창업 멘토링을 온라인으로 진행해보기도 했는데, 오프라인보다 오히려 반응이 좋아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온라인이 ‘전가의 보도’가 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온라인으로 불가능한 영역도 분명 존재한다. 지방의 한 창업교육 기관 담당자는 “제조업 기반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아직까지는 온라인 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같다”면서 “조심스럽게 오프라인 교육을 추진해나가되, 경우에 따라 온라인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교육 콘텐츠와 구현 환경에 대한 철저한 준비도 효과적인 온라인 교육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온라인은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어 사전 시뮬레이션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호 교감이나 질의응답 등의 시간이 대폭 줄기 때문에 전체 분량을 재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한 창업 교육 강사는 “온라인 교육은 오프라인에 비해 준비도 까다롭고 챙길 것도 많다”면서 “온라인이 대세가 된 이후, 교육 커리큘럼을 아예 새로 만드는 수준으로 개편했을 정도”라고 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담당자들이 달라진 환경을 인식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나서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창업지원 기관의 실무자는 “아무래도 행정조직은 외부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가 상당히 느린 게 사실”이라며 “현재의 상황은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보다 혁신적으로 도전해 나가야 하는 위기”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이지섭

배우며 쓰고 쓰면서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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