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은 왜 항상 식당 사장들에게 메뉴를 줄이라고 말할까?
상품이 다양하면 매출이 오를까?
백종원은 왜 항상 식당 사장들에게 메뉴를 줄이라고 말할까?
2019.11.06 16:31 by 문태용

얼마전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적힌 각서가 화제가 됐다. 이 각서에는 “매장의 메뉴를 본인(백종원)의 강력한 설득으로, 억지로, 사장님 의견과 관계없이 3개로 줄입니다. 만약에 메뉴를 줄인 것으로 인하여 매출이 줄어든다면 모든 책임을 본인(백종원)이 질 것을 확약합니다. -2018년 11월 8일 백종원”이라고 적혀 있다. 사실 백종원은 이전에도 다니는 가게들마다 "메뉴 가짓수를 줄여야 한다"고 늘 강조해 왔다. 백종원은 왜 이렇게 메뉴를 줄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고 다니는 걸까?

 

출처 : SBS골목식당
"메뉴를 줄여야 합니다."(사진: SBS골목식당 캡처)

자신의 경험을 한번 떠올려 보자. 간혹 점심식사를 하기 전 주변 동료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은 없었는가? "김대리, 오늘은 뭐 먹을까" 우리는 흔히 선택지가 많을 때 상대에게 결정권을 떠 넘기곤 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할 때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 시나 아이엔가와 마크 래퍼교수의 '잼 선택' 실험은 이런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시나 아이엔가와 마크 래퍼교수는 마트에서 잼 시식행사를 열어 소비자들에게 24가지 잼을 보여줄 때와 6가지 잼만을 보여 줄 때 구매 의사결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손님들은 6가지 보다 24가지 잼의 시식코너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당연히 아이엔가 교수는 가짓수 증가가 고객을 만족시키고 매출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외였다. 매장에 숨어 있던 조사자가 개개인의 구매 여부를 추적했더니 6가지 잼을 접한 손님은 30%가 잼을 구입했고, 24가지 잼을 접한 손님은 3%만이 잼을 구입했다. 실험의 결과를 통해 아이앤가 교수와 마크 래퍼 교수는 "더 많은 대안이 소음을 일으켜 오히려 집중력을 방해한다"라는 선택적 과부하를 주장했다.

 

잼 실험 결과는 다양한 제품이나 홍보 전략이 꼭 판매 이익을 높일 수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는 여러 사례에서도 확인 할 수 있다. 과거 미국의 P&G는 무려 26종이나 생산하던 헤드앤 숄더 비듬샴푸를 15가지만 판매하기로 결정하면서 매출을 10%나 상승시켰다. 또 인터스테이트(Interstate) 백화점은 파산 당시 이익이 나는 한가지 제품(장난감 사업)에만 전력을 집중하는 과감한 전략을 펼쳤는데, 이를 통해 매출액 55억 달러, 3억 2,600만 달러에 달하는 이익을 만들어내며 기적적으로 회생하게 된다. 이곳이 미국 최대의 장난감 회사라 불렸던 토이저러스(Toys 'R' Us)다.(※ 아쉽게도 토이저러스는 지난 2018년 아마존 등의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밀려 파산했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토이저러스처럼 가짓수를 줄여 경쟁력 있는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마케팅 기법을 '희생의 법칙(The Law of Sacrifice)'이라고 말하며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여러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세탁 세제의 종류는 50~100가지이며, 연말 성수기에 진열되는 와인은 무려 180~500종에 이른다고 한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는 이러한 사례를 기업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라 말한다. 그들은 저서인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서 상품이 많아지는 것은 기업에서 비용적으로도 문제가 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제품에 하나 이상의 옵션이 추가되면 회사가 관리할 품목의 수도 증가한다. 엔진 배기량 단위로 네 종의 자동차를 생산하다 도장 색깔을 열 가지로 늘리면 품목 수는 40개로 늘고, 여기에 시트 재질 세 가지, 카오디오 세 종류가 추가되면 품목 수는 360개로 급증한다. 이렇게 가짓수가 많아지면 자재 수급, 재고관리, 물류, 생산라인 유지 보수 등 각 품목의 생산과 관련된 비용이 급증한다. 배송, 영업사원 교육, 애프터서비스 등과 같은 판매 관련 비용도 마찬가지다."

 

희생의 법칙(The Law of Sacrifice)은 경쟁력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희생의 법칙(The Law of Sacrifice)은 경쟁력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이것은 식당도 마찬가지다. 백종원은 메뉴를 줄이라고 말하기 앞서 '원가'와 '마진'에 대해서도 늘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식당 경영의 목표가 단지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산출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백종원이 말하는 것처럼 식당이 메뉴의 가짓수를 줄이면 (다양한 메뉴에 필요한 식재료 등) 불필요한 지출을 제거해 원가를 절감하고, 이는 동일한 시간과 노동력으로 '가격'이라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러한 설계는 매우 공학적인 접근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가짓수를 줄이게 되면 사장은 당연히 핵심 상품에 집중하게 된다. 이것은 고객이 동일한 가격에 더 좋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확률을 높이게 된다. 자연히 가격과 품질에서 주변 상점보다 경쟁우위를 확보하게 되고, 식당의 브랜드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백종원의 '메뉴를 줄여라' 솔루션의 효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고객의 결정 스트레스를 줄인다.(구매 의욕 상승)

2. 원가를 절감한다.(순익 상승)

3. 오너의 핵심 가치에 집중해 상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브랜드 가치 상승)

 

※참고 자료

- 마케팅 불변의 법칙, 알 리스, 잭 트라우트, 박길부 번역, 십일월출판사, 2007.

- 제품 정보의 과부화와 소비자의 선택, HUFFPOST, KSThttps://www.huffingtonpost.kr/byungkwan-lee/story_b_6404946.html.

- Iyengar, S. S., & Lepper, M. R.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 (6), 995-1006

 

위즈앤비즈 문태용 에디터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문태용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운영. 건강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디지털 미디어 마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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