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스타트업들은 해외 진출을 꿈꾼다. 비즈니스 구축을 마치고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하고 나면, 으레 물 밖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해외 시장 개척은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영역이다. 그런데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면 어떨까. 분명 전자에 비해 훨씬 수월할뿐더러 보다 더 빠르고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와 산학협동재단은 초기 창업팀을 모집해 지난 두 달 동안 각종 교육과 멘토링을 실시했다. 기본적인 비즈니스 육성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 진출에 필요한 요소들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뒀다. 지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스타트업 브랜치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스쿨 데모데이’는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데모데이에서는 총 12개 팀이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선보였다. 최초 지원한 60개팀 중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수팀으로 선정된 이들로, 60일간의 집중적인 교육 과정을 소화하고 번듯한 스타트업으로 거듭났다.
떨리는 첫 번째 발표를 맡은 팀은 하이 퀄리티 호캉스 예약 플랫폼을 내세운 ‘호캉스’였다. 넘치는 양에 비해 다양성이 부족한 여행 콘텐츠, 복잡한 검색 프로세스, 호텔 주변의 정보 부족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기존에 널리 서비스되고 있는 호텔 예약에 더해 호텔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를 접목시켜 고객들이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썸띵네트워크’는 공공 스포츠 센터 정보 검색·결제 서비스가 핵심 비즈니스다. 우리 주변의 생활 스포츠는 접근성이 부족하고 파편화돼 있다는 점에 착안, 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예약 및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교육용 장난감 및 콘텐츠를 개발·제작하는 ‘로보트리’는 환경 유해성분이 없는 장난감을 선보였다. 전기로 작동하는 ‘페이퍼 토이’가 이들의 주력 제품으로, 향후 코딩 교육과 연계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아이유디자인’은 아이들이 어른의 흉내를 내는 소비문화에 주목했다. 바비인형 같은 기존 인형과 비교해 훨씬 더 유연하고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내놨다. 여기에 인형 캐릭터를 살린 스토리 콘텐츠와 VR(가상현실) 서비스까지 구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퍼스널 컬러 분석툴을 반영해 할랄 색조화장품을 만드는 ‘쓰리씨’, 초시대 AR 기반 실감형 홈 인테리어 커머스 ‘퍼스펙티브’, 검색 알고리즘 기반 맞춤형 헤어디자이너 추천 서비스인 ‘잘라’ 등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레포츠 일정 공유&친구매칭 서비스를 내놓은 ‘레디유’, 전 세계 한류팬들에게 한국 관련 제품을 보내주는 구독서비스인 ‘피버가이즈’, 세계를 겨냥한 한식 가공식품을 내세운 ‘푸드컬쳐랩’, 실제 총을 쏘는 경험감을 제공하는 게이밍마우스가 주력인 ‘건즈앤마우스’, 웹에디터를 활용한 시각디자인 제작 플랫폼 ‘샌드위치’ 등 다양한 팀들도 자신들의 서비스를 마음껏 어필했다.
12개 팀들의 엑셀러레이팅 과정을 맡은 비더시드의 이유환 대표는 “비즈니스 모델은 확실하지만 사업계획서 같은 기본기와 해외 진출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 이들 위주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 달 동안 교육을 진행하는 중에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바이어 미팅이 성사된 팀들도 여럿 있었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게끔 도움을 줄 수 있었기에 다행이고 기쁘다”고 덧붙였다.
이번 글로벌 스타트업스쿨 과정을 진두지휘한 박선민 한국무역협회 차장은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수준과 의지가 높은 팀들이 많이 들어와 좋은 성과를 낸 점이 고무적”이라며 “무역협회의 인프라를 통해 해외 진출에 관한 모든 리소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