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성폭력 범죄자를 두둔하는가
그들은 왜 성폭력 범죄자를 두둔하는가
2018.09.12 17:24 by 제인린(Jane lin)

 

엄청난 자본을 손에 쥔 중국 부호가 미국에서 대만 여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신기합니다. 중국인들이 쏘아대는 비난의 화살은 당사자가 아닌 미국과 대만을 향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사진:ChameleonsEye/Shutterstock.com)

他们说, 그들의 시선

지난달 31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중국인 남성이 전격 체포됐다. 이 남성은 말없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으며, 그의 주변에는 그를 변호하는 현지 변호사와 비서로 보이는 여러 명의 남성이 뒤따르고 있었다. 체포된 남성은 바로 ‘징둥닷컴’의 창업주 류창둥 회장이었다.

그에게 적용된 긴급 체포 사유는 ‘합의 없는 성적 접촉’ 즉, 성폭행 혐의였다. 그런데 적잖은 충격을 안긴 이 미국발(發) 스캔들은 어째서인지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변질되기에 이른다. 시간이 갈수록 가해자에게 동정심과 안타까운 시선이 쏠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지탄받아 마땅한 성범죄자에게 이 같은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현지 언론에 보도된 ‘빌리어네어’ 류창둥 회장의 모습.(사진: 웨이보)

她说, 그녀의 시선

미국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류 회장은 한 포럼에 참석한 뒤 대만 출신의 여성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다 발각돼 구류 조치됐으며,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이틀 만에 석방됐다. 다만 석방이 그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여전히 조사 중이다.

류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징둥닷컴은 중국의 유통 전문 대기업이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알리바바(Alibaba)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해당 소식을 접한 중국에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근면성실의 이미지를 가진 창업주 1세대가 미국까지 가서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충격과 분노를 쏟아냈다. 무엇보다도 100% 진품 유통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징둥의 정직성은 큰 타격을 면치 못했다.

류 회장이 가진 이미지는 청렴하고 건실한 1대 창업주다. 그는 현지 언론에도 종종 등장하며 청년 창업을 꿈꾸는 이들의 롤모델이다.(사진: 웨이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류 회장의 성매매 상대가 대만 출신의 유명 모델인 장핑팅(蔣娉婷)으로 알려지면서다. 대만 내 독립의 목소리에 심기가 불편한 중국인들은 이번 사건에 배후가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성매매라는 도구를 이용해 중국의 대표적인 기업인을 깎아내리려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징둥닷컴이 미국 진출과 함께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배후 견제론’은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런 류의 음모론이 중국 내에서 힘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언론인 환구시보는 ‘류창둥 사건, 사실과 법률이 말하게 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의 법은 종종 외국인에게 지울 수 없는 치욕을 남기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며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빈틈이 없다는 미국의 법률은 유독 중국인에게 가장 혹독하다”고 반발했다. 중국의 다른 언론들 역시 류 회장 사건과 관련한 미국 현지 보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이 배후라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대만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사건의 본질이었던 류 회장의 성매매 사실은 어느샌가 사라져버리고 미국과 대만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와 의혹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미국 언론이 보도한 류 회장의 죄목에 대한 증거 내용.(사진: 웨이보)

더욱 큰 문제는 중국이 이러한 논란 때마다 자신만의 ‘중화주의’로 사건을 덮거나 희석하려는 시도를 서슴지 않고 있다는 부분이다.

저장성 졘더(建德)의 상무위원인 A씨는 이달 자신보다 24살이나 어린 여성과 함께 촬영한 사진과 음란 영상물을 소지하고 있다 발각됐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A씨의 잘못은 외면한 채 그가 자신의 고향에 사찰을 짓고 주민 복지 증진을 위한 각종 법안을 마련하는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더욱이 이를 심의하는 중국의 중앙기율위원회는 A씨의 여성 문제와 부정부패 의혹에 대해 어떠한 판단이나 입장 표명도 내놓지 않았다. 올해 정년을 맞은 A씨는 이 같은 방조 속에 무사히 퇴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은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중화주의를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이다. 크게는 서남공정과 동북공정으로, 작게는 이번 사건에 대한 태도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마약 사범 등 중범죄자에게 가차 없이 사형을 내릴 정도로 강력한 사법 체계를 가진 중국, 동시에 자국의 이익과 이념을 위해 성범죄자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엄호하는 중국의 두 얼굴은 언제쯤 하나가 될 수 있을까.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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