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데모데이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
온라인 데모데이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
2020.03.30 23:02 by 김민주

코로나19의 발발이 자연스레 시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스타트업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되던 지난 2월 말, 많은 투자자들 앞에서 대규모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데모데이들이 온라인으로 속속 전환됐고, 앞으로의 데모데이 역시 언택트(Untact)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정확히 언제 종식될 지 불확실한 지금, 이제부터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기저에 깔고 상황에 맞추어 또박또박 우리만의 룰을 새롭게 쌓아올릴 때다. 서로 대면하지 않음이 미덕이 된 요즘, 본격적인 언택트 시대를 앞두고 피칭을 계획 중인 발표자가 살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본격적인 언텍트 시대를 대비하라.
본격적인 언텍트 시대를 대비하라.

| 스토리: 다음(next)이 궁금한 이야기로 만들자. 
청중은 가차 없다. 지루함은 독이다. 오프라인 현장에서는 자리에 이미 착석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줬다면, 온라인으로 지켜보게 될 청중은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존재이다. 흥미에 맞지 않거나 이 아이템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음량을 줄여두고 잠시 본인의 할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아가 데모데이 종료 후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는 경우, 피칭영상이 여러 개 올라온 상태라면 청중은 본인의 구미에 맞지 않는 영상은 곧바로 건너뛰어 다음 사람의 피칭을 볼 수도 있다. 즉, 청중의 결정권은 이전보다 더욱 더 커질 것이며 스토리와 피칭의 흐름이 지닌 중요성 역시 이전보다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때문에 초반의 몰입을 돕고 호기심,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훅(hook) 구간은 더욱 중요해졌다. 우리 아이템이 가진 시장 지배력, 가능성, 차별화 전략, 경쟁력 등 어느 하나의 메인 포인트를 잡아 오프닝 구간에 배치, 눈길을 끄는 것이 좋다. 투자자가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궁금해 하도록 만들어보자. 우리의 영상을 떠나지 못하도록 끝까지 붙잡아야만 한다.

 

'next'를 궁금하게 만들자.
'next'를 궁금하게 만들자.

| 청중: 화면 너머 앉아있을 청중을 상상하라.
사실 발표자 입장에서 앞 사람의 표정과 현장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온라인 데모데이는 상당히 불편한 자리이다. 전과 달리 이제는 청중의 표정에 따라 피칭의 속도, 흐름, 단어의 선택 등을 달리할 수 없기에 나름의 텐션에 맞추어 스스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실체로서의 청중이 없다는 이유로 TV화면의 슬라이드만 보며 발표하는 것은 절대 금물. 아이컨텍(eye-contact)은 자신감의 표현이자 설득력의 증폭점이다. 즉 발표자가 청중의 눈을 마주치는 것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중요하다. 마치 청중이 있는 듯 조금은 뻔뻔해지자. 앞을 바라보며 균등하게 시선 처리를 함으로써 내 시선에 안정감을 주는 것이 좋다. 저절로 화면 밖 너머에 있는 청중도 편안함을 느끼며 창업가에게 집중할 것이다.

 

| 화면: 청중에게 전달될 화면 구성을 염두에 두자.
청중이 접하게 될 화면의 컨디션을 배려하자. 슬라이드, 비주얼의 가독성은 필수이다. 보통 온라인 데모데이의 경우, 발표자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내용 슬라이드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피칭 내내 발표자와 슬라이드를 한 화면에 잡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슬라이드 속 글자가 작은 경우, 내용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휴대전화 속 스트리밍 앱(유튜브)을 통하여 보게 될 경우를 고려하여 시각화 자료의 가독성을 미리 적절히 조정하도록 하자.

또한 같은 공간에 있지 않고 화면을 통해 발표자를 지켜보게 되면, 그의 작은 움직임마저 쉽게 눈에 띄게 된다. 화면 한 쪽에서 발표자가 계속 이리저리 움직이며 발표한다거나, 몸의 균형이 흐트러져 짝 다리를 짚는다거나, 또는 불안한 손짓의 제스쳐를 씀으로써 쓸데없는 노이즈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자.

 

화면 저 너머의 청중을 의식하자.
화면 저 너머의 청중을 의식하자.

| 연습: ‘기록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최고의 방법.
나의 멘트가 녹음, 녹화된다고 생각하면, 누구나 일종의 부담감을 겪게 된다. 말 한마디, 토씨 하나에 책임감이 실려 더욱 말을 조심하게 되며, 멘트를 소화하는 도중에도 머릿속에 수 만 가지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러한 ‘기록에 의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서는 연습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 번의 발표를 위해 최소 하루 10번은 연습하자. 나의 피칭이 내 안에 얼마나 내재화·습관화돼 있는지에 따라 발표의 난이도가 결정된다. 즉석에서 생각나는 멘트로만 피칭을 소화하려 한다면 중언부언하거나 말이 길어질 수 있으니 중간 중간 멘트와 흐름을 외워둔 다음, 뇌에 숨을 쉬고 편히 걸어갈 수 있는 구간을 만들어 주자. 전체적으로 조금 더 정돈된 피칭, 여유로운 피칭을 해낼 수 있다.

화상 IR, 화상 멘토링, 온라인/실시간 데모데이. 생각해보면, 그저 시대의 조류가 조금 더 빨라졌을 뿐 언젠가 겪게 될 일이었다. 결국 본질은, 방식이야 어떻든, 내가 가진 뜻, 우리의 아이템이 가진 잠재력을 잘 전달한다는 데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만의 통찰력, 나만의 단어, 나만의 고민을 적절히 담아내 슬기롭게 발표해보자.

 

필자소개
김민주

스타트업의 스토리가 묻어나는, 엣지(edge)있는 피칭을 위해 함께 고민합니다. 매력적인 피칭에는 디테일이 있어야 한다는 모토로, IR 피칭 컨설팅 회사 ‘디테일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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