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항상 예고편이 본편보다 재밌을까?
공백 이론과 호기심 마케팅
왜 항상 예고편이 본편보다 재밌을까?
2019.06.03 16:03 by 문태용

9시 뉴스 프로그램은 본 방송에 들어가기 전에 간추린 헤드라인을 먼저 내보낸다. 드라마나 예능도 본 방송의 마지막에 다음 회차분의 예고편을 항상 넣어둔다. 그런데 이런 예고편을 보고 흥미롭게 느끼다가도 막상 본 방송을 보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네기멜론 대학의 행동경제학자인 조지 로웬스타인 박사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공백 이론'을 제시한다. 그는 공백 이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백은 고통을 야기한다. 무언가에 대해 알고 싶지만 알지 못할 때의 느낌은 손이 닿지 않는 등이 가려운 것과 비슷하다. 고통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

출처 :  KBS 뉴스9
(사진: KBS뉴스9)

앞서 말한 것처럼 9시 뉴스의 헤드라인은 이후 방송될 주요 내용을 다룬다. 살인사건, 강도, 화재 등의 자극적인 뉴스가 주를 이룬다.

"연예인 김 모 씨가 ㅇㅇ마약 검사에서 양성반응으로 나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최근 연예인들 사이에서 해외에서 들여온 신종 마약이 유행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9시 뉴스에서 집중 보도합니다.", "일본의 한 유명 만화에 등장하는 사람을 죽이는 물건인 '데스노트'. 이를 똑같이 본 딴 일기장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 중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의 자녀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런 과장이 듬뿍 담긴 문구들이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당신이 모르는 무언가를 넌지시 암시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사건들은 내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모두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던 것들이다. 우리는 아는 정보의 양이 많아질수록 모르는 사실, 즉 공백을 채우는 데 집착하게 된다. 예를 들면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17개 주의 주도(州都)를 아는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47개 주의 주도를 아는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3개 주도에 집착한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시작하기 전 개봉 예정작의 예고편이 더 재밌거나 당신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늘 결정적인 순간에 끝나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출처 :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사진: MBC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관객이 추리 소설이나 반전 영화의 스포를 지독히 싫어하는 이유나 스포츠 경기의 재방송이 LIVE 시청률 대비 현격히 떨어지는 현상은 모두 공백 이론과 관련이 있다. 참고로 방송국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것도 스포츠 LIVE 중계며, 재방송 수입이 가장 떨어지는 것도 지난 스포츠 방송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공백이론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볼 수 있다. '포켓몬 스티커'로 유명했던 '포켓몬 빵'은 아이들이 제품을 사서 빵은 버리고 스티커만 모으는 만행(?)이 당시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흥행에 성공한 공백이론 마케팅이었다. 90년대 말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 했던 '포켓몬스터'는 매우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했는데, 주 소비층인 영유아부터 청소년 층에게 자신이 갖지 못한 캐릭터 스티커의 '공백'은 고스란히 매출로 이어졌다. 

그러나 공백이 언제나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그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친숙한 소재)'에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잘 모르는 사람들의 소문을 쑥덕거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15년 국회의원 재보선보다 무한도전 식스맨 프로잭트에 대중들의 관심이 뜨거웠던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애초에 잘 모르는 현상에 대해서 접근한다면 오히려 관심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공백 이론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지식의 공백을 강조하는 특정한 주제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유럽 축구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박지성과 손흥민은 느낌이 어떨까?' 또는 '내가 내일 백만장자가 된다면?'과 같은 상상은 누구나 해봅직한 생각이지만 그 안의 극적인 경험들은 아무나 느끼기 힘들다. 이런 맥락이 가미된 정보의 구멍은 곧 대중에게 호기심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공백 이론은 다른 이들의 부족한 지식을 지적하는 능력에 기대고 있다. 지식의 공백을 채우고 싶어 하는 욕망을 자극하려면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가?'에서 '내가 바라는 청중들의 질문은 무엇인가'로 옮겨가야 한다."(조지 로웬스타인)

 

위즈앤비즈 문태용 에디터와 더퍼스트미디어의 파트너쉽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필자소개
문태용

비즈니스 전문 블로그 운영. 건강한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디지털 미디어 마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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