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DP ‘276배’ 뛰었다는 이 도시의 비결은?
1인당 GDP ‘276배’ 뛰었다는 이 도시의 비결은?
2018.11.16 15:55 by 제인린(Jane lin)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동부 해안가의 평범했던 도시가 전 세계가 집중하는 초대형 도시로 거듭났다. 중국 광둥성의 경제특구 ‘선전’에 대한 얘기다. 

필자와 함께 공부하는 중국 대학교의 학생들은 향후 진로를 묻는 질문에 ‘선전’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과거엔 상하이나 광저우를 취업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았지만, 최근에 ‘선전’ 행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일명 ‘선전굴기(崛起)’라는 표현이 있다. 선전이야말로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기업이 주도하는 생태계’가 완성된 도시라는 얘기다.

그런 선전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스타트업’이다. 거주하는 인구 가운데 10명당 1.2곳의 스타팅 업체가 등록돼 있을 정도로 창업에 대한 붐이 뜨겁다. 더 놀라운 것은 선전에 등록된 창업 기업의 90%가 선전에서 시작해 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전의 이 같은 변화는 중국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일부 전문가들은 선전에 대해 “세계 3위 항만(물동량 기준)과 국제공항이 시내에 있어 실리콘밸리에서 1개월 걸리는 게 선전에서는 1주일이면 충분하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지난 1980년 인구 30만의 어촌이었던 소도시가 기득권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문화를 등에 업고 가공무역과 물류산업, 그리고 스타트업의 중심지로 성장한 것이다.

 

선전 시 소재 선전대학교 내의 ‘창업원’의 풍경. 166곳의 스타트업이 이 곳을 기반으로 창업에 성공했다.(사진:선전대학교 홈페이지)
선전 시 소재 선전대학교 내의 ‘창업원’의 풍경. 166곳의 스타트업이 이 곳을 기반으로 창업에 성공했다.(사진:선전대학교 홈페이지)

| 선전, 30세 이하 창업자 최적의 3대 도시 중 한 곳

최근 중국 부호연구기관인 후룬연구원(胡润研究院)은 30세 이하 창업자의 도시로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선전(深圳)을 선정했다. 30세 미만의 창업 리더 300명 가운데 무려 70% 이상이 이 세 도시에 기업 본사를 설립했다는 것이 근거다. 베이징에서는 122명, 상하이 53명, 그리고 선전에서 창업한 30세 이하 창업자 수는 4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베이징과 상하이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던 선전은 단연 화제가 됐다. 선전시가 소유한 막강한 제조업 기반과 글로벌한 하드웨어 혁신의 성공이 재조명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선전 하이테크 기업 수는 19만 5000여 곳으로 전체 기업의 11.3%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베이징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수로, 선전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하이테크 기업으로는 △화웨이 △ZTE △텐센트 △비야디(BYD) 등이 꼽힌다. 또한 최근 중대형 기업으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인 △드론 전문 생산 업체 DJI △디스플레이 업체 Royole △첨단소재장비 개발 업체 ‘光启’ △AI 로봇 개발 업체 UBtech 등 하이테크 업체 역시 선전 중심가에 본점을 세우고 운영 중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이 같은 선전 일대에 집중된 하이테크 기업체의 빠른 성장과 밀집의 정도는 선전 지역에 대한 정부의 인재 양성 및 흡수, R&D 투자 비중을 늘리는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선전의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무려 4.13%를 기록했는데, 이는 중국 전국 평균 2.12%를 크게 웃돈다. 선전 PCT 국제 특허 신청건수가 1만 9647건에 달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2016년 기준) PCT는 다자간 해외출원절차를 의미하는데, 선전 일대에서 신청된 건수가 중국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45.6%를 차지했다.

 

선전 시 중심에 소재한 ‘선전완창예광장(深圳湾创业广场)’ 입구. 이곳에는 현재 150곳의 스타팅 업체가 입주해 있다.(사진: 제인린)
선전 시 중심에 소재한 ‘선전완창예광장(深圳湾创业广场)’ 입구. 이곳에는 현재 150곳의 스타팅 업체가 입주해 있다.(사진: 제인린)

| 선전 일대에 몰리는 중국 정부의 창업 투자는 무엇이 있나?

선전은 지역의 제조업 기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중국 내에서 가장 짧은 기간 내에 창업자가 가진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시제품’을 다시 대규모 생산 및 유통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선전을 중심으로 150km 반경 이내에 3000여 곳의 전자기기 및 부품 제조업체와 1300여 곳의 원자재 공급업체, 900만명 노동력 밀집 돼 있다. 여기에 정부의 물적 지원과 규제 완화, 제도 혁신 등도 뒤따라 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선전에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여, 생산과 유통까지 일체의 과정이 완료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2~3주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때 소요되는 대략적인 비용은 약 3만~5만 달러(한화 약 3386만원~5644만원). 이는 선전을 제외한 중국 중소 도시에서의 제조 비용과 비교해 약 70~80%가 절약되는 수치다. 이런 장점으로 지난해 기준, 선전 시정부에 새로 등록된 신설기업 수는 일평균 994곳에 달했다.

 

선전창업광장의 풍경(사진: 웨이보)
선전창업광장의 풍경(사진: 웨이보)

선전시 정부가 주도하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과 이를 통한 고급 기술인력 유치 정책도 화제다. 지난해 기준, 선전에서는 해외 학위 소지자자가 창업할 경우, 30만~500만 위안(한화 4884만원~8억원)을 지원했고, 하이테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는 최대 100만 위안(한화 약 1억 6282만 원), 기업 상장 시 최대 150만 위안(한화 2억 4423만원)을 지원했다. 국가 급 하이테크 기업에게는 법인세율도 크게 인하했고, 이를 5년간 지속키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선전시는 중국농업은행, 푸둥발전은행 등과 협력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R&D 관련 대출 규모를 1인당 최대 1000만 위안(한화 16억 2820만원)까지 늘렸다. 이자보전 역시 최고 100%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타 지역의 재능있는 청춘들을 이곳으로 끌이 들이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선전 시 거주자의 평균 연령은 굉장히 젊다. 35~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선전 시 거주 인구의 2%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청춘을 위한 도시’다. 

‘선전’을 설명하는 이 모든 사실들이야말로 거주자 31만 명의 작은 어촌 도시를 거주자 1190만명으로 늘린 힘이다. 1인당 GDP 역시 2만 5200달러로 276배 증가했다. 선전은 이제 ‘청춘’들이 꿈꿀 수 있는 희망의 도시가 됐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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