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은 코스메테우스라 불리게 됐는가
코스메테우스, 3rd Diary
왜 그들은 코스메테우스라 불리게 됐는가
2020.04.27 15:22 by 태원석

스타트업 팀원들이 직접 써내려가는 그들만의 발자취. ‘스타트업다이어리’는 내일을 통해 미래를 밝히는 조촐한 사서(史書)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수많은 기업들이 있다. 삼성이나 LG부터 배달의 민족까지. 각자의 명칭에는 나름의 사연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도 우리 팀의 이름을 결정하는 데에 꽤나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회사의 가치를 표현하고, 외부에 보일 이미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이름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름으로 우리의 가치를 표현해야 할까?
어떤 이름으로 우리의 가치를 표현해야 할까?

2016년 12월 초의 어느 날 우리는, 처음 창업을 결심했던 르호봇에 다시 모였다. 이날의 주제는 ‘사명 짓기’였다. 머지않아 제출해야 하는 지원 서류를 위해서라도, 무언가 이름이 필요했다. 준비물은 스케치북과 각종 색깔 펜. 이런 저런 낱말들을 끄적거려가며,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다. 우리가 취급할 남성 화장품을 연상할 수 있으면서, 어느 정도 B급 감성을 담을 수 있는 이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브레인스토밍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갈수록 ‘아무 말 대잔치’가 펼쳐지기 일쑤였다. (그 때는 몰랐지만) 우리 팀은 공부만 열심히 한 범생이 먹물 감성을 공유하고 있는 팀이었다. 애초에 적당한 B급 감성을 활용한다는 것이 우리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때 나왔던 아이디어는 요즘도 서로 우스갯소리로 던지곤 하는데, 지금까지도 기억나는 것들을 몇 가지 써본다. ‘닥터스킨’이라는 이름이 나왔다가 닥터를 마음대로 쓰는 것은 곤란하다고 철회했다. 당시 한창 서울시의 슬로건(I Seoul U)가 처음 나왔을 때라 ‘I Skin U’도 튀어나왔다. 하지만 영어로 해석하면 ‘네 피부를 벗겨버리겠다’ 정도가 돼서 곧장 폐기됐다. 남자 화장품을 상자에 넣어 파니 ‘맨박스’라고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가, 한창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되던 단어라 포기했다. 가장 히트작은 ‘화장터’라는 이름이었다. 한바탕 웃어재끼고 없던 얘기가 됐는데, 아직까지도 우리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곤 하는 말이다. 

한참을 고민해보다가 결론이 나왔다. 이름이 나온 게 아니라 ‘우리는 도무지 B급 감성이 없는 사람들’이란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재능 없는 것에 매달리지 말고, 우리 취향을 한껏 살려보면 어떨까? 다행히 공통점이 있었다. 팀원 모두가 고대 신화를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팀원 한 명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명을 본인의 영어 이름으로 쓰고 있을 정도다. 생각을 바꾸자, 이야기에 불이 붙었다. 전 세계 각종 신화에 나오는 이름들이 전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중성적인 특성을 보이는 아폴로나 나르키소스가 나오기도 했고, 미와 관련된 신 뮤즈, 님프 등도 나왔다. 그중 우리가 확 꽂힌 것은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 불을 가져다준 일화였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man)에게 불을 처음으로 가져다줬듯, 우리는 남자 (man)에게 화장품을 처음으로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쓰면 좋겠다는 의도였다.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의 어원이 Pro (앞을) + Manthano(생각하는) + Eus(남성형 어미)의 조합으로, ‘선구자’라는 의미를 담은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Project: Prometheus’라는 팀이 결성됐다. 

 

첫 사업계획서 표지. 지금 보면 너무나도 끔찍한 디자인이다.
첫 사업계획서 표지. 지금 보면 너무나도 끔찍한 디자인이다.

현재의 이름(코스메테우스)로 정착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2개월 뒤의 일이었다. 앞을 생각한다는 Pro-의 자리에 Cosm-(세계, 조화)를 넣으면 어떻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세계를 생각하고, 조화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우리가 다루는 제품인 Cosmetics에도 사용되는 어미이기에 모두가 만족했다. 정식으로 코스메테우스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스타트업 세계에 진입하고 나면 수많은 조언과 권고를 받으며, 다양한 성공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게 된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깨닫게 된 것이, 벤치마킹을 하더라도 결국 우리 팀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름을 지을 당시만 해도 B급 감성이 대유행이었다. 우리도 그렇게 해보려 했지만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의 성향이 온몸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리라. 결국은 범생이 감성을 십분 발휘해 길고 현학적인 이름을 갖게 됐다. 그런데 걱정했던 것과 달리 많은 분들이 길고 어려운 이름을 가진 우리 팀을 특이하게 보아주고, 기억해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작정 성공한 사례를 따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란 것을, 이름을 지으며 은연중에 깨달은 것이다. 

 

※ 4rd Diary에서 계속

 

필자소개
태원석

3년차 스타트업 코스메테우스의 대표입니다. 이제 좀 어떻게 일 하는건지 알아가고 있습니다. 넘어져도 덜 다치는 법은 이제 좀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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