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의 독려 속에 창업 열기가 날로 더해가고 있지만 정작 현장이 느끼는 온도차는 크다. 각종 예산과 정책 등 지원과는 별개로 여전히 창업가들의 발목을 잡는 크고 작은 규제들 때문에서다. 특히 투자와 직결되는 ‘기업형 벤처 캐피탈(CVC)’, 그리고 콘텐츠 스타트업의 앞길을 막는 과도한 망 비용이 대표적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리마인드 2019! 규제개혁 토론회’에서는 스타트업과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스타트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가장 먼저 CVC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CVC는 모기업이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기존의 모기업 인프라를 제공해 창업기업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게 하는 방식이다. 주로 출자 기업과의 전략적 투자 목적을 띄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대표적으로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탈, 퀄컴벤처스, 삼성벤처투자 등이 있다.
수익률을 추구하는 일반 VC와 달리 CVC는 모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주 목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금산분리 규제 조항이 있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설립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 때문에 LG·SK 등 지주사 체제의 대기업은 CVC를 운영하지 못하고, 카카오벤처스 정도를 제외하면 투자 규모가 큰 곳이 드물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VC 투자액 중 CVC 비율이 56%, 일본의 경우 44%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10%도 채 되지 않는 규모다. 지난해 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제한적인 CVC 설립 허가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공정위가 관련 내용에 대한 검토나 부처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송 위원은 “과거 금산분리법을 도입할 때와 달리 현재 우리 경제 상황과 형태가 많이 달라졌다”며 “정부가 (일반 지주사의 CVC 설립에 대한) 예외 조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의 비즈니스와 인터넷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2016년 인터넷 망 상호접속제도에 따라 통신사업자(ISP) 간 접속료 정산방식은 발신 트래픽에 따라 상호정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은 이를 망 비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 AT&T는 기업 전용회선 단가가 100MB 당 1195달러(약 138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같은 용량에 KT는 850만원, SK브로드밴드는 3600만원에 달한다.
박 교수는 “다른 국가들은 망이 물리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필요한 유지비인 망 접속료만 받는다”며 “한국처럼 데이터량이 얼마나 지나갔는지를 기준으로 따지는 종량제 방식은 전 세계에서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태훈 왓차 대표도 “비싼 망 비용 때문에 콘텐츠 사업자들이 증강현실(AR)이나 가상현실(VR) 사업을 하기 어렵다”며 “실리콘밸리에 가서 VR 사업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의 망 비용 부과는 한국의 콘텐츠 시장을 해외 사업자에게 내주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