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는 여배우가 어느 날 온데 간데 없이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그녀가 이미 죽었다는 ‘사망설’과 공안에 체포돼 잡혀있다는 ‘감금설’, 미국에 망명 신청을 한 뒤 잠적 중이라는 ‘망명설’까지 확인되지 않는 온갖 소문이 떠도는 중입니다.
그녀의 행적을 둘러싼 논란과 구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의 월간 정례브리핑에는 여배우의 행방을 묻는 각국 특파원들의 질문이 쇄도합니다. 하지만 외교부는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일절 함구하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요.
他们说, 그들의 시선
사라진 여배우의 이름은 판빙빙(范冰冰). 중국의 어느 도시를 가든 번화한 거리의 광고판에서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다. 1981년생으로 여배우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그녀는 최고 레벨의 여배우 중 하나다.
1998년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조연 금쇄 역을 맡으면서 주목을 받았고, 2004년 펑샤오강 감독의 영화 ‘서우지’로 대중영화백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어 2007년 배우 유덕화와 함께 출연한 영화 '묵공’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섭외 1순위 여배우가 된다.
그런 그녀가 종적을 감춘 지도 벌써 100일이 넘었다. 내외신 기자들은 그녀의 흔적을 찾기 위한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 누구도 실마리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她说, 그녀의 시선
어느 나라에서든 연예인은 대중의 관심으로 먹고 사는 존재다. 공인 혹은 공인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동시에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에 노출된다. 판빙빙의 행적이 묘연해진 것을 두고 폭발적인 관심이 쏠린 이유다.
일단 가장 유력한 추측은 감금설이다. 지난 6월 중국 국영방송의 토크쇼 진행자였던 추이융위안의 폭로가 그 시작이었다. 추이융위안은 “중국의 대표 스타 A씨가 단 4일간 공연하고 무려 100억 원에 달하는 출연료를 챙겼다”며 “A씨는 이에 대한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이중계약서를 요구, 자신의 출연료를 제작사에게 전가시켜왔다”고 주장한 것. 물론 여기서 A씨는 판빙빙을 의미한다.
중국 당국은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출연료가 전체 출연료의 70%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계약서를 통해 규정을 초과하는 출연료를 챙기거나 세금을 탈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판빙빙 역시 이 같은 행위가 적발돼 구금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여기에 이달 초 중국의 한 언론 보도를 통해 판빙빙으로 추측되는 여성이 수갑을 찬 채 구속된 사진이 공개되면서 그녀가 공안에 잡혀 있을 것이란 소문이 날개를 달았다.
판빙빙에 대한 관심은 중국의 주요 포털 사이트와 SNS에서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바이두’를 비롯해 ‘웨이신’, ‘웨이보’ 등에서는 판빙빙과 관련된 추측성 글이 현재도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그 형태 역시 가지가지다. 위에서 언급한 사망·감금·망명 외에도 그녀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추문이 횡행하고 있다. 판빙빙의 남동생으로 알려진 판청청이 사실은 그녀의 아들이었다는 소문과, 그의 친부가 중화권 유명 배우인 홍금보라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판빙빙은 지난 1999년 영화 ‘풍우보고원(风雨步高苑)’ 출연을 마지막으로 영화계를 잠시 떠났다가 2001년 ‘난세추평(乱世飘萍)’과 ‘중관촌(中关村)’, ‘진시황(秦始皇)’으로 컴백했다. 평소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던 그녀가 이례적으로 2년의 공백기를 가진 것이다. 이 기간 판청청을 출산했다는 의혹이 나온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판청청이 2000년 출생인 것과 당시 판빙빙의 몸무게가 70kg에 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해당 의혹에 힘이 실렸다. 더욱이 판빙빙의 친모는 2000년에 46세의 나이였던만큼 출산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중국 언론 ‘봉화망’에 따르면 판빙빙이 운영했던 12곳의 영화사와 공작소(기획사)는 현재 모두 문을 닫았으며, 서류 한 장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해당 건물은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으로,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만 해도 판빙빙이 종종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