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거주증 ‘후코우’, 그게 대체 뭐라고
베이징 거주증 ‘후코우’, 그게 대체 뭐라고
2018.11.20 15:04 by 제인린(Jane lin)

최근 베이징 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는 외지인에 대해 베이징 거주증인 후코우(户口·호적)를 제공하겠다는 선심성 정책을 공개했다.

, 3년 이상 연평균 74만 위안(13000만원) 이상의 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 기록이 있어야 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또한 연평균 56만 위안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도 베이징 후코우 발급 신청 권한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둘의 차이를 살펴보면 전자는 베이징 중심 지역, 후자는 그 외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베이징시 인재유치 관리방법(北京市引进人才管理办法)’이 제정되면서 논란이 적지 않다. 정부가 앞장서 고소득자 외지인에게 베이징 거주 특권을 제공하는 것은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인식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베이징 거주증, 후코우.(사진: 바이두)
베이징 거주증, 후코우.(사진: 바이두)

他们说, 그들의 시선

실제로 해당 법안이 발표된 직후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후코우를 받는 것은 이번 생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년에 74만 위안 이상을 벌어들이기 위해서는 한 달에 7만 위안(1100만원)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일반 회사원으로는 꿈꾸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4년제 대학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한 사회 초년생이 받는 월급은 4000 위안(75만 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내놓은 기준과 무려 2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반대로 베이징에서 월평균 7만 위안 이상의 고소득자들은 이번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사진: 웨이보)
(사진: 웨이보)

她说, 그녀의 시선

베이징에 거주하는 고소득자들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다. 첫 번째 사람은 베이징 외곽에 거주하는 기혼 여성으로, 아이를 하나 두고 있다. 현재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회사원이다. 두 번째 사람은 미혼의 30대 남성으로, 회사에서 제공하는 거주 허가증을 활용해 베이징에 머물고 있다.

 

베이징은 청년이 꿈꿀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

젊은이에게 있어 대학을 막 졸업한 시기만큼 물질에 대한 욕망이 강할 때가 또 있을까. 우리 부부는 대학 때 처음 만났다. 우리 두 사람의 전공은 컴퓨터 관련 학문으로, 연애 시절부터 줄곧 결혼 준비를 위해서 최대한 데이트 비용을 아끼고, 대부분의 용돈을 저축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두 사람이 결혼 전 가장 큰 지출을 했던 것은 오직 전공 서적을 구입할 때뿐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한 후 남편과 나는 베이징에 소재한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 입사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우리 두 사람의 연봉은 입사 후 3년 차를 넘어 비교적 고소득자의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입사 첫 해 받았던 월급은 6000 위안 수준에 불과했지만, 회사에서 버텨내는 것이 가장 힘들다는 입사 3, 5년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우리는 베이징에서 제법 큰 평수의 아파트 한 채를 구입할 수 있는 소득 수준이 됐다. 물론 베이징 중심지는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기본금+인센티브형식으로 운영되는 덕분에 내가 속한 개발팀의 성과가 좋을 경우에는 평범한 회사원의 연봉만큼 상여금을 받을 때도 있었다.

10여 년 전 전부터 베이징시 정부는 줄곧 베이징 외곽 지역으로 행정 구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우리가 집을 마련한 곳 역시 시 외곽의 창핑구(昌平区)’. 베이징이기는 하지만 지금껏 ()’으로 분류됐던 신도시 개념의 지역이다.

물론 명의는 부부 공동이지만, 은행 대출금이 상당하다. 아직은 은행에서 사준 집에 얹혀사는 신세다. 평균적으로 한 달에 4600위안의 대출금과 원금을 갚아가고 있다. 우리는 집을 마련한 직후 가장 먼저 지금껏 타 지역에 거주하시던 양가 부모님들을 모두 모시고 왔다. 그나마 신도시의 집들은 대부분 평수가 크다. 우리 집 역시 방이 6, 화장실 2, 거실, 욕실 등이 갖춰져 있어서 대가족이 살아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제법 널찍하다.

나와 내 남편의 올해 연봉은 두 사람의 것을 합산하면 90~100만 위안 정도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소득이 이 정도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고공 성장을 기록 중인데다,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의 상황 역시 매우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재 두 사람의 월급 가운데 절반은 저축을 하고, 나머지 일부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데 사용해오고 있다. , 아주 적은 금액이지만 최근 창업을 시작한 대학 동기에게 투자를 했고, 또 일부는 부모님들의 건강 기능식품을 구매하는데도 사용한다.

슬하에는 자녀 한 명을 두고 있는데, 우리 아이의 경우 1년 동안 평균적으로 사교육 비용으로 약 15만 위안 정도를 지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 두 사람은 가난했던 대학 시절이나 소득 수준이 좋아진 지금이나 여전히 별 다른 소비가 없다.

최근 베이징 시 정부가 공고한 시 거주에 대한 후코우 제공 방침에 대해서는, 물론 후코우 문제가 해결된다면 노년기를 아무 걱정 없이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린 이미 회사에서 제공하는 공작거주증(工作居住证)을 받아 생활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진 특별히 불편한 점이 없다. 후코우나 공작거주증이나 법적 효력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자녀 양육 시 후코우가 없는 가정은 후코우가 있는 집보다 더 많은 사교육 비용이 필요하다. 비교적 저렴한 등록금으로 입학할 수 있는 국공립 유치원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지역 후코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는 공립 유치원에 보낼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사립 유치원에 보내고 있다. , 초등학교 입학의 경우에도 후코우가 없는 부부의 아이는 사립 초등학교를 보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베이징에 거주하는데 어떠한 어려움도 없다. 우리는 비록 태생이 외지인이고, 지금도 여전히 외지인이라는 사실이 바뀌지 않았지만, 우리 두 사람이 만든 우리만의 적응 방식에 만족한다.

 

후코우.(사진: 바이두)
후코우.(사진: 바이두)

삶의 질을 위해 미국에서 베이징행 선택, 후회 없어

나는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베이징에 소재한 모 인터넷 회사에서 총책임자로 근무해오고 있다. 베이징에 살기 이전에는 미국에서 골드만삭스와 무디스 등 두 곳에서 총 6년을 근무했다. 당시와 비교해서 베이징에서 받는 월급 수준은 터무니없이 적은 수준이지만 나는 내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베이징 행을 선택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근무할 때는 매일 평균 18~20시간씩 일해야 했다. 오히려 이렇게 근무하는 것이 매우 정상적인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모든 직원들은 일주일 내내 근무를 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여야 했다. 어떤 주에는 7일 내내 출장을 다녔고, 출장지에서 저녁 10시 이전에 퇴근한다는 것은 마치 기적처럼 여겨질 정도로 바빴다. 이런 생활이 몇 년 동안 지속되자 이유를 알 수 없는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을 때가 많았다. 미국을 떠나기 직전의 내 상황은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당시의 나는 여자친구와 함께 인도네시아 발리로 5일간의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일중독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상태였다. 여행 초반 여자친구와 단 반나절을 함께 쉬었을 무렵부터 뭔가 중요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불안하고 초조한 모습을 감추질 못했다. 나 스스로도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을 정도였으니, 그녀의 눈에는 어떠했겠는가, 우리는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했다.

나는 그렇게 6년간의 세월을 미국 금융계에서 버텼다. 그곳에서 자주 사용하는 신조어 중에 돈은 잠들지 않는다(Money never sleep)’라는 문장이 있다. 그 당시 나와 내 동료들은 잠들지 않는 돈을 쫓으며, 나 스스로도 무엇인가에 홀린 듯한 생활을 지속했다.

그 후 베이징으로 돌아오면서 지금의 인터넷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다. 면접이 뒤이었고, 당시 나를 채용한 지금의 사장은 내게 왜 베이징으로 돌아오려고 하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때의 나는 베이지의 어둡고 더러운 스모그마저 사랑한다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의 내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연평균 60만 위안 정도다. 베이징 후코우는 당연히 없지만, 여태껏 이것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껴본 기억은 없다. 아직 미혼인데다가, 결혼 후 자녀를 낳는다고 해도 베이징에는 많은 수의 국제학교가 있다는 점에서 국공립학교에 입학시키지 못해서 겪어야 하는 불편은 더 이상 불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 부모님께 상속받은 베이징 소재 부동산 두 채와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까지 있다는 점에서 후코우 문제는 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내게는 이와 무관하게 한 가지 꿈이 있는데, 언젠가 미국으로 돌아가 박사 학위를 받은 후 베이징의 여느 대학 강단에 서고자 한다. 물론 그 때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양육해야 한다면 베이징보다는 미국에서의 삶이 자녀 교육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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