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소셜벤처밸리, 소셜 임팩트의 성지가 되기까지
고려대 ‘렉쳐 시리즈(Lecture Series)’에서 만난 루트임팩트
성수 소셜벤처밸리, 소셜 임팩트의 성지가 되기까지
2019.09.19 16:48 by 이기창

60년대 중소기업과 소규모 공장이 밀집한 준공업지대, 90년대 천여 개의 구두 공장이 늘어선 수제화거리, 그리고 올해 5월, 블루보틀 1호점 오픈을 기점으로 젊은 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곳. 서울 성수동에 대한 설명이다. 이렇듯 변화무쌍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이곳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식이 있으니, 바로 소셜벤처의 메카.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소셜벤처들이 이곳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그들이 성수동으로 모여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7일,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Chief Imagination Officer, 최고 상상 책임자)의 입을 통해 성수동의 이유있는 변화를 들어봤다.

 

성수 소셜벤처밸리에 대한 강연을 진행 중인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
성수 소셜벤처밸리에 대한 강연을 진행 중인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

│임팩트 생태계를 위한 뿌리를 심다, 루트임팩트

9월 17일 고려대학교 현대자동차 경영관에서 열린 ‘렉쳐 시리즈(Lecture Series)’. 이 행사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스타트업 연구원이 매월 스타트업 업계의 다양한 인사를 초청, 기업가 정신과 혁신 사례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9월의 주인공은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 그는 ‘임팩트 비즈니스의 글로벌 트렌드와 성수 소셜벤처밸리 소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루트임팩트가 설립된 것은 2012년 7월이지만 정경선 CIO는 2011년 아산나눔재단의 초기 멤버로 일할 때부터 이미 루트임팩트를 구상하고 있었다. 당시 아산나눔재단이 지원하는 두 분야가 스타트업과 비영리기관이었는데, 그 사이에 있는 소셜벤처와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루트임팩트의 미션은 소셜벤처가 자랄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것. 사명(社名)에도 ‘임팩트(Impact)’ 생태계의 ‘뿌리(Root)’가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정경선 CIO는 “뛰어난 한 명의 창업가 혹은 투자자가 나온다고 임팩트 생태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루트임팩트는 커뮤니티의 모든 구성원이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팩트(Impact) 커뮤니티의 뿌리(Root), 루트임팩트
임팩트(Impact) 커뮤니티의 뿌리(Root), 루트임팩트

루트임팩트는 Work, Live, Learn의 세 가지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소셜벤처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헤이그라운드’다. 17년 6월 1호점을 오픈한 이후 75개가 넘는 사회적기업이 이곳에 모였다. 내부에서 일하는 인원만 해도 550명 이상. 오는 10월 1일, 2호점을 열면 이 숫자는 2배 이상으로 커질 예정이다. 입주한 소셜벤처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루트임팩트가 제공하는 컨설팅, 교육 등도 받을 수 있다. 

 

소셜 벤처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헤이그라운드(사진: 루트임팩트 공식 블로그)
소셜 벤처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 헤이그라운드(사진: 루트임팩트 공식 블로그)

이외에도 루트임팩트는 소셜벤처 근무자의 거주를 지원하는 코리빙하우스 ‘디웰하우스’, 소셜벤처와 청년을 연결하는 ‘임팩트커리어 Y’, 소셜벤처와 경력단절 여성을 연결하는 ‘임팩트커리어 W’ 등을 운영하며 임팩트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가고 있다.

 

│서울숲 옆으로 움튼 임팩트 생태계, 성수 소셜벤처밸리

루트임팩트가 뿌렸던 씨앗이 자라난 숲 중 하나가 바로 성수 소셜벤처밸리다. 14년부터 지금까지 성수동으로 하나 둘 모여든 기업의 수는 250여 개. 단순히 소셜벤처만 모여있는 것은 아니다. 정경선 CIO가 설립한 ‘HGI’를 비롯해 ‘D3’, ‘SPOONG’, ‘언더독스’ 등 여러 임팩트 투자사들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고 있다.

 

성수 소셜벤처밸리에 모인 임팩트 비즈니스 주체는 어느덧 250개가 됐다.
성수 소셜벤처밸리에 모인 임팩트 비즈니스 주체는 어느덧 250개가 됐다.

이들이 모여 내는 시너지 효과는 상당하다. 임팩트 투자 규모의 증가가 이를 증명해 준다. 과거 임팩트 투자의 초점이 새로운 사회적기업의 발굴에 맞춰져 있었다면, 지금은 투자사가 모이면서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전에는 없었던 글로벌 스케일의 임팩트 펀드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벤처밸리를 중심으로 하여 ‘임팩트 얼라이언스(Impact Alliance)’가 만들어졌다. 소셜 임팩트 생태계의 구성원들이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제도와 정책을 개선하고 서로 간의 강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까지 96개의 기업이 참여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힘을 합칠 것으로 기대된다. 정경선 CIO는 “이전에는 여러 기업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보니 한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면서 “이제는 정말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이룬 생태계가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사진: 루트임팩트)
정경선 루트임팩트 CIO(사진: 루트임팩트)

성수동 한 편 작은 곳에서 시작된 임팩트 생태계의 숲에서 이제 막 과실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저 ‘특정한 사람들이 모인 숲’에 그칠지, 아니면 숲에서 발원한 바람이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지 지켜볼 만하다.

필자소개
이기창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Wiz&biz를 운영중이며, 스타트업 소식 및 칼럼을 전문으로 하는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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